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 수영장 . 머나먼 다리


물이 깊지 않은 풀 ... 그는 배영하며 .... 끈적하게 밀리는 구름을 본다 .
물이 필요치 않고 기름이 아쉬운 여인들 .... 물방울이 범접하지 못할 곳에 ...
기름을 바르고 ... 그녀 배위에서 여름은 미끄러져 .... 떠난다 .
엘르 수영복 컬렉션 페이지가 팔랑팔랑 넘어가면 .... 8월의 끝바람이
자목련 페티큐어 너머 몸부림친다

그는 어깨로 딴전 피고 ... 무릎으로 욕구를 차고 ... 허리로 시선을 부른다
발톱 끝이 가리키는 곳으로 여름을 패러디한 철교에 전철이 지나간다
잉크 블루 물안경속에 그녀의 까페 라테 허벅지가 리듬을 타고 흔들린다

풀사이드 .... 그녀의 체리핑크 렌즈속으로 그의 무릎이 익숙하게 오르내리고
철망너머 .... 본네트에 통한의 성욕을 지지고 있는 전륜구동의 탈것들
콜타르빛 코팅창 안으로 ... 그의 허리를 보는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
크림슨 크로버 라벨이 삐져나와 있다 .... 클로즈 투 미 ....

욕망의 탈것 밴드는 그녀의 미동을 따라 묵시의 클락션으로 잼 세션을 하고
철망안의 여름에 갇힌 .... 노출의 미결수들을 향한 .... 관음의 배심원이 되어 ....
평결의 빵빵한 에어컨에도 .... 숨이 막혀온다 .... 사이드 브레이크 조심 ...
가야하리 .... 호프집 캘린더의 살아있는 낱장들을 뒤로하고 ... 기어를 바꾼다

오래된 철근이 내열 극한 강도에 조금씩 풀어지는 길건너 아파트 ....
긴 자살에서 깨어난 로미오 .... 비상계단으로 옥상에 오른다 ... 물가에 펼친
허벅지들의 그라운드 부페에 ... 신중하게 자살 다이빙을 기도한다
옆동의 냉방병 줄리엣 .... 선스크린 감아쥐고 ... 옥상으로 올라간다 .
두 동 사이에 걸린 비상의 짧은 다리 .... 무모한 호기심으로 몸통을 배배꼰다

.... 다음 정차할 역 이촌 ..... 푸른빛 다발형 젖무덤의 대교를 지나가는 전철
환란의 옹색한 수영복 스타가 웃고있는 스포츠 신문들이 뒤집어지고
미립자 크기로 반짝이는 풀사이드 히프가 거시적 안목으로 들어오고 ...
전철의 속도와 다리의 길이 .... 상상력의 깊이가 오묘한 난수로 떠다닌다





1991년 가을을 기억하는지 .... 넘버 포 블루 라인은 가을 수영장으로 돌아간다
풀의 얕은 수심은 기름값땜에 .... 실개천으로 찰랑이고 .... 여름의 환영이
나풀대는 코스모스 풀사이드로 ... 지친 브라의 뽕 한쪽이 굴러온다 .

가을 수영장은 그녀의 담배 연기에 모자이크 된다 ... 애타던 기름도 마다하고
식어가는 어깨 담요로 감싸고 ... 깊이 빨아 당기는 한 모금에 ... 가을 하늘
가을 강이 가을 다리위로 흘러간다 .... 지워져가는 수영복 라인 ... 하얀 맨발들이
지나간 빛바랜 풀 사이드 .... 가을 수영장은 여름이 남기고 간 빈 생수병 ...
그가 가버린 뒤 바람 .... 비욘드 블루





여름 정오의 풀에서 나오면 .... 물방울은 수직으로 그림자와 함께 하강한다
스피커에서 격동과 우울을 니코틴에 버무린 .... 한물간 가수의 탄식이 흐르면
철망을 잡고 ... 잡초넘어 빈 강을 바라본다 .... 울할매 ... 식칼 입에 물고
50년전 헤엄쳐 피난가던 강 .... 울아빠 ... 통장 입에 물고 ... 20년전 포니타고
아파트 사러왔던 강 .... 울동생 ... 비닐 젖꼭지 입에 물고 .... 1년전 혼음난교하러
넘어가던 강 .... 미망의 강 ..... 과거를 지우러 건너가던 단념의 다리 ....


겨울의 강에 눈 내리고 ... 오렌지 빛 풀 사이드에 하얀 망각선이 그려진다
흐르는 강옆에서 맴돌기만 하던 쪽팔림 다 잊고 .... 풀에는 환희도 구토도
없이 소복소복 눈이 채워진다 . .... 스피커에서 미래시제의 낡은 노래 하나 ....
풍경에 토를 단다 .... 아윌 웨이트 포 유 ....

양 옆에서 사열하는 졸개차들 외면하고 .... 푸른 롱 드레스 과천선이 대교를
지나가고 ....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얀 비단에 싸인 수영장을 본다
사라지고난 후 뒤늦게 온유하게 하는것들 .... 강을 건너며 여름과 곡선과 ...
불타며 익어간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기억의 갈피에 담는다 .

외길 도로 .... 생수 트럭을 세운 ... 빡세게 살아온 운전수 ... 철망 사이로 힘차게
오줌을 누자 ... 눈골이 패이며 ... 찢어진 페이지 수영복 모델이 미소로 젖어간다 .
길건너 아파트 발코니에서 .... 신열에 들떠 목마른 줄리엣이 수화기를 들고 ....
옥상 다리에서 .... 여름 추억에 미친 로미오 ...눈사람이 되기 직전 벨이 울린다
강변도로 .... 생수트럭에서 결심형의 옛 절규가 울려 퍼진다 .... 아윌 서바이브 ...

동작과 이촌 사이 .... 그 모든것을 기억하는 다리위로 전철이 지나간다 ...



2002 . 2. 1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