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동명극장



자갈치 시장은 이름에서부터 부산하고 활기가 넘치고 ... 전철 정류장 두개가 지나가는 길고 넓은 지역이다 . 시장을 끼고 버스가 다니는 일방 통행로와 남포동 큰길 사이에 동명극장 이라는 영화관이 있었다 .

칠십년대와 함께 어느날 사라진 극장은 문을 닫은 후에도 이십년 가까이 노란색 콘크리트 덩이로 기괴하게 중심가에 남아 있었다 . 그와함께 주변은 슬럼화되어가면서 주변에는 지난날 극장이 있던 시절의 정취가 뿌옇게 묻혀져 가버렸다 .  최근에는 여기에 아파트 모델 하우스가 들어서고 서너군데 노점상이 있다 .

남포동 중심부의 극장가와 거리를 두고 동명 극장은 자갈치와 함께 바다를 안고있는 특이한 문화의 핵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 밝은 빛의 커다란 건물에 삼층까지 객석이 있었고 화장실 창으로 바다와 발동선들이 보이던 극장은 ...... 주로 외화를 상영하면서 헐리우드의 꿈들이 바닷바람과 함께 항구도시에 가장 먼저 머무는 곳이었다 .




사라진 스크린에서는 형사 진 해크만이 숨막히는 자동차 추격을 했었고 시드니 포에티어가 학생들 앞에서 춤추는 영화를 보려고 어려웠던 시절 고딩들이 줄을 잇기도했었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동안 씻지도 않은 얼굴로 시가를 피워대고 있었고 ... 핏물을 덮어 쓴 시시 스파섹이 애들을 질겁시키며 돌아왔었고 .... 장 루이 트라디낭은 아느크 애메를 만나러 빗속에 파리로 가고 있었다 ... 게리 쿠퍼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코를 피해 키쓰를 하고 종소리와 함께 사라져갔다 ...

그 많았던 꿈들과 함께 지난날 이곳은 젊음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 극장 담벼락에 나란히 붙어있던 노천 미싱점포들에서 70년대의 십대들은 구제품 청바지를 가져와서 줄여입고 .... 길 하나 건너 번화가인 남포동으로 진출해갔다 . 말 두마리가 양쪽에서 바지를 찢어보려는 상표의 쌍마라 불리던 제왕 청바지가 주름 잡았던 이 지역은 중고 패션의 메카였다 .

월남전과 함께 미군 레이션 상자들과 염색한 군복들이 노점에 널려 있었고 영화 간판에서 더티 하리가 인상을 찡그리며 ......... 엉덩이가 끼게 바지를 줄이던 장발들을 노려보고 있던 ... 바다와 청바지의 블루톤 거리이기도 했다 .

오래된 옛 풍경으로 극장 앞에는 흔히 제과점이 있었고 ........ 빼놓을 수 없는 곳 라파엘 이란 이름의 다방이 있었다 ....... 롤링 스톤즈 라이브에서 오티스 레딩 ... 프로콜 할룸 ... 주옥같은 복사판이 돌아가고 하얀 빛의 병원 주사실 같은 인테리어에서 영혼을 부르던 락이 울고 있었다 .

길을 건너면 꼼장어와 고래고기가 지천으로 널린 좌판의 행렬속으로 영화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 극장이 사라지면서 그런 활기찬 젊음이 하나씩 자갈치를 떠나가고 ... 문화는 바다쪽의 한 축을 잃고 중심으로 편중되어 갔다 .

한때 먼데서 들어오는 밤배에서 극장의 네온 빛이 보이면서 바다가 영화와 함께 꿈을 꾸던 시간들이 있었다 . 어느날 마지막 영화가 끝나고 네온이 꺼진후 어두워진 빈 극장으로 황량한 갯바람이 객석을 쓸고 지나갔다 .
영화가 잊혀지듯이 사라진 영화의 거리가 지워져갔다



2001 . 2 . 19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