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역 . 잃어버린 카페를 찾아서
Green 241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처음 눈에 들어온게 ... 쪼그라든 콘돔이다
펑크장 모텔 . 수지는 이 여관방을 잘 안다
평택의 작은 가게집 소녀였던 수지가 ....
가와사키 옾로드를 타고 성냥 사러온 남자를 따라 ...
처음 와본 서울이 여기였다

저녁이면 ... 닭꼬치 굽는 냄새가 스며드는 창가에서
남자를 기다렸다 . 눈물을 흘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꼬치구이 연기를 바라보고 ....
늦은밤 ... 돌아온 남자에게서 여자 사타구니 냄새가 났다
사타구니와 정액과 꼬치 냄새 ... 오래된 여관방

얼음과 레몬조각을 휘휘 저으며 아이스티 한잔 마시고 싶다
열일곱이 되기전에 항문 성교까지 마무리한 소녀는 ...
여관방 벽지 무늬에 둘러쌓여 남자만을 기다리며 ....
욕실 수도꼭지를 틀면 정액이 흐를 것 같았던 어느 밤
종이 가방에 옷가지를 싸들고 여관을 나와 ....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동전 하나 없이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혓바닥의 홍차 같은 노래를 몇곡 듣고 ....
가방을 자리에 둔채 그대로 나와 ... 평택으로 돌아갔었다
샤워 물줄기 아래서 수지는 ... 그 카페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크림빛 벽에 푸른 네온이 있던 그 카페에 가보면 ....
먼지 덮인 과거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 참 지랄맞게도 오네 ... 작은호텔 커피숍을 나온 테잎맨 ...
무척 오랜만에 처녀들의 거리를 걸어보기로 작정한다
펑크장 모텔 앞에서 ... 이빨에 성냥을 문 여자가 나오는걸 보고 ...
아랫도리가 뿌듯이 부풀어 오른다 . 기특한 놈 ...
여자의 엉덩이가 애플 레코드 로고를 닮았다고 느끼다가 ...
애플 다방의 전설이 떠오른다 . 트래픽 . 데이빗 보위 ...

간장게장에 엽차잔 소주를 들이키던 남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
문득 그는 동향 남자의 어느 카페가 그립다
락에 미쳐서 개털 된 남자들이 발길에 채이던 시절 ....
막차 탄 듯 주다스 프리스트를 돌리던 카페에 ....
테잎맨은 야매 테잎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

카페 주인들이 떡라면 먹을 때 ... 그는 회덥밥 비비며 살았다
이 동네에서 메인은 금방 파도에 씻겨 가버리고
마이너들만 갯바위에 따다다 붙어서 모질게 살아가지 ....
처녀들은 야매와 복제를 좋아한다
복제의 거리 . 파도의 거리 . 양파의 거리

양파를 벗기듯 ... 이 동네는 윗물에서부터 하나씩 존이 달라지다가 ...
아래로 내려오면 여관과 니나노집으로 속내를 드러낸다
이 근처였는데 .... 카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이스 티 한잔 마시며 ... 아키나 나카모리 콧소리를 들으며
어리버리한 동향 남자 미소를 보고 싶었는데 ....










둥근굴 승강장에 비 냄새가 난다 . 쟈가는 순환선에서 내린다
기나긴 에스컬레이트에 오르면 아직도 ...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리에 꽃을 ... 이 들릴 듯 하다
건너편에서 새침한 여자들이 내려오는걸 흘겨 보다가
개찰구를 나서면 ... 머리에 붉은꽃 한송이 꽂고 싶었었지 ....

적도에 살면서 핏빛 석양을 보며 언제나 그리웠던 동네
비오는 날에 ... 첫 알바를 했던 그 카페를 꼭 찾고 싶었다 .
열아홉살 . 화장실 휴지통에 쌓인 생리대를 청소하던 기억에 ...
적도의 노을을 보며 깜짝 놀란적도 있었지 ...
남자 화장실이 따로 없어 ... 언제나 새처럼 똥 누던 시절 ....

모두 취한 어느 밤에 했던 풀몬티 스트립쇼 ...
재규어 무늬 땜에 인근 여인이 이름 붙인 ... 팬티보이 쟈가
오엠디 . 틴리지 . 오푸스 ... 리듬에 허리를 돌리고 ...
레몬 라임을 허벌나게 섞었던 크레이지 아이스 티의 맛 ...
스피커에 들어가 죽어버린 로큰롤 쥐의 자결 이야기 ....

카페의 네온은 사라졌다 . 닫힌 현관을 밀고 ... 계단을 내려간다
어두운 계단 참 앞에 ... 얌전하게 벗어둔 하이힐이 있다
오렌지빛 스틸레토 힐 앞에서 문득 목이 매인다
이유는 알 수 없다 . 여기까지 찾아온 것도 ...
문닫은 카페에 하이힐 한 컬레가 남아있는것도 ...



윈도 브러쉬가 널뛰듯 닦는 빗방울을 보며 ... 해주는 생각에 잠긴다
운동권의 위성으로 ... 감방 보다 치떨리던 낙태 수술대 ...
이대오르기는 역 에스컬레이트 이름이었을 뿐
그녀를 기다리게 했던 그는 지금 땅 장사를 하고 있다
시간은 기울기 다른 사선들을 만들고 사라진다

오늘처럼 비 오고 . 가스 자욱하던 이 거리에서 ...
숨어들어갔던 카페를 기억한다 . 시궁창처럼 ....
지문 닳게 공순이로 일할때 ... 무드에 빠져있던 개들을 보고 ...
주인이 숨겨준 맥주 창고 안에서 꺼내마신 술에 취하고 ...
주정하다 깨진 맥주병에 피투성이가 되고 ...

