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코아 . 2 + 2 만남과 헤어짐





적당히 붐비다가 한산해지는 극장앞 길가에 타일계단 도넛집 ...
전면 유리창가에 리필 커피잔을 놓고 거리 풍경에 빠져있는 노인들이
있다 . 주눅들린 볼륨으로 가끔 애비로드 앨범이 통째로 흘러나오면
맘을 비운 표정으로 하늘을 보기도 하던 그들은 모두 네사람으로 ...
각각 링고 . 조지 . 폴 . 존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안목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라면 ... 그들의 쭈글한 풍채와 손마디를
보고는 딴따라 ... 라고 짐작했을것이며 ... 아마도 낙원상가에서 값싼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내려왔으리라 단정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각별한 사이처럼 드물게 함께 하기도 했지만 거의 언제나 ...
따로 극장 근처를 느릿느릿 지나치곤 했다



극장앞 가드레일에 걸터앉아 맞은편 길가 ... 케잌 모양의 피자집과
분홍빛 셔틀버스를 구경하는 ... 귀여운 할배 링고는 ...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골목길 전통의 동그랑땡 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근처에서 무거운 로프끈을 발목에 묶고 영어공부에 번지점프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 링고는 '노노송'이나 '쉽게오지않아' ... 따위의
노래를 불렀지만 ... 아무도 늙은이에게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과연 음악을 평생 직업으로 살았을까 ... 극장 근처를 오가는
그가 영화를 보기는 하는걸까 ... 이 무위의 늙은 낭만꾼은 신조처럼
조조상영을 보고나서 ... 청춘의 불배가 건져올린 오징어 정원 같은
보라빛 거리에 끼어들어 ... 빨간 패스트푸드 불빛과 핑크버스 사이를
유영하는 .... 노랑 잠수함의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 '어떤 것'과 '삶이란 뭘까'를 애써 찾으려는
조지는 극장의 선택에도 남달랐다 . 지하관을 내려가며 창을 스미는
불빛과 짤막한 경배의 흑백사진에서 ... 성전을 향한 구도자의 자세를
갖추는 그에게 ... 화장실 복도의 느린 경사는 버림과 찾음 사이에서
영혼의 정화를 이루는 .... 의미있는 전실의 역할을 한다 .

한편의 영화 같은 접근을 위하여 객석 뒤쪽의 입구만을 이용하는 ...
조지는 벽면에 가지런히 붙어있는 보조석에서 불이 꺼질때까지 ...
잔물결 기억들을 비워내고 좌석을 찾아간다 . 영화를 보고난 그가
로비 천정의 동그란 조명판을 우러러보며 ... 힌두의 경전을 외더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 이 사유의 고독남이 영화의 강에 빠져
있는 동안 ... 어디선가 소리죽여 울고 있을 그의 기타처럼 .... 삶이란
하나의 열정에는 다른 쪽의 아픔이 있으리니 ....










곡면 매표소와 출입구 앞에서 엉거주춤 ... 광장이 되고픈 길바닥 ...
일찍 엎어진 누군가의 손바닥 자국을 밟고 서있는 노신사는 폴이다 .
그는 바하 또는 바로크 향기가 조루증 비트와 회오리치는 이 거리를
사랑한다 . 무심코 들어가서 '내버려둬'의 멜로디를 짚어보던 근처의
악기점도 사라지고 ... 흘러간 뮤비를 훔쳐보던 유투존도 문을 닫자 ...
그는 자켓이 너덜해진 엘피처럼 쓸쓸하게 가을바람을 맞는다

시스템의 노예로 태어난 불쌍한 멀티플렉스들에겐 없는 것 ... 폴은
이 극장의 자유를 사랑한다 . 출입을 통제하지 않고 몇번씩이나 볼
수 있는 포용 ... 커피와 담배를 즐길 수 있는 배려 ... ars 따위 없는
아날로그적 친밀 .. 매표소가 밖에 있어 복닥대지 않는 여유 .. 그러나
이 불굴의 일벌레는 빈약한 대기공간과 초라한 엘리베이터 홀 등 ....
불치의 상처를 안고있는 극장을 나오면 ... 오늘도 낯선 피아노집에서
'멀고험한길'의 첫소절을 두드린다 . 어제와는 또다른 날을 위하여 ...








극장 건물 3층에 있었던 인터넷 카페의 죽돌이 존은 이제 ... 버거킹
꼭대기층에 앉아 탑골공원 담장과 낙원상가 마빡의 영화간판을 본다
그는 원래 코아아트의 건달이었으나 '상상'의 화폭 ... 하늘을 제대로
즐기려고 옮겨왔다 . 행복은 따스한 총구라고 노래하던 젊은날도
있었지만 ... 옆구리에 파출소를 끼고있는 극장이 편할만큼 늙어버린
존은 ... 별빛을 따라가는 어느 할배의 트랙터 로드무비에 감동한다

보신각을 찍어두고 .... 집 나간 '엄마'를 위한 종소리를 기다리며
삼일로 허공을 잘라놓은 길 앞에서 그는 9번 트랙의 낮꿈을 꾼다
사라진 길모퉁이 철골 레코드집에서 공짜노래를 즐겨 듣고있던 ....
귀신처럼 존재감 없는 존이지만 .... 상영중인 영화에서부터 ... 거리의
패션 ... 길가에 흘러나오는 춤노래까지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 우리 머리 위에는 단지 하늘만 있다고 가르켜준 ...
이 영원한 창조의 막가파는 오늘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첫발을 뗀다



찬비 내리는 가을밤 ... 마지막 상영이 끝난 극장 앞에서 만난 네사람
.. 삐끼도 외면하는 늙은 광대들이 3가의 포장마차에서 밤새 마셨다 .
그날 근처에 머문 사람들은 ... 술취한 장발 노인들의 절규 니나노를
보았을 것이고 ... 새벽녁에 되자 두 영혼이 두 육신과 헤어지는 좀은
안스러운 이별장면까지 보았을지도 모른다 . 비는 멈추어 있었고 ...

극장 건물 영어학원에 새벽 회화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시간 ...
손바닥 광장을 지나가는 긴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 노상사의 외로운 마음 ......... 그 순간만큼 ...
노래와 잘 어울리는 텅 빈 거리를 .....
아이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2002 . 10. 19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