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 붕대쇼 . 거즈쇼 . 반창고쇼
by RAN



목욕실 거울앞에서 발가벗고 아랫도리를 꺼내본다
창밖에는 불빛 하나 없고 침묵하며 고개 숙인 존재 ...
익은 그리움에 표피를 비비자 돌연한 존립이 마주보고
단단한 외로움 가에서 존속은 끝내 울먹이고 만다



은반의 요정 . 열한살 타라는 여름 저녁 돌연히 우유배달부를
좋아하면서 아이스링크를 떠나 목장에서 죽치며 남자를 기다렸다
돌발성 짝사랑 증후군이 손쓸 수 없이 깊어져 실연병동에
실려왔고 ... 가여운 소녀는 십대를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힘겨운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면 ... 주변이 발칵 뒤집히게
짝 없이 황당한 남자에게 빠져들었다 . 사랑은 이루어지는 예가
없었고 남자네 집 또는 직장 근처에서 탈진해 쓰러지고
구급차에 실렸다 . 찍힌 남자들마저 모진 강박증에 시달렸다

성장기라 홀몬치료를 할 수도 없었던 타라는 병원 공급부에서
재활 작업을 하던 1971 초여름 서른살 연상 직원 하고를
좋아한다 . 단순 우직 소심한 하고는 타라를 따돌리다 계단에서
실족하고 정형외과 병실에서 잊어달라는 하소연 편지를 쓴다



중증 짝사랑병과 함께하는 빼놓을 수 없는 정신질환이
무한 오해다 . 지하 가공실에서 맘 잡고 열심히 일 배우라는
하고의 편지를 ... 그곳에서 기다리라는 말로 처절하게 오해한
타라는 병동용 리넨으로 가득찬 방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대이동이 임박하면서 타라를 돌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6살 . 화류도시에서 사랑 한번 못해보고 전율할 전기치료 따위만
줄창 받고 자라온 타라는 하얀 순면의 방에 갇혀버렸지만 ....
들뜬 마음으로 자신과 하고의 옷들을 만들며 살았다

속옷 . 환자복 . 예복 ... 엉성한 하얀 옷들이 쌓여갔다
겨울의 길목에서 영안실 소녀 제니가 가공실 문을 열지 않았다면
타라는 리넨과 함께 생을 마쳤을 것이다 . 섬광 같은 영감
제니는 타라를 3209호실 마다에게 데려다 주었다



한동안 창녀고시 예상문제집 펼치고 날밤 지새웠던 타라는
첫눈에 병동 여우 마다에게 빠져든다 . 비상한 직업관을 자랑하는
마다는 어린 타라를 핥기 시작한다 . 혀놀림 훈련용 타깃으로
숨가쁘게 피어나는 몸 깊은 구석까지 밤마다 휩쓸고 다녔다

물풀의 혀가 완숙 되는 동안 . 실핏줄 어리는 솜털 살결은
뜨거운 초콜릿을 부어놓은듯 향기로 끈적이며 녹아갔고 ...
차가운 딸기를 으깨놓은듯 풋풋히 터지며 조여들었다
혀가 머물면 이빨 입술 코 턱이 덩달아 환상궤도로 문질러댔다

천둥 치는 밤이 지나면 날마다 몸은 변해갔다 . 시도때도 없이
시뻘건 혀가 떠오르면 타라는 치골뼈조각이 돌발한 열기로
녹아가는 것 같아 ... 엉덩이를 들썩여야 했다 . 가슴이
여름꽃처럼 피어나고 눈빛은 가을낮달처럼 몽롱해져 갔다



불치의 짝사랑병이 물리칠 수 없는 증상에 자아부정이 있다
뻑하면 숙명의 비련처럼 자신을 깡그리 팽개치면서 ... 언제까지나
비련의 물가에서 뛰노는 아이로 남고만다 . 그녀를 미치게한
두이름 ... 마다와 하고를 따와서 타라는 이름을 마고라고 바꾼다

다리 사이에 혀가 들어오면 뜨신물 좁은길을 거슬러올라 ...
등뼈를 타고 가슴을 지나 목구멍에서 미끈대며 깊은 파국처럼
자신의 혀를 덮쳐버릴 것 같아 ... 마고는 숨 끊어질 듯 신음하며
혀 빼물었고 낮에도 밤생각만 나면 혀를 헬렐레 내고 있었다

미와 몰아 . 뭐가 먼저랄 것 없이 앞다투어 마고를 피워냈다
이쁜만큼 멍해지고 . 멍한만큼 눈부셔졌다 . 봉오리 터지는 나이에
된통 임자를 만나 발톱끝에서 머리칼까지 온종일 은종이 울렸고 ...
주체할길 없이 뜨거워진 날엔 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풀곤했다



수술부가 열리고 밤마다 술자리 흥청대면서 . 마고는 붕대쇼로
하얀공주가 된다 . 붕대쇼는 흔해빠진 병원 스트립쇼지만
마고는 달랐다 . 아몽 피겨스케이팅 꿈나무 시절 유연성으로 ...
못이룬 꿈을 엉뚱한 플로어에서 미련없이 불살랐다

