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검은 계단을 올라가다
by RAN



빛나던 것들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죽어버린 기억들이 머무는 곳 ...
영혼들의 통로 천정과 벽선을 따라
상실의 빛이 시그널처럼 나타났다 지워진다



수술부 02O 방 . 사사는 털이 하나도 없어 얼음조각 같은
미녀의 알몸을 한동안 바라본다 . 어딘가 달라졌어 ...
고무장갑 끼고 완전범죄를 모사한 진료행위로
여자 허벅지를 주물럭거리다 차분하게 다리를 벌린다

가랑이 꽃모양이 달라 . 꽃술 색깔도 달라 .....

민완한 임상의처럼 음부 주름속을 꼼꼼히 체크하는 사이
핑크 유채물감을 머리속에 부은듯 판단력이 흐려진다
차트에 음부 상태를 기록하는 펜이 마구 떨려오고 ...
홀연히 뿌듯해진 아랫도리를 꺼내고
고무장갑을 떼서 만든 콘돔을 대롱에 끼운다

열손가락 고무장갑과 대롱에 고무덮개 빳빳이 세우고
여자의 팔정맥에 메꽃 마약 하얀토끼 100cc를 꽂아놓고 ...
하고 죽이까 . 죽이면서 하까 ... 갈등을 거듭하다
음부에 해당화연고를 덕지덕지 바르는데 ...
대머리 여자가 왈칵 상반신을 일으켜 사사를 마주본다



"나 닥터 사사야 .. 신경반응 검사해 .. 하나도 안 아파 ..."

잽싸게 콘돔 대롱을 장갑손으로 가리며 사사는 같은 재질로
만든게 무척 다행이란 생각에 ... 낮은 한숨을 내쉰다
여자가 자동인형처럼 발라당 다시 눕자 ... 교만이
똥꼬를 간지럽히면서 대롱을 음부 위치에 댄다

음부에서 가늘게 자른 종이 같은 하얀 꽃술들이 나와
해당화연고 반질대는 콘돔 주위를 에워싸고 ...
한줄기 소름이 사사 등짝을 스친다 . 길다란 종이벌레처럼
하얀 꽃술들이 불알을 무차별로 덮어가고 항문까지
뻗어나오며 머리부분이 뚝뚝 떨어져 살갗에 묻으면서 ....

한순간 . 콘돔이 걷어둔 포장처럼 쪼그라들자 분노한 사사가
푸른빛 극약 주사를 약물 튜브에 꽂는데 .... 지켜보던
모시나비가 프로펠러처럼 날개를 떨며 눈앞에 다가온다
연고로 미끈대는 장갑으로 나비를 잡으려다 ... 주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자 ... 사사는 매스를 집어든다



서병동 3319호방 . 아라는 루사랑 밤샘 정사 끝에 퍼질러
자고있다 아로가 하얀꽃에 파묻히는 꿈으로 깬다
아라와 아로는 감각의 샘이 전혀 다르지만 ...
의식의 단부가 원격으로 이어져있다 . 아로의 위험으로
먼저 모시나비가 수술부로 날아간걸 알고 ....

아라는 복도를 달려간다 . 백오십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나비 날개가 공기를 밀어내는 소리를 듣는 아라는
건널다리 바닥을 적시는 물기에 미끄러진다
투명하도록 하얀 피부에 초록빛 잎맥처럼 핏줄이 돋아나고
발가벗은 몸이 물복도 끝까지 엎어져 밀려간다



영혼의 통로 비통행복도 벽에 네온처럼 선홍 선이 나타나자
나는 빛을 따라 달려간다 . 건축가는 건물을 짓고나면
수렁에 빠진 팔자가 된다 . 영혼 영역에 병원의
위급 상황에 따라 동선의 빛이 나타나는데 ...
선홍빛은 치명적인 단독 사고를 뜻한다



아라로 착각한 아로의 대동맥을 찾던 사사는
나비의 집요한 방해로 ... 옆구리에 매스를 박는다
상처에서 연두빛 새순 꽃망울들이 울컥이며 나오고 ....
피부가 창백한 푸른빛으로 물들자 바람을 급히 채운것처럼
콘돔이 팽창한다 . 그는 중증의 무저항 몰래강간 변태다

창녀마을 건달 시절부터 사사는 술이나 약물에 떨어져버린
여자만 강간하는 악질 변태로 ... 식물인간 루사를
상습으로 범하면서 황폐한 병원이 낙원처럼 행복하였다

터질듯 성난 대롱을 하얀 꽃잎 속에 삽입하려는 순간
문이 발칵 열리면서 뛰어들어온 아라를 보고 ...

