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애 . 바다 국도 호수


1977. 7

7번 국도를 달리는 버스 안 . 작은 팻말 본다 .
남애 해수욕장 - 학섬으로 이르는 오솔길 . 호수와 바다 .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사정해서 정류장도 없는 길바닥에 내린다 .
밤 . 바다가 보이지 않는 해수욕장 .... 도박처럼 방갈로를 얻는다 .

다음낮 . 호수 잔디밭에서 따가운 국도를 맨발로 지나오면
꿈을 건너온 바다 하나 그대로 비어있다 . 백지 같은 바다에 ...
몇자루 연필같은 파라솔 ... 필통 하나 - 샤워장 .

왜가리떼들의 비밀의 언덕 - 학섬에서 줏어온 깃털을 하나씩 머리에 꽂고
국도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 동네 경운기 짚더미에 누워 떠나온 저녁 ...
석양빛 호수위로 왜가리떼 하늘 귀퉁이에서 둥지로 날아간다 .




1979. 8

호숫가 제방의 하얀 돌에 시간이 금을 그어놓고 ....
불같은 태양빛에 고요하게 익어가는 오후 .... 베낭을 꾸리고 남은 동전과 바꾼
소주로 방갈로 밑둥에서 마지막 파티 .... 취해서 국도 다리위를 질주하고
왜가리가 돌아오는 시간을 알아 맞출때쯤 .... 바다를 떠나온다 .

1980. 8

강릉행 열차 4시간 연착 . 마지막 버스가 포구 아래에서 섰다 .
국도를 걸어걸어 ... 자정 너머 도착 .
다음날 ... 왜가리처럼 호수에 잠겨 학섬으로 가보기로 했지만
익사를 면하는 정도에서 중간에서 돌아온다 .

1981. 8

그전까지 백사장에 있던 군 초소가 잔디밭으로 들어오자 붐비는 호숫가 .
방갈로 대항 야구 시합에서 .... 파울볼이 초소에 들어가자 엄중한 경고 받는다 .
밤 . 군부대의 라이트가 깜빡이고 ... 군사정부의 파도 소리에 섞여 ...
백사장 텐트 맥주집에서 아바와 현철이 쌍쌍 파티로 들려온다 .

1982. 8

밤늦게 찾아가니 잔디밭 전부가 미륭건설 직장 휴게소라며 돌아가란다 .
낮에 다시 와서 모래밭 긴 테이블에서 막걸리 마시고 레드 제플린 듣는다 .
흐린 하늘 . 모래바람 . 철지난 바다 . 파라솔이 뽑힌 빈 구덩이들 ...
바다만 보면서 취해가고 ... 무한의 시대가 바람에 날아가고 ...

1988. 7

썰렁해진 잔디밭 . 한심한 잡풀더미에 방갈로가 몇개만 남아있다 ...
민박에 들었다가 밤늦게 방갈로를 얻어서 소주 마시고 ..... 취해서
출입 통제하는 바다에 들어간다 .... 총 맞아 죽자 ....
때리는 빗방울 .... 삼킬것 같은 파고 . 깜깜한 밤 . 절망적인 해안선

1995. 8

밤 . 버스기사가 새 남애 해수욕장에 내려준다 . 요란하고 낯선 표지판 .
국도를 따라 옛 남애를 찾아 걸어간다 . 확장된 도로에 트럭이 질주하고 ...
다시 찾은 호숫가는 쓰레기더미가 되어 있고 ... 방갈로는 사라졌다 .
민박에서 막걸리랑 멸치 ... 해변 나이트에서 서태지가 악을 쓰고 있다 .


1998. 11

인구에서 오는 시내버스 창으로 바다를 싸고 철조망이 가로막혀있다 .
굴다리가 만들어졌다 . 더 이상 국도를 맨발로 가로지를 수 없겠군 ...
.... 철조망 안으로 보니까 더 멋지지 .. 라고 위안하던 겨울 모래 ....
영화 바톤 핑크의 마지막 장면 ....
천국 구내이발소 그림 같은 바다




1999. 12

가게집에서 캔맥주 사는데 아줌마가 철조망 쪽문을 가르켜준다
빈바다에 홀로 앉으니 ... 멀리 점처럼 보이는 사람 하나 더있다 . 빈바다 두 점 다른 점에서 겨울바람 타고 노란 캡이 날아와 ... 모래위를 구르다 사라진다
캔맥주 다섯개 ... 해변에 오줌과 1CC 눈물로 버리고 오니 .... 수평선에 노란캡

2001. 7

주차장에서 인상 좋은 토박이 총각과 만남 .... 그의 나이 스물 넷 .
발꼬락 터럭까지 비치는 푸른 바다 .... 토박이가 조개를 가득 잡아 준다 .
파도를 타며 바라본 ...... 하얀 구름이 옛노래를 흥얼거린다 .... Let it be

호숫가 빈 낚시대 ....... 물고기가 튀는 황혼 ... 아직도 손짓하고 있는 왜가리떼



돌아오는 7번국도에서 수평선에게 보내는 편지
내 오래된 친구 남애에게 ....




2001 . 10. 17.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