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성교의 그림자
by RAN



영혼들의 통로 . 비통행 복도에 나는 가만히 누워
내 팔뚝에 피가 뛰는 소리를 듣는다 . 이 순간
피가 흐르는 느낌보다 더 치열한 무엇이
있는가 .....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아라는 루사 몸을 압박하는 붕대를 풀면서 박동 소리를 듣는다
붕대보다 훨씬 더 하얀 피부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
아라는 눈썹 없는 커다란 눈을 몇번 깜빡인다
투명하도록 맑은 도기 같은 아라의 손이 지나가는 자리에
눈부신 루사의 어깨 가슴 배가 드러나고 ....

천정에 매달린 램프빛 하나로 어둑한 수술실 01O방이
소년 소녀의 살결 빛으로 환하게 밝아오고 ...
루사의 아랫도리 붕대를 벗기면서 아라 목에 연두빛 비늘처럼
옅은 무늬가 물결치듯 지나간다 . 아라는
루사 다리 사이에 매달린 열매 같은 대롱을 유심히 본다

연보라 잎맥처럼 실핏줄이 유난히 드러난 대롱과
주름이 빼곡히 둘러싼 코코아빛 두 방울을 ...
봄 가지에 올라온 하얀뱀처럼 아라의 손가락이 감아쥐자
램프빛에 솜털만 반짝이는 아라의 민머리를 감싸는
루사의 두 손이 ... 하얀 면사포 같다



아라는 모른다 . 아까부터 다리 사이에서 등뼈를 타고 올라오는
열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 두시간전 촘촘히 음부에
발라둔 해당화 연고의 약효를 건널다리에서 잠든 사사도 결코 모른다
아라 몸 속의 꽃성분에 들어온 약발이 느리고 질기게 ...
불길처럼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다

낯익은 냄새다 . 루사는 해당화 연고 냄새에 익숙하게 반응한다
사사는 언제나 엉덩이 속으로 딱딱한 대롱을 밀어넣기 전
항문에 연고를 듬뿍 발라주었다 . 내 작은 항아리 ....
라고 속삭이면서 미끈대는 둔부를 어루만지는
그 순간만이 루사에게는 잠깐 행복하였다

붕대가 다 풀렸다 . 미소년의 눈빛 몸 앞에 꿇어앉은
아라의 목에서 발끝까지 연두빛 비늘무늬가 휘감으며 지나가고
루사의 턱에서 발목까지 보라빛 곡면이 물결치듯 흘러간다
두 아이는 닮았다 . 아라가 짧고 뜨거운 숨을 토해내자
루사는 길들인 강아지처럼 수술대에 올라간다



"지 금 넣 어 도 돼" 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인채 말하며
루사는 수술대에 엎드린채 다리를 조금 벌여준다
잠깐동안 . 루사는 이 사람에게는 사사처럼 딱딱한 대롱이 없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 약물에 쩔어있는 루사의 판단력은
안개 짙은 밤 달빛처럼 오락가락할 뿐이다

무엇을 넣다니 ... 아라는 소년의 항문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을
해보지만 . 그녀 역시나 약에 취해 사고를 지속하는 순간은
덧없이 짧을 뿐 . 본능이 가는대로 . 눈 앞에 보이는대로
손바닥에 알맞은 볼륨의 소년 엉덩이를 쓸어보다 ...
사사가 자신의 젖가슴을 그랬듯이 두손으로 애틋하게 주물러본다

눈을 꼭 감은 루사는 비닐 베게에 머리를 파묻고 ...
뜨거운 살덩이가 몸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데 의아해 하다가
엉덩이를 지나 등을 문지르는 손길을 느끼자 . 느닷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 너무 오래 엄마를 잊었던 루사는 눈물을 흘리며
등을 돌리고 그녀가 보고싶은걸 미치도록 참는다



오렌지빛이야 ... 아라는 소년의 등짝에 보라빛 커브가 사라지고
오렌지 톤으로 물들어가자 카스타드빛 달을 보는 것 같아 ...
어깨를 끌어안는다 . 소년의 얼굴을 돌리고 촉촉해진
눈자위를 만지며 ...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아라는 손바닥에 소년의 눈물을 담는다

