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극장
사이로 흘러가라








강남역 지하도를 나와 던킨 도넛 앞에서 멈춰선다
좌판 해적판 노래들을 배경음으로 깔고 ...
복제된 패션들이 무리로 산발로 지나간다
갈등하지 말고 떠밀려라 . 균질하게 마모되거라 ...

극장 매표소는 무모한 입간판처럼 나와있다
인파 속에서 손 들고 불려나온 아이처럼 고개 숙이고
영화를 구한다 . 마치 길을 묻는 것 같다
서로 외면하는 . 새로 심은 묘목 같은 사람들이 서있다

남은 시간 뭐 하까 . 여덟개 방향의 파노라마
맥도날드 . 어학원 . 뷰티케어 . 은행 ...
시간이 많지 않은 것들이 서로 끼어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들이 승강기 홀에 ...
나란히 줄을 서거나 . 표본 위치에서 서성이고 있다

완강한 프레임으로 포개진 문들을 버리고
어이없이 좁은 팁스 계단을 오르면 ...
브랜드 이름들이 다년생 물풀처럼 다리를 휘감는다





실내계단을 올라가는 ... 이는 금지된 동선이다
금지는 항문을 간지럽힌다 . 출구전용을 역류하면서
적절하게 음탕해진다 . 이 모든 것을 간파한 ...
벽면에 발정난 그림들이 쏟아낸 객기처럼 붙어있다

그림이 많은 극장이다 . 구차한 희석이 촘촘하다
로카빌리 시대 . 창고가 많은 도시 . 그물 스타킹 여인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림으로 해장하든 멀미하든 ...
끝없이 채워넣어야 한다 . 비운채 보낼 수 없다

계단을 내려온다 . 한편을 보고 나온 것처럼
입구에서 커피 산다 . 발코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극장은 많지 않으리라 . 파란 플라스틱 의자가 있어
돌섬까지 운항하는 여객선 갑판 같다

입체 모자이크 같은 복합과 모순 덩어리 옆구리에
갑판이 있다 . 옆구리가 한가한 여자 같다
매표소를 커피 카운터쪽으로 데려와도 될텐데 ...
뽀골뽀골 붐비는 공기를 빼낼 수도 있으리라 ....










화장실에도 그림이 있다 . 싸고나서 투영하라
극장안 로비 . 작은 홀에 모든 의자들은 ...
화장실쪽을 바라보며 배치되어 있다 . 그와 그녀 ...
싸기 전후를 주목하라 . 영화는 배설을 닮았다

담배를 피려면 옥외계단으로 나가야 한다
옥외계단에서 담배는 무척 낭만적이라는걸 알고 ...
아예 흡연실을 두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담배 맛을 느낄 수 있는 극장도 흔치않다

영화 시작 . 극장 오픈 당시를 생각해보면 ...
매우 시선경사가 좋다 . 다만 단 차이가 크면 ...
코미디 영화를 보며 너무 웃다 굴러떨어질 수가 있다
꼭 앞좌석 등받이를 붙잡고 웃어야 한다

영화 끝 . 지상 상영관에서 볼때마다 . 언제나 .
변함없이 . 예외없이 . 엔딩을 중간에서 잘라냈다
그렇다고 영화비를 500원쯤 환불하는 경우 ...
한번도 없었다 . 왜 그리도 꾸준히 잘라야만 할까 ...





삼색 계단 . 형광 계단 . 단청빛 철제 계단
공허한 계단 . 가파른 오픈계단 . 드라마틱 계단
좀 위험하다는 것만 빼면 왠만한 영화보다 더 ...
공명이 온다 . 영화 보고 이런 계단으로 내려온다면 ...
그도 행운이다 . 영화의 여운은 건축이 채운다

가파르고 급하고 끊기고 끼어들고 어수선하고 ...
건물 전체가 틈새를 두지 못하고 빡빡한데
뒷면의 선큰쪽은 한가롭다 . 선큰은 홀로 심심하다
구멍은 파놨는데 모여들 일이 없다

전면에만 오밀조밀 모든 통로가 다 있어 ...
여성의 성기 같다 . 강남대로를 건너 가서 바라본다
진지하게 음탕해진다 . 안쪽으로 패여들어간 입구 ...
신비롭게 한군데에 몰려있다 . 매표소 서있다

감성적 문화적으로 탄력있게 받아들인다
이성적으로는 순환이 잘 되는 것만 들인다
음탕이 잠깐 오버했다 . 남성의 성기 같다
조급하고 강팍하고 전방위적이다



대로변 포장마차 . 모든 안주들이 포개져 있다
비닐컵 소주를 마신다 . 산 것 또는 죽은 것 모두
끼어있어야 살아간다 . 복합을 견디지 못하면
사이로 흘러 새나가면 되는 것이다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빈 틈이 많은데 앞쪽에만
몰려있는 만원버스 같은 건물 . 일부러 전면광장을
만들어보려는 소용돌이 문화 . 취기에 ......
상상은 비닐컵처럼 자유롭다

떠밀려 가는 것도 좋다
완강하게 맞물려 있는 복합건물 극장에서
영화 한편과 ... 얼마 안남은 틈새로
흘러가는 것도 좋다










2001 . 2 . 2
2003 . 10 . 16   Rev.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