자갈치역 . 빨강 그리고 하얀 등대 사이
주홍 10






정오의 꼼장어집 . 세개의 불판에서 고소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줄래와 하자 . 나른한 표정의 여관방에서 나온 커플 .
밤새 열한번 정액을 쏟아준 줄래에게 하자가
헌정의 꼼장어 상추쌈을 바친다 .
줄래는 정력의 비결이 초등때부터의 도시락 반찬 꼼장어라 한다

옆자리 . 같은 여관방 새잡이들 . 밤새 남의 방 소리만 엿들었다
껍질 벗겨지도록 자위로 혹사시킨 성기를 떠올리며 ...
벌겋게 달아오른 양념 꼼장어에 잠시 외면한다
옆자리 하자가 포만으로 게글스레 웃자
새잡이들은 간밤의 음색을 떠올리고 부르르 몸서리친다

옆자리 . 십대 창녀 핑크와 화잇이 바닥을 뜨는 이별주를 마신다
분홍키티 원피스 핑크와 하얀 스누피 핫팬티 화잇 .
여관방 슬리퍼로 나무의자 딱딱 두드리며
씨바 다시는 이 질척한 동네 오나봐라 ...
씹다 뱉은 껌 또는 팬티에 튄 정액 같은 결심을 위해 한잔

저기 보이는 등대 말이야 ... 왜 하난 빨강 하난 하양이게 .... ?
생리 귀신이랑 생리대 귀신을 달래려고 그런거래 ...
그게 잘 돌아야 물고기가 잘 잡힌다는거야 ...
물고기와 생리를 위하여 ... 원샷 ....
쏟아버린 것들과 남아있는 것들 사이에 술잔이 비어간다










꼼장어 길 . 얼음 고기상자들이 지나가고 . 쌍욕이 길을 건너고
네다와 바이 . 구슬치기 성인오락실에서 만난 커플 이 ...
서로 꼼장어와 곱창을 먹자고 티격태격하다가
상대의 성기 모양과 빗대기 시작한다
껍질벗긴 꼼장어 . 털붙은 곱창 . 가늘고 긴 . 질기게 두꺼운 .

서로의 성기를 결코 닮은 것 같지 않은 고래고기를 선택하고 ....
날품팔이 성교보다 걸쭉한 베팅을 선호하는 두사람은
상대의 지갑 두께를 확인하려 무진 애를 쓴다
포용하다 죽어간 고래 뱃살을 씹으며 ....
잔머리 갬블러들이 육질 나쁜 뺨에 고래기름 미소를 짓는다

길건너 테잎 노점상 . 남포동 용두산 해운대 엘레지들이 흐르고
냉콩국물로 호르몬을 벌충하는 초록바지 늙은제비가
리듬을 타고 숙명처럼 백구두 스텝을 밟고
횟감 가득한 노골적인 취향의 거리 ....
돌리는 것들과 삭아가는 것들 사이에 저녁 해풍이 불어온다










승강장 . 층고 낮은 붉은 벽돌벽에서 해리는 갯내음을 맡는다
떨이 분위기 지하상가와 강세이 분양 애견집들을 지나 ...
선홍빛 스트림라인 스커트가 회센터로 접어들자
오갸꾸 . 이랏샤이 . 도모 . 사시아게마 ....
어슬픈 섬나라풍 히빠리들이 릴레이로 침방울을 피어올린다

성깔 드센 도다리가 해리의 하얀 스타킹에 물방울을 튀기자
생선 경매꾼 남자를 떠올린다 . 비린내를 싫어해서
틈만 나면 등산 다니던 남자의 정액 비린내 ....
본질은 투영하면서 동시에 기만한다
수족관에서 극복 없는 팔자의 생선들이 긴 꼬리를 흐느적댄다

막힘 없는 시선들이 싱글 여자를 자연산 세꼬시처럼 쳐다보고
비닐 식탁에 메추리알 . 축복 없는 들러리가 나오고
빨간 그리움의 초장과 하얀 기다림의 아나고
필연의 핏물에 순수의 속살이 적셔지고
한 젓가락 아나고 앞에서 해리는 짧았던 결혼을 떠올린다

연안부두 빨강과 하양등대 사이로 저녁 고깃배가 바다로 나가고
아나고 한마리가 기를 쓰고 다라이 밖으로 튀어나온다
바닥에 뒹구는 아나고의 처절한 자각을 보며
초장에 쓴 눈물 한방울 떨어진다
떠나가는 것들과 갈데 없는 것들 사이에 슬픔이 묻혀간다



아래층 . 빼꼭히 들어찬 회꾼들 속에서 몽이와 친구가 술 마신다
저녁 9시 . 떼죽음으로 전어 수족관이 흐린 피빛이 되고 ...
한 쪽 귀가 먼 몽이는 옆자리 이야기가 더 잘들린다
친구는 큰 소리로 섹스 해결을 외치고 ....
옆자리는 타이를 매지 않았던 초선 국회의원을 죽일듯이 욕한다

몽이는 섹스와 타이 . 창녀와 의원 . 자위와 작살을 동시에 듣는다
친구가 완월동을 외치고 옆자리는 청와대를 찝적댄다
들리는 귀를 친구쪽으로 돌리다가 ...
수로를 지나가는 상처 투성이 아나고 한마리를 보고
오년전 . 오오츠크해에 머물렀던 크릴선의 기억을 떠올린다