손님이 두고 간거라며 주인이 내민 종이가방 속에
물방울 양말 . 포플린 치마 . 레이스 블라우스 . 키티 콤팩트 ...
어슬픈 빈곤이 묻어있던 옷들로 갈아입었지 ...
아 ... 오렌지빛 하이힐 그 과분한 떼깔 ...
쫓기는 여자가 가출 소녀풍으로 변신하고 ...

얻어 입은 옷 . 얻어 들은 김수철 . 얻어 마신 아이스 티
다짐 하나쯤 휘감아버릴 맛이 질펀대는데 ....
미친놈 하나가 표범 빤스 바람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더군 ...
내가 찢기는 동안 피어오르고 있던 오랑캐꽃들 ...
그 카페가 어디쯤 있었더라 .... 해주는 좌측 깜빡이를 올린다



살라미 샌드위치에 ... 사이다를 아이스티로 바꾼다
발레 전공 대학원생 주리는 방금 점을 보고 오는 길이다
쓰리고에 피박 쓸 운세까지 알아맞추는 화투점 처녀도사 집에서
기묘한 아저씨를 보았다 . 사람을 찾는다는 ....
오래전 카페 주인이라며 ... 미친 아이스티 카페라고 했다

빗물 때리는 코팅창 바에서 1968년 제과점에 드리워진 셔터를 본다
언제부터인가 ... 이 길가에는 나란히 창을 향해 바가 놓이고
나란히 세워진 무릎들이 시간의 몰락을 참관하고 있다
뉴욕발 빵과 시애틀발 커피 . 스프링보드 발라드
동경도 열정도 유리를 타고 미끄러질 뿐이다

앙증맞은 페리도트 스쿠터와 은빛 컨버터벌이 지나간다
매달린 아크릴 간판 같은 여자들이 지나간다
국부의 허영이 머리까지 넝쿨진 남자들이 지나간다
쿠폰을 다 못 나눠준 새빨간 립스틱 아줌마들이 지나간다
탈색과 변색에 안달난 여고생들이 지나간다

블루스의 벼랑에서 재주넘기 하는 여가수의 노래가 흐른다
그 카페는 ... 윗층에 무용 의상실이 있었고 ...
야매 토슈즈 상인과 발레리너들이 만나는 곳이라 했다
야매 클리스탈 글라스에 야매 장미가 피던 언더그라운드 카페라고 ...
길가 유리벽에 붙어있는 눈동자들은 실종의 그리움들일까 .....



언덕길 아파트에서부터 다이는 목욕탕을 찾고 있다
분명히 목욕탕형 굴뚝은 보이는데 길은 어디에도 없다 . 제기랄 ...
마흔평 레스토랑 인테리어 현장 미팅을 마치고 ...
언제나처럼 사우나 안에서 컨셉을 쪼아내야 하는데 ...
쏟아지는 비에 ... 언덕길 레코드방 스피커에서 사라본이 흐드러진다

그을린 얼굴에 코큰 남자가 다이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오래전에 일하던 카페를 찾고 있었다며 ... 뭘 찾느냐고 물어본다
목욕탕요 ... 이 남자는 술 취하게 하는 얼굴 구조다 .
비에 젖은채 이상한 카페 이야기를 주절댄다
성냥개비를 쌓아올린 것 같았죠 ... 원색의 나무토막으로 ....

낙지와 소주를 앞에 놓고 남자는 카페 이야기를 이어가고 ...
다이의 술잔위에서 디자인 하나가 파르르 피어난다
옆자리에서 학생들이 학교 입구 다리 확장공사를 씹는다
철로와 터널을 막아서는 거지 같은 풍경이 되었다며 ....
입방체 소주방에서 모두 공간을 이야기한다

테이블마다 포커스 조명이 떨어지면 ... 아이스티 레몬이 반짝이고 ...
남자가 말하는대로 다이는 내프킨에 그림을 그린다
그 카페 사라지지 않았어요 ... 그대로 다시 부활할거에요 ...
술에 젖어가며 다이는 코큰 남자와 외박을 예감한다
복제는 향수를 구원한다 . 소멸도 구제한다










우산이 접히면서 빗방울이 퐁당 빠지자 ... 아이스티는 미소를 짓는다
한컵의 아이스티는 스트로가 꽂히는 순간 성별을 찾는다
그녀는 전철역 계단을 내려간다
모든 아이스티의 본성은 같지만 개성은 다 다르다
복숭아 아이스티는 제외한다 . 그것들은 락을 모르는 세대다

기나긴 에스컬레이트를 내려가며 레몬이 시럽을 꼭 껴안는다
얼음의 눈물을 티가 달래면서 서로 묽어진다
이별은 액자속 그림처럼 마련 되어있다
둥근굴 승강장에 바람이 불자 스트로가 고개를 숙인다
순환선이 들어오고 ... 종이컵 아이스티는 분리수거통에 버려진다

얼음이 녹으면 아이스티의 시간은 끝난다 . 그러나 ...
갈색 빛의 띠는 매듭을 만들지 않고 ... 티 방울들은 하수구를 따라
흐르고 흘러 ... 비가 되고 눈이 되어 내려온다 . 오늘처럼 ...
감성 짙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한잔을 마련하고
몸을 열어 스트로의 화살을 받아들인다

수거통 어둠속에서도 얼음의 눈물은 그치지 않는다
몇번의 신도림행 전철 소리가 들리는 동안 ...
꼭 껴안채 묽어지고 있는 물 속에서 ....
향수의 의미를 아는 티가 말한다

소멸하는 것은 없다









2003 . 6. 1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