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공단 역 . 휘청이며 호프 달리다 .
green 232




커브 레일 .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을 기억하며 하차해야 한다 .
박공으로 열린 전철 입구 역광에 박힌 .... 캔터키 옛집 실루엣 ....
곡면에 몸을 기울인 열차는 시간과 의미를 비스듬히 풀어놓고 ...
대립하지 않고 순응하는 두개의 승강장에 진입 신호음이 울리면

피로한 왜곡으로 .... 전동차는 잠실방향보다 신촌방향이 더 기운다
흐릿한 투영으로 ..... 움직임은 신촌보다 잠실방향이 더 드라마틱하다
이유를 캘 필요는 없다 . 단지 순환선의 파란만장한 속성일 뿐 ...
곡면의 정거장에서는 퇴락한 순간들까지 여유를 위장할 수 있다








나는 추운계절동안 살아갈 길을 위해 .... 출구의 선택에 잠시 망설이다
2번 출구로 나간다 . 재봉사 자수사 구함 .... 해당없음 .... 하오의 공백
공단무도장 . 본투비치킨 . 티브이 욕실 완비 장기방 있음 ..... 여인숙몰
중국 100분 전화 . 남자 주방 여자 숙식제공 .... 크로스오버 ... 5번출구

다리에서 슬라브계 여인이 담배 핀다 . 육감적인 바디라인 역건물에
상승도로가 밀착해있고 ..... 밑바닥 흥건한 물기가 .... 욕정에 서사적인
구조로 보일 수도 있다 . 다리 계단을 두번쯤 오르내리면 .... 계단참
아래단이 튀어나와 있고 대신 맨 밑단이 땅에 묻혀있다

무심코 걷지말 것 . 불편한 건축이 경고하고 노랑팻말의 좌측통행 ....
부실에 엎어놓은 코미디 구호 ... 아래에서 큰 해물파전을 5000원에
먹을수 있다 . 한블럭을 차지하는 향수적인 메리야쓰 공장앞에서 ....








내의적이라함은 밀착될 수 있음이고 .... 런닝적이라는것은 흡수될 수
있음이며 .... 팬티적이라함은 헐렁헐렁하게 살수 없음이리라 ...
지하호프 알바 아줌마구함 .... 미싱사 시다 마도매 .... 초봉 100 + @ ...
23 - 40세 . 운전가능자 우대 . 스포츠회원모집 . 감사합니다 한나라당

우리 과거의 섹션 네글자 단어들 ..... 초전박살 . 부대찌게 . 구로공단 ...
변감속기 공장 .... 인재교육센터 쓰레기투기 감시카메라 작동 ... 술상자
가져가면 도둑놈 .... 화장실 아님 쓰레기 보관소 .... 장소란 가끔 남의
발을 밟기도 한다 . 찬탄할 힢 뜨거운 팬츠 슬리퍼가 지나가고



골목이 끝나는 길목 만두집에서부터 가련하고 가당한 냄새가 흐른다
개의 몰락 . 한블럭이 한자 간판의 중화거리 ..... 구육탕 개시 .... 문에
붙여둔 갱지에 함초롬히 끌린다 . 엇비슷하게 만두를 빚고 개국 끓는
김이 피고 ... 어디에나 생맥주잔 그림이 붙어있다 . 이역땅의 호프 ....

개고기 무침 + 생맥주에 발갛게 취한 남자들 .... 개의 호프를 차용한
낮술의 로망스 ..... 길목집에 들어가 개장국을 시키니 옆자리 동포들이
컵소주를 권한다 . 미소가 이쁜 할머니가 "한국분이세요 ?" 묻는다
내지인의 외로움 .... 정력에 좋다는 푸성귀는 지독한 향으로 찌르고 .......

하얀털 강아지가 홀에 돌아다닌다 . 개고기집 애완견은 ..... 마돈나의
십자가목걸이처럼 .... 변증의 마력을 짤랑인다 . 38도 소주는 청렴했고
이름이 고배라 한다 ...... 내 생애처럼 호프를 마다하고 고배를 마셨다 .








역구내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는데 .... 엉덩이에 부드러움이 비벼 든다
낯선 엉덩이와 인사를 나누었다 . 그의 티셔츠에는 단풍잎 국기가
그려져있다 . 소변기를 'ㄱ' 자로 배치한다는 것은 퀴어 배려의 건축
이라고 그가 가르켜주었다 . 코너에서 엉덩이를 맞댈수 있는 질펀함 ...

그는 캐나다에서 2년동안 다람쥐를 연구하고 돌아와서 지금은 ....
미래를 믿는 포유류 모임을 하고 있단다 . 짧은 이야기 동안 나는
그가 좋아졌지만 .... 그는 내 개고기 내음에 역겨워하며 떠나갔다

승강장에 알사탕 등불이 하나씩 들어오고 .... 굽은 튜브 홀에 밤이왔다
열린 창가에서 이마트를 바라보는 노인 ..... 앞에는 시흥에서 버스로
온 예술학교 아이들 .... 건너편에는 렌즈를 찾으려 바닥을 더듬는 아이
추억처럼 백바지들이 쏟아지면 .... 체념처럼 크림슨 티들이 사라졌다








현재를 회유하는 곡면 트랙에 시간의 간극 등불이 다 들어오고 ...
전동차와 승강장 ... 기대와 미련 사이의 틈을 기억하며 승차한다
하얀 메리야쓰 구로아리랑이 코러스로 스피커에 흐르는 .... 승강장
사람들 속에 30년전풍의 이방인이 보이고 개 한마리 뛰어간다

미래를 믿는 포유류의 밤 .... 언젠가의 호프를 유보된 잔에 채우고
알사탕 등불마다 .... 알싸하게 시간을 역류하는 거품이 피어오르면 ...
네글자로 선고한 시대의 이름역에 예정된 팔자의 순환선으로
기울어 휘청이며 ...
소망이란 이름의 전동차가
달려간다

2002 . 9. 6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