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 2 . 덕성 여고



1
some people run . some people crawl .....
some people don't even move at all .....


여름방학의 아침 . 담장길을 타고오는 여학생들의 합창소리에
발길을 멈춘다 . 이 해묵은 노래가 어떻게 ... 환청일까
정면에 보이는 건널다리에서 노래를 따라하는
한 여학생 .... 시간의 천사 같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여학생은 나를 보는 것 같다
여름교복이 마치 단종된 옛교복 같아보이고
푸른 햇살 물빛 여운 흐르는 오래된 난간 위에서 ....
여학생이 나에게 무언가 묻는 것 같다

어디로 가고 있나요 .










2
풍문여고 . 일주문을 지나 고적한 길을 올라가 ...
아트선재 . 관음전에 들르든지
정독도서관 . 금당과 열람실 법당들로 향하면서
건널다리 . 천왕문의 루대 아래에서는 세속의 정리들을 버려야 한다

재수시절의 밤 . 하숙방으로 가면서 이 다리를 지나가면 ...
다리 위에 참새처럼 나란히 서있던 여학생들이 가끔 시비를 걸었다
"야 " . 이때 돌아보면 안된다 . 그러나 돌아본다
"뭐 보냐 임마" 로 시작되는 야유와 폭언과 희롱과 굉음 ...
사천왕상 또는 도깨비 같았던 여자아이들

그녀들은 어디에 갔을까



3




덕수탕옆 자동문 내장탕 집에서 재빨리 소주를 비우고
청소 리어카 담장에 오줌 싸는 밤 열시
건널다리 위에 여학생이 서있다 . 환영일까 .
알랑 레네의 시간을 지운 공간 영화를 보고 돌아버린 걸까

여학생은 종로 타워의 발칙한 스카이라인에 빠져있는 걸까
잠깐 사이에 여학생이 다리 위에서 사라진다
술 취한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오래된 다리 위에 두개의 시간이 걸려있고 ....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4
두 갈레의 진입을 예감하는 위치에서 건널다리는
콘크리트와 기와 . 담장과 밥집 . 정적과 분산 . 기준과 이탈
사이를 나누며 눈금자 붙은 엄한 가이드라인 같다
Y형 스타킹 동선을 묶는 밴드 같다

걸음의 흐름을 한번 묶고 다시 풀어주는 건널다리 아래에서
잃어버린 것 혹은 찾아야 할 것을 떠올리기도 하고
한번도 올라가보지 않았던 작은 모뉴먼트에
삭아가는 시간의 위안을 받으며 ...

열린 문을 지나온다



5
장대비로 학교 담장 물줄기가 포물선 그리는 여름 가고
거장의 유작 영화처럼 낙엽 깔리는 가을도 가고
반납을 미룬 소설책 같은 겨울이 오고
펑펑 내리는 눈 맞으며 지나가다 ....

학교의 두 입구를 번갈아 본다 . 눈은 나란히 쌓여있다
반듯이 자른 두부 학교 건물의 정적 속으로
오래된 질문처럼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눈발 속을 스치는 어떤 사람 나는 ....
건널다리 . 눈을 덮고 서있는 . 균형의 메타포 아래에서

어디로 가는걸까


sunset I laugh . sunrise I cry .....
time oh good good time .. where did you go .......







2001 . 9. 11.
2003 . 7. 26.   Rev.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