마고 붕대쇼 = 포르노 본디지 + 리본 체조 + 의료 변태 ...
발 붕대 쥐고 연속 회전 또는 머리 붕대 돌리며 공중 3회전
등등 ... 난이도 높은 기술로 쇼를 때마다 엎그레이드 했고
갓익힌 몸구석 애타는 성감들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그녀는 떴다 . 연서들이 문틈을 파고 들었고 . 쇼는 수술방마다
술자리 황금시간대를 차지헀다 . 잠 줄여가며 거즈쇼 . 반창고쇼도
개발해냈다 . 터질듯한 가슴에서 반창고 찍- 뜯어내면 발작에
까무라치는 수련의도 있었다 . 그녀는 타고난 쇼걸이었다



그런지한 거즈쇼에는 빨간약 노란연고 뒤덮인 거즈를 문지르며
오렌지빛 몸통을 우수 깊이 흐느적댔고 ... 여린 속살 온몸에
혼돈의 굴레처럼 반창고 덕지덕지 붙이고 나와 통렬하게
뜯어내는 반창고쇼는 함께하는 모두를 울부짓게 하였다

공급부에서 잔뼈가 굵었고 . 리넨방에 갇혀 살았던 마고에게
의약품 쇼는 곧 일상의 집약이었다 . 짝사랑병 환자답게 허영의
욕구로 넘치는 마고는 댄서보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엉성하고 비구상적인 리넨 옷들을 죽자고 만들어냈다

마고의 성장에 야릇해진 마다는 훈훈한 비밀선물을 내린다
커튼 뒤에서 자신과 스토커의 자위 맞짱을 구경 시킨 것이다
소녀의 감각에 천둥이 쳤다 . 처음 본 남자 대롱과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들 ... 그밤 이후 놀랍게도 마고의 디자인이 튄다



대롱에 닿은 스토커의 다섯 손가락은 라커가 기타줄 다루듯 ...
피아니스트가 랩소디를 두드리듯 ... 튀고 뜯고 펼치며 몰아갔다
숨막히는 핑거링이었다 . 남자 자위는 구름을 흔드는 바람이구나 ...
마주앉아 의자 아래로 주름물 뚝뚝 흘리는 마다가 소박해 보였다

때로 끈적한 거미같고 때로 여린 깃털 같은 손길에 시뻘건
대롱 대가리가 입을 벌리며 반질반질한 물기를 내밀고 ...
터져나오는 소리에 마고는 커튼을 이빨로 악물며 버텼다
안개빛처럼 뿌옇고 허연 물기가 울컥이며 튀어나오면 ...

마고 이빨에 커튼 찢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 그보다 두사람이
더 큰소리 지르며 목을 뒤로 젖혔다 . 맞짱 자위를 마치고
커튼 열어보면 ... 익어버린 속살에 미쳐 . 분출에 미쳐 ...
마고는 한웅큼 커튼 입에 물고 질식해가고 있었다



새빨간 드레스와 안개빛 속옷이 나왔다 . 영안실 제니에게
새틴이랑 야한 천을 얻어와 마고는 커튼뒤에서 본것들을
옷으로 표현해냈다 . 디자인은 이성의 성기에서부터 피어났다
옷들은 대롱 까뒤집기 바람잡이 마다를 위한 헌정의 몫이 된다

전문직업인 마다의 투명한 혜안이 스토커의 사과빛 외로운 대롱을
거쳐 마고의 외통수 호기심에 걸리면서 ... 천상의 창조 감각이
불타올랐다 . 귀두 컬러톤에서 루비레드빛 시스루 드레스가
나왔고 . 사정의 역동성에서 은빛 스틸레토 샌들이 나왔다

디자인은 노가다로 익어간다 . 사사 등쳐먹으려 눈깔에 핏발선
마다가 족치자 ... 참을길 없는 욕망 이빨에 뜯어먹힌 커튼을 보며
눈물로 디자인 한 것이 그물팬티이다 . 감격한 마다는 물풀의혀로
보은 맛사지 해주었고 마고는 성취의 축복에 울면서 까무라쳤다



붕대쇼는 한없이 요기를 더해갔다 . 스토커의 표현대로 사과를
깎아먹는것처럼 붕대가 풀렸고 . 도다리 말대로 태초의 수술자국을
확인하듯 두근댔다 . 남자들이 몸부림쳤지만 . 마다의 이데아로
학습된 마고는 담담했고 . 다만 짝사랑병이 움틀대고 있었다

수련의들의 선물이 쌓여갔다 . 들개 눈깔 브로치 이빨 목걸이 ...
마고는 특히 숫들개 생식기 껍질로 만든 골무를 사랑했다
노릿한 골무를 엄지손가락에 끼고 까닥이면 뱃속 깊은데서부터
따스함이 뭉클댔다 . 잊혀진 부성애의 낙엽향 같았을까 ....

밤마다 꿈마다 마고의 의식 은하에는 남자 대롱이 나타났다
때로는 길게 휜 은빛 섬광 같았고 . 때론 노란 안개에 휩싸인
모래기둥 같았다 . 여름태양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볼록한
쇠굴뚝에서 퍼져나오는 흐린 연기에 숨이 막혀오기도 했다



누구라도 펄쩍 뛸 남자를 마고는 찍었다 . 뇌수술로
바보가 되어버린 외과팀의 영원한 수술 모델 몬도였다
기쁨도 슬픔도 없이 하염없이 우두커니 고개 모로 기울인
남자에게 마고는 미쳐갔다 그의 대롱을 본 이후로 .....



2004 . 7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