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음부 건널다리
by RAN



달이 사과 속살 노란빛으로 녹진하게 물들어간다
스토커의 오두막 안에는 붉고푸른 사과들이 천정에 매달리고
방바닥 솜 속에서도 굴러서 ... 풍만한 알맹이를 애타게
만지다가 목이 하얗게 타면 삼키듯 먹어치우는 것이
이 가련한 남자의 몸부림치는 저녁식사다

밤이 깊어 자신처럼 외로운 달이 꼭지없이 차오르면
홀라당 벗고 밖으로 나와 달쪽으로 성기를 곧추세우고 우뚝 서서
사과 껍데기를 온몸에 칭칭 감은채 자위하고 ...
정확하게 준엄하게 통렬하게 ... 사과나무 뿌리위에 사정한다
정갈한 스토커는 가지를 더럽히지 않는다

날이 새파란 과일칼 들고 나무에서 나무로 뛰어다니며 ...
막 따낸 사과를 깎아 속살 알맹이 아작아작 씹고
벗겨낸 살갗 . 껍데기 주렁주렁 달고 . 여섯차례 자위를 마치면
사과 껍질 망토를 걸친 나무사람처럼 ... 달을 향해 서서
눈물을 흘린다 . 그리움의 깊이만큼 울고 있노라면
새하얀 달무리가 대답처럼 서럽게 흘러간다



도서관에 황혼이 질때쯤 스토커는 병원에 가서 루사를 만나고
깜깜해지기 전에 오두막으로 향한다 . 병원에는 ...
밤이 일찍온다 . 창가에 등불이 몇 개 밝혀지지만
통로는 꽁꽁 밀폐된채 차가운 어둠이 식물처럼 자리한다
나는 회진 의사처럼 비밀통로로 병원을 돌아본다

병원에는 환자와 스탭 . 청결과 오염 . 처치와 회복 .. 등으로
통로가 이중으로 구획되어 있는데 두 통로 사이에 ...
축이 되는 비밀통로가 하나더 있는 것이다
아몽 건축물에는 벽체가 깊다 . 죽음을 안치하는 공간 때문인데
수술 받다 절명한 사람은 여유공간이 있는 한 ...
수술실 벽에 묻어주는 것이 고인에게 최선의 선택이 된다

건물속 죽음의 공간 . 그 전모를 아는 것은 건축가 뿐이다
건축가는 운명의 갈대숲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 벽체 사이 통로 사이 길을 가고있다
암흑속에서도 틈을 찾아내는 것은 벽면에 아주 미세하게
금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 일반인은 결코 감지할 수 없는 흔적으로
1밀리 간격 세개의 세로줄이 가늘게 패여있다

가운데 줄 바닥에서 천오백 밀리 지점에 바늘 열쇠를 꽂으면
문이 열리게 된다 . 세개의 줄이 있는 것은 ... 아무리
정확한 스케일 감이 있더라도 일밀리쯤 오차는
나오기 때문이다 . 아몽의 건축학도들은 어릴때부터 피나는
수련을 받아서 ... 온몸을 줄자처럼 사용할 수 있다
미터는 팔과 다리로 센티는 손가락으로 밀리는 손톱으로 정확히 잰다



아몽 종합병원의 건축 컨셉은 여성이다 . 내가 사랑한 네명의 여성 ...
병동 . 외래 . 중앙진료부 . 사무 부서에 각각 그녀들의
신체구조를 모듈로 설계하였다 . 그리하여 나는
어둠속에서도 ... 모나의 젖가슴 사이즈를 더듬어서
기둥을 찾아내고 ... 나오미의 엉덩이 폭으로 창틀을 짚어내고
미미의 팔길이로 통로폭을 감지하는 것이다

아몽에서는 고정 모듈의 죽은 건축이 거의 없었다
외래의 기준평면은 33. 24. 34 의 격자를 기본으로 한다
풍만하게 성숙한 지지의 몸 . 그 체현속으로 ...
환자와 스텝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 영원히 식지않을 따스함으로 ...

여성은 복합되고 중첩되고 반복되어서 ... 병원 전체가
한 여인의 심신을 이루도록 하였다 . 응급실은 발 . 병동은 가슴
외래진료부는 다리 . 중앙진료부는 자궁 . 영안실은 내분비 ....
물리적인 스케일은 네 여성을 기준으로 하였고
감성적인 하모니는 네 여인을 합친 이상적인 여인상이 모델인 것이다

지금은 기나긴 코마에 빠진 여인이지만 몸매는 그대로 남아있어 ...
나는 그리운 기억을 더듬으며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여성으로 병원은 외로움의 병이 깊어 ... 어디에도
문을 열어줄 수 없는 ... 모든 틈이 막혀버린 가련함에 빠져있고 ...
그녀의 황폐함 속으로 나는 지나가고 있다



중앙진료부 3층 . 수술부와 마주보는 중환자실 3106호에 있는
루사는 희귀한 혈액 질환으로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다
대이동 당시 병원에서는 아무 가망없는 이 환자를
포기하면서 ... 상당량의 주사약을 함께 두고 갔다 . 누군가
환자를 발견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해주라고 ......

깡패 사사는 조직에서 파문을 당한후 살아서는 아몽 사회에
돌아갈 수 없는 형편이라 ... 병원에 눌러붙어 있었다
심한 린치를 당하고 중환자실에 있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열다섯살 루사를 다시 보게되면서 ... 그는 밤마다
시간하듯이 루사의 엉덩이에 욕정을 배설했다

천재 지능의 사사는 단지 성교를 더욱 생동감있게 하고 싶은
목적으로 ... 의학서적을 읽고 피검사를 하고 ... 어차피
남아도는 시간에 루사의 치료에 정성을 다 쏟았다
호모 섹스 때문인지 사사의 얼치기 약 때문인지 ...
의식이 돌아온 루사는 숙명처럼 사사를 기다리게 되었다

저녁이면 여성 환상에 미쳐있는 스토커의 말발 세례를 받고
밤이면 색마 사사의 정액 세례를 받으면서 ...
백지처럼 깨끗한 루사의 의식에 섹스의 발자국들이 마구 찍혀가고 ...
룸과 살롱이란 단어를 주문처럼 외우던 어느밤
현실과 경계가 희미한 꿈에서 깨어나 ... 기적처럼 ...
복도의 원형질 어둠 속으로 나온다



벽을 타고 들리는 여성의 숨소리를 따라서 루사는 ...
건널복도까지 온다 . 정확히 15.9 미터를
난생처음 스스로 걸어온 것이다

양쪽 창으로 희미한 달빛이 들어오고 ...
바닥에 찰랑찰랑 물이 흐르고 있는 이 복도는
서병동과 본관과 기숙사동 사이 삼각주 공간을 잇는
건널다리다 . 달빛이 물위에 비치는 ....

이 건널다리의 건축 컨셉은 ....
외음부였다



2003 . 10 .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