놀란 사사는 수술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깨진 주사기를
덮치고 통증에 떼굴떼굴 구른다 . 아라는 손과 대롱을 고무로
감싸고 엉덩이에 유리 박혀 피 흘리는 남자를 바라본다
분노라는 감정이 의식에 자리해본 적이 없는 아라는
아로 상처를 손으로 감싸고 . 고개 갸웃하며 남자를 본다



바지 무릎까지 내리고 콘돔 성기 덜렁이며 엉덩이 쥐고
팔짝대는 사사를 나는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손목을 묶어놓고 ... 수술부 입구에 있는 비상전화기를 들자
신호음이 떨어진다 . 지하실 자동교환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영안실 하우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예감이 깊은 할머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이루어졌지만 . 병원에 통신이 열렸다
여성들만의 서병동에서 긴급상황을 대비해 하우는
교환기와 배선반에 광란의 푸닥거리와 지극한 치성을 바쳤었다

나는 응급실 외과의 히레에게 전화를 연결하고 ...
눈을 붕대로 가린 사사를 끌고 나왔다

아몽 건축가에게는 사법권이 있어서 건축물에 우가 되는
현행범은 현장에서 사살까지 할 수 있다 . 사사는
강간 살인미수범이다 . 곤충 교살형이 합법적이지만 ...
마음이 자꾸만 약해진다 .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함께 고독한 병원 본관에서 4계를 보내왔다



"미스터 란 . 이런 말해선 안되겠지만 . 약으로 죽여줘요
나 개미 알러지 있어요 ... 죽기전에 미쳐버릴거에요
내 주머니에 심연이란 극약 ... 이거 5cc면 끝나요 ..."
"닥쳐 . 루사 몰래강간으로도 넌 벌써 깨물려 죽어야 했어"
"내가 죽으면 ... 루사 재활은 끝이에요 ..."

야비한 녀석 ... 몰간이 식물 소년을 구한 것은 사실이다
비통행복도에 빛이 사라졌다 . 어둠에 익지 않은 자가 빛을 보면
실명하기에 사사 눈을 꼭꼭 가렸다 . 검은 계단이라 불리는
수직 홀에 ... 시신 향내가 차가운 습기에 섞여오고
이끼에 사는 거머리들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폭 900밀리 가파르게 뒤틀린 나선형 계단이 사사가
흘리는 오줌으로 미끄럽다 . 곤충교살은 포기한다
동물실험실로 쓰던 9층 격리방에 가두어 버리자 ....
유별난 작은 생물들이 들끓는 방에서 버틸 수 있을까

철문을 닫고 돌아서자 모진 비명이 들린다



응급실에서 . 닥터 히레와 수련의들은 이밤의 수술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 락밴드 사시미즈가 인트로를 맞추고 ....
포커에서 진 아나고의 쓸개를 열기위해 배에
소독약을 문지르는 .... 평화로운 열락의 저녁시간 ...
스테이션의 베이비핑크빛 비상전화벨이 울렸다

집단 감전이 온 것처럼 . 스텝들이 동작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 1971년 이후 첫 전화벨에 ...
히레는 부들부들 떨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수술부 02O방입니다 . 응급환자가 있습니다"
내 목소리에 ... 히레는 목이 매어 대답을 못했다

그리운 수술부 . 복도를 가로막는 비통행기류에 묶여
대이동에서 남은 외과팀은 응급실에 고립된채 ....
서로를 칼질하며 약물에 미쳐가고 있었다

너무 오래 기다린 수술 나들이에 ... 격해진 남자들이
스크럼을 한번 짜고 . 비상 세팅에 들어간다



그들은 지상 최고의 외과팀이 되었다
9명의 의료진과 3명의 환자가 광기의 수술파티
살신 임상으로 기운 럭비공 같은 몸에 ...
불멸의 칼부림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동병동 응급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지 3개층을 오르기 위해 . 몸부림치던
고독의 기억들이 승강기 쪽창으로 흘러가고 ...

병원은 처녀의 상처로 다시 열린다
아픔이 지나가면 새살이 돋고 ...
출혈의 얼룩은 조금씩 희미해진다



2004 . 4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