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큐브 . 포르노와 시스템


1
광화문 사거리 . 카메라 와이드 앵글 .
한 여인이 지하도로 들어가고 .... 다른 출입구로 나왔다 다시 들어가고 ...
또 다른 구멍으로 나오고 .... 카메라 그녀에게 다가간다
어두운 지하도로 들어온 그녀 ... 약간의 망설임이 후에 ....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남은 출구를 향해 간다 .


2
모락모락 연기가 피고 ....
소프트 크림같은 똥 덩이가 떨어진다 . 카메라 패닝 . 옆 모니터 .
완강한 여전사의 허벅지가 남자의 허리를 감고 기계적으로 왕복과 회전 운동을 한다 . 여전사의 혀가 튀어 나온다 . 컨베이어 벨트에 나란히 나와 있는
쇠말뚝들이 운동과 사정을 반복한다 . 다른 모니터 . 우물이 끝없이 이어진다 . 또 다른 .... 비가 세차게 내리고 우산이 뒤집어 진다 . 블루톤 박막 모니터들에서 일제히 비가 내리고 있다 .
카메라 나오면 .... 황량한 로비에 조각배 같은 모니터방이 떠있다 .



3
수직으로 낯설게 깊고 수평으로 설레게 비어있는 로비 . 벽에 각인된 울트라 코드들이 저마다 외등을 달고 서있고 ... 바닥에 찍힌 팽팽한 바코드가 그녀의 스모크 마젠타 빛 힐에 밟히자 스커트 안으로 코드 리더기가 들어와 훑고 나간다 . 흔들리는 하반신이 에스컬레이트에 실린다 . 카메라 하강 .
유리창 밖 정원에 있는 하얀 유리대롱들이 그녀를 찌를듯이 발기해 있다 .


4.
에스컬레이터의 밑바닥 . 유리면 안에 벨트가 감기워가고 있다 .
바깥에서 직접 진입되는 출입구 앞에는 .... 영화관처럼 보이지만 .....
흑백 정장의 웨이트리스가 보수적인 공기를 만들고 서있는 밥집이다 .
담배를 사려고 편의점을 찾지만 ... 몇개의 벽 속에 포개져 있다 .
유니폼을 입은 요원들이 무전기를 꽂고 그녀 앞을 지나가고 ....
진열장 안의 꽃들을 배경으로 선 그녀 . 폐쇄회로를 타고 흘러간다 .

5.
그녀를 응시하던 눈동자들 .... 낮은 등밑에 그와 시스템이 서있다
그는 그녀를 유혹하려고 준비하고 있지만 시스템은 반대한다
기업형 아트 취향의 시스템이 아트 지향의 그를 비토한다 .
마이너리티 욕구는 복합문화의 중앙처리기에 밀려나고 ...
몇개의 버턴이 오프 싸인으로 넘어간다 .

6.
에스컬레이터 뷰로 카메라 내려오면 .. 천정에 바싹 붙어서 밥과 가격표들 .... 제각기 다른 국적의 밥들을 따로 먹는 사람들들이 보인다 .
영화관 앞 . 네모의 유리통이 안 쪽의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
밥터 의자에 앉은 그녀의 시선으로 ..... 슬라브 한겹 위로 이어지는 컷 .
아크릴빛 덥밥 - 윗층 - 정장과 디너 테이블 - 윗층 - 김이 피는 똥 /
구멍 앞 유리통 / 유리 안에 감기는 벨트 / 벨트를 따라도는 쇠말뚝 /
마스터베이션 하는 여전사 ..... 모니터의 프레임 .

7.
카메라 . 장터를 지나 바닥의 재료 분리대를 넘어간다 . 맨 끝의 영화관 앞 .
시스템에 순응하며 다리를 벌리고 방치된 공간 . 그녀는 다시 망설인다 .
유리통 앞에 몇개의 의자 .... 전면의 엘리베이터홀 .... 밥터 ..
영화표를 손에 든채 어디에든 섞여 볼려고 떠돌던 그녀 ..
출입구 옆으로 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
계단에 앉은 그녀 앞에 벽이 배를 쑥 내밀고 있다 .
영화관 문틈으로 팻 매티니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8.
유리벽을 너머 두시간 마다 열리는 문 안으로 그녀 들어간다 .
에디트 피아프가 흐르다 잘려버리고 우유빛 자막이 나타난다 .
- 냉방 시스템 작동 중단 . 시스템의 오해 . 문 밖에 얼음물 준비중 -
그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는다 .
어두움 속에서 백개가 넘는 부채가 일제히 팔랑인다 . 그의 땀냄새와 .... 어슬픈 미소와 .... 부질없는 구애가 부채 바람에 밀려다닌다


9.
스크린 . 여배우를 졸졸 따라 다니는 대머리 기업인 이야기 .
돈은 키치를 낳고 키치는 예술과 손잡고 예술은 돈을 잉태한다 . 결국
여배우는 기업인에 바람맞고 .... 다시 나타나기를 고대하며 . 끝 -

불이 밝혀지기전 ... 그가 얼른 스크린 안으로 들어가 기업인과 악수한다 .
그녀는 얼음물을 끼얹고 에스컬레이터에 실린다 .

10.
광화문 . 밤 스카이 라인 .
시스템이 옥상의 비행등 옆에서 거리를 내려다본다

힘겨운 하루를 보낸 그녀가 오래된 담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
그녀의 겨드랑이에서 종이 한장 바람에 나부끼다 날아간다 .

종이가 날아와 빈 영화관 홀에 있는 그의 앞에 떨어진다 .
그가 유리문에 종이를 붙인다 ........... 타인의 취향 .

카메라 . 먼 부감 . 콩알만큼 작게 보이는 그녀 지하도로 들어간다 .




2001 . 9. 29.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