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 6 . 용산역








1 . 사라져버린 나 .

지하차도 앞에 가득히 밀려있는 차량의 후미등들이 깜빡이는 ...
시간의 간격 사이로 ..... 기억은 1996년의 이미지로 돌아간다
전자 마을 재개발 계획 -
서울역이 남쪽으로 이동해가고 철로가 다 사라지고난 후 ....

외곽을 순환하는 대형 가로가 연결되고 ..... 도심속의 평원에
특급호텔과 컨벤션 센터 ... 쇼핑과 미디어 몰이 솟아오른다
신용산역에서 지하가로망은 이벤트몰로 기능 체인과 접속되고
지상에는 가로공원과 호수공원으로 초록빛 등고선이 그려진다

구시가지 안 ..... 테크놀로지의 섬에 메탈글라스의 프레임은
50층 규모의 컨벤션 플라자 빌딩이 라임블루 톤으로 빛을 내면서
가까운 국제빌딩 ... 63빌딩과 함께 삼각 스카이라인 방점을 찍고
사라진 철로를 대신해 네트워크 인프라가 이곳에서 꽃피게 된다

기능 블럭들을 잇는 가로망은 서핑의 감각을 시뮬레이션하여
통로의 다발마다 .... 가상현실의 장을 클릭하듯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형 전광판과 상황판에서는 ..... 위치 정보 프로그램으로 단지안에서
'나' 를 보여주면서 .... 속도집단속의 이탈감을 토닥거려준다 .









감성적으로 .... 과거와 고리가 되는 포인트로서 사라지는 용산역과
승강장을 그대로 복원하여 ..... 군용열차와 이별의 향수가 살아있는
메모리 홀로 두고 ..... 안개피는 주마등에 속살젖는 옛노래가 흐르고
첨단과 심연 ... 두개의 머나먼 시간 사이에 있는 구름 다리에서 ....

페이지를 넘기듯이 재빨리 지나가는 시간에 탄식할 수 있을것이다 .
어쩌면 문득 .... 옛 철로 자리위에 남아있는 신호등의 불빛을 보고
발전의 뒤로 수몰되어가는 물그림자가 창에 어리다가 ....
촛점을 상실한 복합 이미지 레이어 하나씩 희미해지면서
나 의 모습이 사라지기도 하리라 ...


2 . 밀려가는 나

건널다리 창으로 고속전철 공사장 비행등이 반짝이는 ...
시간의 간격 사이로 .... 고속 드라이브의 환상이 겹쳐지면서
오후 8시 30분의 다리에는 나가는 방향으로만 밀려가는 인파를
거슬러 오면서 남자가 여자를 찾고 있다 .








그녀의 스타일과 표정이 예사롭지 않게 겹치다가 떨려보인다
... 모니터탓인가 .... VGA 카드 문제야 .... 레버를 열심히 돌리자
오렌지는 오렌지대로 .... 서서히 64비트 트루컬러로 재현되는 그녀 ...
검색 키워드 앞으로 흔들리며 걸어오면 .... 연결완료 메시지 뜬다

여자는 의심한다 .... ROM 타잎 남자 ... 전원을 끄면 다 날아가버리고
보조기억 도시락은 어디다 버렸는지 .... 게슴츠레한 눈빛이다
키워드 언저리에 걸려 콜박스로 살랑이며 다가온게 찜찜하지만 ....
열기와 실행 메뉴 다 풀어놓고 .... 새폴더 차분히 깔고 기다려본다

빵빵한 슬롯의 여분이 자랑인 그녀 .... USB와 렌카드 주렁주렁 달고
날마다 접속대기 상태의 날나리 .... TCP IP 흘러간 체위로 찔러보까
키보드로 아스키 코드 단말 성감대를 톡톡 건드리기 시작하면서 ....
쥐대가리 마우스로 문지르자 .... 패드의 촉감이 만만치않게 전해온다

그는 아무래도 케이블 타잎의 단방향 체위를 원하는것 같다
무선에 익숙해진 여자의 아랫도리 상태표시줄이 희끄무레 묽어진다
하드웨어 문제가 아니야 ..... 그는 읽고쓰기 전용모드로 팽창해가고 ...
승인거부 .... 나른하게 실행모드로 젖어가는 그녀 .... 온몸을 뒤척인다

