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보 프라자 . 영화관이 그림이라면






영화관이 그림이라면 ...

충무로역 출입구를 나와 일방통행길을 걸어오면 나무들 사이로
멀리 원통의 뚜껑이 보이기 시작한다 . 원형으로서의 예감은 ..
적당히 붐비는 오거리까지 길에 .... 내밀한 프리미엄으로 부풀어간다

반찬통 곡면이 수저통 수직면을 만나는 광장에는 .... 햄버거 로고가
영화 포스터를 트레일러로 달고 있다 . 빨간 바다 노란 파도에 ...
새로운 영화들은 감자튀김과 쉐이크와 다진고기의 향기로 다가온다 .

보라빛 코팅라인 자동문이 열리면 가스가 들어있지 않은 노랑 파이프들을
따라 올라가 .... 몇년째 옷을 벗고있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 그녀에게
춤을 신청하기엔 거추장스러운 옷들 .... 비껴가는 욕구가 창에 흔들린다 .

블랙존 화장실 창으로 을지로가 꼼지락거리며 들어오고 ... 강변 휴게소
로비는 남산을 배경으로 빨강과 노랑이 끈질긴 동경과 상실로 떠다닌다 .
칼라 팝콘 한웅큼 씹으며 ... 가벼운 희구를 털어내고 까만문을 연다





영화관이 이야기라면 ....

충무로 역 한면을 덮어놓은 영화상 수상자들에 희미한 눈길을 덧대본다 .
결국 사라질 순간을 위하여 지하계단을 올라가고 .... 진고개 갈비탕 ...
오장동 냉면 ... 삼치구이집 아줌마를 떠올리게 된다 ... 사라지면 안될 것들 .

패스트 푸드 패스트 무비 . 푸짐한 로고 M 을 보면서 가장 먼저 볼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고 ... 액자속의 벗은 여자와 그녀를 보는 까만 남자를 보다가 ...
쟤들이 어느 영화에서 나왔더라 ... 짚어본다 . 머무는 여인 . 지워진 영화 ....

늙은 남자가 말한다 . 보링장이 있었고 ... 삼층건물 던킨에서 커피를 마셨지 .
젊은 여자가 속삭인다 . 금은방 이름 ... 극장이 영화와 오징어 사이를 이간질해 ...
늙은 남자 . 하나짜리 극장 마지막 영화할때 .... 아래층에 새끼줄을 쳐놨었어

계단참에 서있던 남자가 입장권을 찢어준다 . 입구에 화장실이 입을 맞추며
생리에 방점을 찍어준다 . 화장실은 영화관의 전실 .... 버리고나서 보라 .
혼란한 진입에 괘념치 말것 . 조폭이 절에도 가고 2009년까지 반도가 일본의
식민지일진데 .... 영화적 담론이 건축 상념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
남자 화장실 세면대에는 거울 대신 창이 붙어있다 .... 전망 좋은 방에서 ..
종로에 등을 돌리고 을지병원을 바라보는 ... 세습을 버리고 연민에 발기하는 창 .




로비의 테이블과 의자는 그림일뿐 편하지 않다 ... 커피를 마시려면 나가야된다 .
퇴장할때 한꺼번에 밀려 내려오는 돌음계단은 여운은 있지만 위험하지 않나 ....
궁시렁대지 말것 ... 영화관은 묵은 영화를 끄집어 댄다 .
301 . 302 . 공간은 들어오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것 .





영화관이 영화라면 .....

오래된 노선버스가 속앓이를 하며 지나가고 ... 교정판 필름을 들고 뛰어가는
남자와 스치며 ... 실크 스크린 전지를 안고 어린 디자이너가 걸어내려오는
오거리에 .... 건널목 신호등이 푸른빛으로 바뀌고 똑딱이 소리가 들린다 .

길모퉁이 레코드 숍에서 단음계의 피아노음과 함께 ... 여고괴담 효신이가
영화관의 옥상으로 가는 비상구를 찾는다 . 음악이 바뀌면 ... 마이크 올드필드의
종소리가 여울지고 .... 엑소시스트 리건의 파자마가 광장의 바람에 팔랑인다 .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먼지바람을 몰고가면서 ... 양들의 침묵 닥터 렉터가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오거리를 지나가는 인파를 바라본다 .
마지막 상영이 끝난 극장에 불이 꺼지고 ....

영혼의 언저리를 오가던 인물들이 탄 엘리베이터 시그널 램프가 깜빡인다 .
이차원의 발가벗은 여자 ... 마지막 상영때는 추워보였고 ... 대낮에는 허허롭고
저녁에는 고혹스럽게 갇혀있던 액자속에서 걸어나온다 .
누구보다 진지하게 벗고 있었지만 줄기차게 화면발에서 외면당했던 여인 ...
사뿐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 그녀를 갈구하던 까망 남자가 뒤따른다 .

프레임속의 인물들이 서로 만나자 ... 영화관은 소문없이 약속된 세트가 된다
을지로와 충무로의 오래되고 굴곡많은 해안선을 따라 밤바다가 밀려오고 ....
맥도날드는 가슴에 돋는 배반의 포구가 되고 ... 창 깊은 로비는 조류에
떠내려온 난파선의 갑판이 되어 .... 남산타워 등대의 불빛이 사라질때쯤에는 ...
극동빌딩 비행등이 표류하는 선창에 구원의 빨간등을 깜빡인다 .


밤새 디 아더스 필름에 담긴 이야기들은 아침 햇살과 함께 거리에 쏟아진다
역할에 미쳐버린 발가벗은 여인은 만족의 팔을 벌리고 시선을 창으로 향해 ...
필연의 드라마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아 ... 까망 남자를 늘 취하게 한다 .

신호가 떨어지면 한꺼번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오거리의 건널목에서부터 ...
현상과 편집과 복사에 바쁜 메이킹 필름 마을에 그림자로 시작된 하루가 가고 ...
오늘밤에는 ... 첫사랑의 연극반 신입 여대생 영신이 광장을 건너와 ...
군밤 리어카 옆에서 그리운 모노크롬의 한숨을 내쉰다 .

그렇게 영화는 한순간도 그치는 일이 없이 원통과 네모의 세트에서 .....
충무로의 바다로 흘러간다 .







2002 . 3. 15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