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 아트 . 금지된 장난


오래된 흑백 영화 ........ 포탄이 뒹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두 꼬마가 흔들리는 촛불처럼 놀이에 빠져있었다 .

도시의 파편들이 반들반들 닳아진 거리에 낯선 영화 간판이 걸린다 . 상처받기 쉬운 발걸음 하나가 간판 아래 열린 공간으로 다가간다 . 길 가운데 있는 그 건물은 가슴까지 이국의 사슬 밥집으로 채워져 있고 목 위에 영화관이 붙어있다 .




붉은 벽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밥집 대기석에서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배고픈 사람들을 지나간다 . 하늘에 떠있다 강제로 잘린것 같은 계단은 유리에 싸인 아트리움이 되고 빛이 떠다니는 회랑으로 이어진다 .

대칭으로 마주하는 두개의 영화관은 반으로 접어도 하나가 되지 않을것 같게 전혀 다른 취향을 안고 있다. 문화의 반대편 샘플링처럼 1 . 2관 표를 따로 산 남자와 여자는 공동구역 매점에서 오징어와 커피를 들고는 서로 코웃음 치며 돌아선다 .

길쭉한 성냥곽처럼 생긴 극장은 느린 경사와 좁은 골로 인해 도리질하며 영화를 봐야하고 좌석에 바싹 붙은 기둥으로 불편하지만 맨 앞에 한 줄 있는 로얄석은 결코 만만치 않은 여유다 . 성냥알들이 꼭지를 불태우고 재가 되어 문을 나서는 영화가 지나가고 나면 .... 고요하고 느린 영화속의 극장은 쪽배 같다 . 서너명의 고집스런 어부들이 배를 저어 나간다 .

천안문 앞에서 투사가 떠나가고 ... 노을 빛 바다에 총성과 함께 깃털이 하늘을 메우고 ..... 건달의 꿈이 난자당한 눈길 위의 피와 ..... 바닷가 길목에서 이마에 총을 당긴 야쿠샤를 지나 .... 성냥곽 같은 쪽배가 가고 있다 .




극장은 전화도 수동응답식이고 입장권도 옛날식 흐늘흐늘한 종이다 . 매점과 커피 자판기가 있고 꼬박꼬박 팸플릿이 가지런히 마련되어 있다 . 밖에 나오면 바로 앞에 옛 짜장면 집이 있고 몇발만 더 가면 종로서적의 낡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 아직은 그런게 도시의 코어에 남아있다 .

코아는 내향적이다 . 달랑 두개의 관을 위해 매표소는 건물 안에 들어가 있어 드물게 비를 맞지 않고 표를 살수 있는 극장이다 . 매표소에서 바깥까지의 거리가 코아의 폭이다 . 그 정도 거리 넘어 줄 서기를 바라지 않는 분수를 아는 극장이다 . 불편한 객석에서도 '이만한 영화가 어디에' 라고 체념할 줄 아는 관객들이 꼬여드는걸 알고 있다 .

별로 오래지 않은 세월 전에 영화관 자리는 맥주와 커피를 팔던 곳이었다 . 문화의 전쟁터에서 생명수를 실은 영화관들이 돈의 포탄을 맞고 하나 둘 사라지고 난 후 .... 지뢰 투성이 폐허에서 밥집에 가슴을 빼앗겨버린 영화관은 낯선 꿈을 간판에 내거는 조마조마한 놀이를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

미쉘 .... 잿빛 전쟁터에서 하나밖에 없던 친구를 찾는 꼬마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렸다 . 불이 다 꺼진 건물 밖 타탄 블록의 보도위로 삐끼들이 유혹하는 밤 ... 백열등 흔들리는 인형가게 앞에서 뒤로 돌아본다 .
어두운 길에 오래된 흑백 영화의 꼬마가 서있다


2001 . 6. 19.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