부르르 떨리는 남자 ... 몇번의 리부팅을 시도해본다 .... 새로운 시작
제어판을 열고 소스 프로그램을 다시 깐다 .... 메뉴바는 껄떡이지만 ...
라이센스 키 빗나감 .... 낙담한 남자가 복제성욕의 헛물을 휴지통에 버린다
걸레일망정 원본인 그녀 .... 연민의 파일을 모두 닫고 인파에 섞인다 .

여자의 시선으로 똑같은 뒷모습의 남자들이 나란히 한방향으로 지나가고
다리의 길게 이어진 창으로 공사장 불빛이 촘촘히 카피되면 ...
하행선이 연속출력 객차를 달고 지나가고 .... 달빛마저 구름뒤로 번져간다

그녀 자궁에 해적판 수정란이 꿈틀대고 .... 허수의 입덧에 눈물이 비친다
그녀의 아픔이 1024 768 완전평면 이미지로 차갑게 프레임 지어지고 ...
오후 8시 30분의 인파의 밀려 낡은 옛 역으로 떠밀려간다










3 . 남아있는 나

신용산역에 정차한 전철의 비상등이 일제히 깜빡이는 .....
시간의 간격사이로 ..... 짚시풍의 바람 한줄기가 불어와
깜깜한 지하보도를 통과해 나오면 현실의 매듭이 삐걱거리면서 ....
살찐 개 한마리와 퀭한 매니어들이 흐릿한 눈을 껌뻑이며 스친다








게임에 미쳐 스스로 게임이 되버린후 .... 그 게임을 팔고있는 서클보이 ..
지하상가 606호에서 자신을 해킹하다 옴바이러스가 되버린 핏덩이 ...
유령회사 오디오만 취급하다 살아있는 강시가 되고만 껌딱지 ....
가판대 씨디의 여고생 엉덩이가 .... 열화전차 릴레이로 뱅뱅 돈다 .

광장에는 사방에서 부는 바람이 바닥없는 회오리 하나 띄워올리고
원터취 방식과 박막 프레임과 무이자 할부 현수막이 배꼽을 비튼다
마더보더를 통째로 들어낸 남자와 칩을 흘리고 온 여자가 길을 건너고 ...
본체 타잎 부동녀에게 주변기기 타잎 히빠리가 수작을 건네온다

팔자를 스캐닝하고 싶어하던 .... 무한 이미지 벌판에 어둠이 깔리고 ...
논리 회로의 치명적 오류로 거덜난 미래에 .... 먼지바람 한탕 밀려와
광속도를 외치며 허벅지 흔드는 이벤트걸 덮치며 계단을 타오르고 ...
디지털 성욕 네온 조루의 신음을 뒤로 하고 .... 형광등 다리로 향한다

공화국 시대의 동전처럼 침묵으로 닳아온 주머니속 온기의 다리는 ....
직선로에서 기능환락의 여운을 털고 ... 감성회귀의 굴절을 한번 한다
새쉬창을 밀어열면 .... 밤바람속에 고속전철 데크가 버티고 서있고
하행선이 묵은 기대를 날리며 떠나가고 선로와 신호등이 바뀐다

오늘을 스쳐간 기억의 회로 ..... 내일에 방황하는 선택의 기로 ....
다리밑에 풀려있는 철로는 호수처럼 전자마을의 마음을 투영하고 ...
모던시대의 낡고 포근한 승강장과 .... 광속시대의 무한부품들 사이를 잇는
긴 통로에는 유난히 바쁜 발길들이 조립라인처럼 촘촘히 이어진다

밤의 공작창으로 들어가는 기관차에서 불빛이 반짝이는 ......
시간의 간격사이로 .... 테크노 바다 쇼핑 군도에 불빛이 하나둘 사라지고
순환과 퇴적의 간극 건널다리 어두운 창문에 ....
의미를 알수 없는 이미지로 .....
내가 남아있다 .











2002 . 6. 17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