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역에 온 배



짐 자무쉬의 고스트 독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 고스트 독이 말도 안통하는 프랑스 친구랑 옥상에서 거리를 보는데 길 건너에서 목수가 배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 친구가 ...... 어이 그거 바다로 어떻게 갖고 갈거요 ? .... 하니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열심히 목수가 대답한다 . 그러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느껴지는것들이 있었다 .

안산 중앙역이 있는 중심가에 좀 희귀한 커다란 배가 하나 만들어지고 있다 . 강판들을 가져와서 매일 인부들이 길가에서 용접을 해서 선수, 갑판, 마스터가 모양을 갖추어 간다 .
원래 ...... 오래전 안산은 작은 포구였다고한다




근처에는 빼곡히 들어찬 유흥가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사라져간다
옷가게들이 늘어선 광장 같은 보도 위에서 가끔 밤이면 무명 댄서들이 새로 익힌 동작들을 연습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 가까이에 버티고 있는 야한 영화관
포스터의 반라 여인이 몸을 비튼채 지켜보고 있다 .
여대생 비밀과외 vol4 라는 제목을 옆구리에 달고 .....

이 거리에는 다른데보다 등장인물들 평균연령이 뚝 떨어진다 .... 슬리퍼를 끌고 소속감을 다 지워버린 것 같은 애들이 넓은 보도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성인다 .
손수레에 쌓인 복제 테잎에서 흐르는 리듬에 머리를 흔들고 ...

거리도 애들처럼 상처받기 쉬운 여린 모습으로 빠르게 변해간다
서울이 낳은 사생아 같은 근교 도시들 . 커가는 안산은 형 뻘 도시들처럼
사춘기도 없이 청년기에 푹 절어서 조금 씩 겉늙어간다 . 불쌍하게도
물려 받은건 못 쓰는것들 뿐이고 새로운 것들엔 적응을 못하면서 ...



바다가 보였던 오래된 고장은 세월이 가면서 메마른 땅으로 변해가고
사막에 잘 못 올라온 고래처럼 어느날 커다란 배가 갈데를 잃고 서있다

이상한 외관의 호텔건물 앞으로 난 소담스런 오솔길에서 ........
자전거를 달리는 소녀 하나가 배를 보며 소리친다 ...
아저씨 그 배 언제 바다로 가요 ? ........ 망치 소리 & 용접 소리 ........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로수길을 빠져 나간다




2000 . 11 . 25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