눈물을 혀로 핥으며 아라는 눈빛이 아득해진다
수술대 위에 꿇어앉아 몸을 겹치며 ... 끝이 두갈레로 갈라진
아라의 혀가 소년의 턱을 지나 입술 속으로 들어간다
물기 없는 솜털 꽃잎 같은 소녀의 혀를 루사는
가만히 빨아본다 . 침 속에 꽃이 진다

아라의 혓바닥은 꽃잎처럼 뚝뚝 떨어져 소년의 침 속에 하나씩
녹아간다 . 입 속 가득한 향기에서 빠져나와 아라의 혀는 ...
지치지 않는 붉은뱀처럼 소년의 목 가슴과 배를 거쳐
대롱을 핥는다 . 갈레진 혀가 대롱을 감싸자 ...
루사는 솜털이 조여드는 촉감에 허리를 비튼다



소년의 대롱은 결코 딱딱해지지 않는다 . 딱딱한 대롱을
알턱이 없는 소녀는 자연스레 ... 서로의 생식기를 꼭 마주한채
간절하게 문지른다 . 소녀의 음부에서 라벤더빛 꽃잎이 펼쳐지면서
핑크빛 꽃술이 손을 벌이듯 뻗어나와 ... 소년의 여린 대롱을
휘감고 ... 하얀 꽃술들이 그 위를 포장하듯 덮어간다

천부의 감각만으로 소녀의 엉덩이가 작은 원의 궤적으로 세번
회전하는 사이 ... 소년의 대롱은 꽃술들에 빨려들면서 ...
소녀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 물기없는 소녀 몸에서
물방울 같은 하얀 꽃잎들이 나와서 마찰면에
묻어있다 수술대에 낙수처럼 흘러내린다

시한부 삶 . 불치병에 약물 힘으로만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소년과 소녀가 수술대 위에서 완벽한 결합으로 빙글빙글 돈다
굵어진 핏줄 몸이 두 그루 타오르는 나뭇가지처럼 얽히고 ...
넝쿨처럼 소년의 엉덩이를 감고있는 소녀 다리사이에서
흘러나온 하얀 꽃잎들이 녹색 방 안에 흩날린다



건널다리에 물기가 넘쳐 흐르면서 ... 콧구멍 속에 물이 들어와
잠에서 깬 스토커와 사사는 서로를 원망하듯 바라보다
두마리 강아지의 신음처럼 소리가 들리는 수술실로
달려간다 . 수술대 위의 클라이막스에 경악하는 ...
두사람이 무르팍 휘청이며 관찰실 나선계단으로 오른다

심약하며 지성적인 뒷북남자 스토커는 처음 보는 성교에
터질듯한 가슴을 끌어안고 질투와 동경과 감동에 부들부들 떤다
전직 창녀마을 바람잡이 사사는 이토록 리드미컬한
성교를 본적이 없다 . 촉매 해당화 연고 발라놓고
후장 연인까지 잃을 분한 처지에 이빨 악물지만 ....

수술대로 내려갈 수 없다 . 하얀 꽃잎 날리는 방안에
발기도 사정도 필요없는 뿌리깊은 교접의 열기가
가득차면서 ... 수술 카트에서 가위와 매스와 핀셋이
허공에 둥둥 떠올라 수술대 주변을 날아다닌다
운명을 넘은 결합을 보호라도 하듯이 ....



수술실 첫 섹스 이후 . 병원은 다리를 벌리듯 열려간다
건널다리와 본관 3층 복도에 어둠이 사라져 ...
아라네 자매들과 영안실 하우가 수술부로 건너왔다

화류물을 먹어본 아리와 아루는 수술실을 보자 ...
관찰방이 있고 방 가운데 침대가 놓인 구조에 ... 화류용 무대로
점 찍는다 . 몸이 약한 아로는 중앙공급실에 가득한
약품들을 보며 장난감 창고에 온 것처럼 들뜬다

아라는 루사의 말을 따라 수술부 입구에
피빛 물감으로 .. 룸살롱 .. 이라고 쓴 이쁜
팻말을 붙이고 ... 꽃다발로 장식한다



병원에서 누구보다 오래 살아온 하우는
두 아이의 관계를 알고는 절망한다
아라와 루사는 아빠가 같다

근친은 어떤 칼날로도 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만 준다면 ....
결코 막아설 수 없는 길이리라



2004 . 3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