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 5 . 부산 송도


팬티의 여왕 .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누렇게 변한 흑백사진 .... 송도 돌섬 위에서 즐거운 여름의 한낮 가족 사진 ...
돌지난 아기가 허공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다
시간이 수평선 너머로 지나가고 ....




13살 .... 자위 ... 초콜렛빛 어둠속에서 .... 달콤하게 번쩍이는 천둥을 배웠고 ...
14살 ... 부두의 철조망을 떠나 ... 솔밭 유원지로 자위 견문 소풍을 다녔다
목이 혁이 식이 다들 잘 있는지 .... 그리고 거북이 오줌을 사먹던 몽이 ....

발에 땅이 닿지 않고 ... 흔들림에 열광하던 시절 ... 돌섬의 구름다리 ...
파도와 나란히 출렁이는 로프줄에 서면 .... 사타구니를 타고 진동이 올라왔고
꼬질꼬질 동전 털어 보트를 빌리고 .... 수평선을 한바퀴 돌아 ....

처녀의 바다 담장을 넘어가듯 .... 메마른 침을 삼키며 다리 아래로 다가왔다
인공섬으로 인해 수심이 얕고 파도가 별나게 험한 암초지역에서 ....
모험하는 자만이 꿈을 얻고 ... 부딪치는 자만이 목마름을 달랠 수 있었다 .

미니의 시대 ... 짧고 방만한 치마자락에 바다 바람 .... 언제나 그랬겠지만
흔들림에 집착하는 본능으로 ... 로프 난간을 붙잡고 샤우트하는 ... 여인들 ...
아래에는 발딱 제껴진 모가지들에 ... 충만과 신비와 몰아의 순간이 넘실댔다 .

팬티 ... 컬러 오브 퀸 빨강 ... 컬러 오브 선 하양 .... 컬러 오브 시 물방울 ...
욕설과 협박과 때로는 퍼붓는 침방울까지 견뎌내며 .... 암초더미 위에서
스쳐지나가는 것의 허무함을 이미 알고있던 사공들은 .... 부동의 경배를 올리고 ..

이것 봐라 ..... 치마단을 들어 미소를 보내는 .... 팬티의 여왕이 나타나면
충신들은 여왕의 권위에 기죽어 험난한 수평선으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다
올인원 .... 하나에 다 포함되는 주변 ... 노예들에게는 여왕만이 빛나는 존재 ...

늘어진 로프들은 살랑이는 레이스로 쪽빛 바다 바디라인을 받쳐주었고 ...
팬티를 싣고 .... 팬티를 안은 팬티 바람 다리 아래에서 ... 솜털들이 익어갔고
15살 ... 보트에 여중 친구를 태우면서 ... 구름다리를 애써 피해다녔다 .

우주의 섭리는 팬티의 생명체와 근접 조우를 불러왔고 .... 유월의 구름다리에서
옥이와 숙이를 따라가다 ... 과민한 옥이 아빠의 구두발에 코피가 터지고 ...
노란 햇살과 ... 암초위로 추락하던 핏방울 ... 여린 옥이의 흐느낌과 함께

돌섬 확성기에서 제목만으로 두근거리던 노래가 청승맞게 흘러나왔다 .
존 바에즈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







팬티의 이별 . 과거는 흘러갔다

- .... 즐거웠던 날들이 올 수 있다면 .... 아득히 멀어져간 옛날로 돌아가서 ... -
20살 . 입영전야 술자리 마지막에 언제나 코먹은 울림으로 남던 노래
인공섬 횟집에서 열병 단위의 소주 상자에 젊음을 파묻고 ...

구름다리에서 흔들리며 찢어버린 틴에이지 노트 ... 뒤로 돌아보지 말것
남포동 번화가에서 완월동 사창가를 지나온 .... 반환점 송도에서 ...
오륙도를 보며 자라온 아이들이 미래에 코풀며 ... 과거를 버렸다 .

해수욕장이란 모성이 거세되고 .... 고무 쥬브와 다이빙대가 사라져버린
작부의 바다 ... 황혼이면 몇마리 말들이 상심의 모래밭을 달려가고 ...
나무젓가락 장단에 .... 맥소롱 칵테일 초록소주와 담치국물이 질척이는 해변

모래가 줄어든만큼 술집이 늘고 ... 사랑이 떠나가고 들어선 사랑여관에서 ...
30살 . 얼룩진 침대시트에서 눈을 뜨면 .... 커턴 사이로 들어오는 일출에
구름다리 늘어진 팬티 레이스가 ... 알만한 미소를 지으며 출렁이고

시계를 팔아 채운 술잔에 넘치던 옛노래가 ... 빈바다 파도에 밀리고 있었다
- .....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 -







팬티의 몰락 . 알함부라 궁전의 추억

겨울밤 송도 윗마을 대학병원 .... 친구의 모친상에서 술잔을 비우다가
새벽바다로 내려온다 ... 그리운 해안선 ... 고래고기 해장술에 취하고
퇴기의 바다 ... 구름다리에 오면 ... 바다를 가로막는 공사를 하고있다 .




바닥이 드러나는 보트 암초지역 ... 초록빛 바위들이 고개를 내밀고
Adult 500 . Child 300 .... 바래져가는 안내판을 넘어 구름다리를 건넌다
흔들리지 않는 로프 ... 낮게 울리는 나무판 .... 길게 내쉬는 바람 .... 파도의 죽음 ...




몰락의 섬이 된 콘코리트 더미에 들어온다 ... 소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
사이다 캔 .. 초장 종지 .. 두꺼비 술잔이 구르고 .... 깨진창에 잘린 역광
수족관 안에 하늘빛 샌들 ... 개업축하 거울 ... 돌다가 미친 선풍기 ....

계단을 오른다 ... 별실 커턴 ... 공단 방석 ... 누가 누구를 유혹하던 그림자 ..
갈라진 회벽에 작은 글씨가 보인다 . - 알함부라 궁전의 추억 .... 당신과 ... -
발간 얼굴로 볼펜을 꾹꾹 눌러 순간을 남긴 .... 여인 ... 슬펐을까 ...

88횟집 개가 짓고 ... 다리에서 빨간 파카 꼬마가 달려와 엄마품에 안긴다
오늘밤엔 더 이상 손님이 올것 같지 않아 .... 태양이 깊어가고 ...
누가 누구를 기억하던 이야기 .... 비닐 포장 천막 .... 겨울 해풍에 펄럭인다

바닥이 드러나는 바다는 ..... 몹쓸 사랑 뒤에 남겨진 메모지 ...
구름다리에 .. 물빛 치마 자락을 쥐고 악동들을 내려다보는 미소를 ... 보았던가
세줄 로프가 흔들리며 .... 스패니쉬 기타의 여운이 지나간다 .... 환청일까 ....







2002 . 4. 3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