반반한 신참 선원 몽이는 선배들의 항문성교 표적이 되었고
거부를 거듭하다 죽도록 몰매를 맞은 어느밤 ...
빙산만 보이는 갑판 하얀 눈바닥이 핏물에 녹아가고 ...
그후 한쪽귀와 성기능을 잃었다
몽이는 남자와 여자 . 의원과 창녀 . 누구와도 성교할 수 없다

친구는 몽이를 위해 목청껏 외친다 . 딸딸이라도 자꾸 해봐 .
옆자리의 정치 참새들이 그말에 화제를 섹스로 바꾼다
그들은 나무 젓가락 바꾸듯이 관점을 갈아친다
정치 신념처럼 난청에게 성교를 권하는 밤
주입하는 것들과 무심한 것들 사이에 빈 술병이 쓰러진다










5번출구로 나온 구야는 국제시장 네거리에서 옛극장을 찾는다
당당하게 한줄에 서있던 극장들이 뒤안길로 사라지고 ...
구역 창녀처럼 오락 아크릴들이 힢을 흔든다
영화제 파라솔 아래 그늘진 거리 ....
영화에 줄기찬 구애를 퍼붓는 거리에 영화는 물러서 있다

롤리팦을 문 늙은이가 힙합 리듬에 도돔바 주정을 하고 ...
오락실의 네다와 바이는 갈취의 메뉴를 고르고 ...
콘택트렌즈와 피임좌약의 소녀가 꼬치국물을 마시고
펀취볼처럼 순간을 실은 파동이 튀고 ...
찜질 피씨 디브이디 방 . 거리의 카우보이들이 말을 매는 시간

구야는 사라진 모뉴먼트 옛극장에 들어선 닭갈비집을 바라본다
토막닭 굽는 연기가 향수 영화처럼 유리창을 흐리고 ....
프로콜할룸의 바로크풍 전주가 환청처럼 들리고
세트메뉴 같은 아이들이 바람처럼 스치고 ...
미숙한 것들과 퇴락한 것들 사이에 밤은 커턴을 내린다










간장과 담뱃재 . 내장과 뼈 . 국물과 건더기 . 소주와 비닐 .
아나고는 처음 만난 매서운 것들 사이를 헤쳐 나온다
억울한 어망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던 ...
아나고의 몸에 하얀 실 같은 투혼이 끈적이며 감긴다
바다로 돌아간다 . 수로에 밀려드는 독물들도 꿈을 막지 못한다

새잡이들은 어시장 구석에서 오줌을 싸다가 ...
줄래와 하자는 데크 끝에서 진한 작별 애무를 하다가 .....
거품에 싸인채 하수구 구멍을 빠져나가는 미친 아나고를 본다
실천하는 의지에 새잡이들은 숙연해지고 ...
아이러니를 삼키듯 . 줄래는 하자의 혀를 깊이 빨아들인다 .

이끼 벽에서 다이하드 아나고는 소망으로 추락한다
바다 . 돌이킬 수 없는 그리움의 끝
다라이의 탈주를 밀어준 동료들 . 행로를 눈감아준 인간들 .
한마리 아나고의 귀환에 밤파도가 몸짓을 숙이고 ....
구원의 조류를 타고 미지의 별빛을 따라 바다는 조금씩 열려가고

등대가 있는 두개의 방파제 사이에서 꿈 꾸는 아나고가 죽는다
노회한 해초와 흰머리 말미잘과 주름게가 묵념하고 ...
정박한 배들의 선미등이 붉은빛으로 바뀐다
파도를 막은 난류의 침묵을 지나 ....
떠도는 것들과 머무는 것들 사이에 바람의 송가가 들려온다



밤의 끝 . 귀항 어선의 조타실 지붕에 조수는 배를 깔고 눕는다
새벽 발기로 묽직해진 아랫도리를 나무바닥에 비비며 ...
둥근창에 퍽 부딪쳐 죽는 갈매기를 바라보다 ...
파도에 떠밀리는 유별난 아나고를 건지고
사투의 자국처럼 누더기가 된 몸통을 차분히 포 뜬다

한눈에 범상치 않은 탈주의 정체를 어렴풋이 읽어낸 조수 .
억센 물고기와의 인연에 비닐 잔 소주를 채우고 ....
자유를 찾은 영혼의 육신이 해장 안주가 된다
새벽술의 취기는 해풍보다 빨리 덮치고 ...
젊은 어부는 이빨에 씹히는 잔뼈의 가파랐던 생애를 떠올린다

빨강 등대를 보면서 . 바칠데 없는 열정이 가슴에 치밀고 ...
하얀 등대를 지나며 . 오갈데 없는 팔자가 저려온다
바람난 물고기를 먹었나 . 한숨 짓는 조수 .
등대 불빛이 여명의 자락을 붙잡고 ...
바다에서 맺은 인연이 환상의 빛처럼 수면을 스쳐간다



첫 전철을 기다리는 승강장 . 조수는 끄터머리 벤치에서
깊은 잠에 빠진 핑크와 화잇을 보고 ....
두개의 등대처럼 미끈한 볼륨의 몸 사이에
돌아온 물고기처럼 자리한다
술 냄새 . 바다 냄새 . 표류의 냄새 .

조수는 선택 없는 필연처럼 두 여자 사이에서
조금씩 피안의 잠에 빠져든다
새벽 어시장 역의 소나티네 풍경에
여로를 알리는 시그널이 울리고 ...

소멸하는 것들과 피어나는 것들 사이에 ......
다시 한편의 생애을 시작하는 꼬리긴 물고기처럼
노포동행 전철이 달려온다










2003 . 6. 30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