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모노레일
by RAN



내 생애 세번째 여자 나오미는 격리 병동에서
결핵으로 떠났다 . 1967년 증축된 테라스 병동은
나오미의 영혼정서를 컨셉으로 건축하였다
그녀는 동화속 모험소녀로 살다갔다



줄기차게 늦은 봄비가 내린다 . 아몽병원 일부 내벽에는
빗물이 그대로 벽면을 타고 흘러내린다 . 결코 하자가 아니라
외기에 건물이 조응하는 것이다 . 여성으로서 병원은
수로를 따라가는 물을 원한다 . 물은 병원의 느낌이다

동물실험실 벽을 뚫고나온 사사는 붕알털 뻗치게 전율한다
비통행복도 ... 산사람은 어둠의 늪에 돌발 빛으로
실명하고 혼을 잃고 돌아올 수 없는 통로다 . 사사는
잠시 망설이다 사타구니 주물러서 대롱을 세운다

"니기미 . 벌레들이랑 살밖에야 시체들 속에서 죽어보겠어
 야 씨발 들리냐 . 좆도 시체들 . 나 사사다 . 내꺼 봐
 이 찬란한 무지개 대롱 . 꼴리지 . 뒈진것들아 "



울먹이며 외치는 목소리가 비젖은 벽면에 처절하게 에코 먹는다
그 와중에도 . 생명의 등불처럼 대롱을 두손으로 꼭 쥐고
이끼로 미끈대는 통로를 휘청이며 나온다 . 천정에서
영혼길 거머리들이 목덜미에 후두둑 떨어지고 ...

발기 꺼질까봐 대롱에서 손 떼지 못하는 사사에게 영혼들의
바람이 쉿쉿 - 소리내며 지나간다 . 정수리 갈라놓을 듯 냉기가
덮칠때마다 대롱을 필사의 무기처럼 흔들어댄다 . 귀두끝에서
나온 빛이 물먹은 벽면에 음산한 야광 파노라마를 펼치고 ...

오랜 습기로 천정에 늘어뜨려진 점액질이 드러날때마다
섬칫 놀라면서도 ... 영혼의 기에 눌리지 않으려고 앙칼진 짐승처럼
손톱으로 벽이끼를 모질게 긁어서 한웅큼씩 삼킨다

"좆도 시체들아 . 내 대롱 힘을 봐라 . 뒈지니까 샘나지
 나 채식만 한다 . 채식하면 단단한 대롱 절대 안죽어 ...
 배고파 미쳐도 벌레는 한마리도 안먹었어 . 새꺄
 단단한 놈은 아무거나 안먹고 아무때나 안죽어 "



불안은 발기를 잠식한다 . 흐물대는 점액질이 바람에 흔들리며
침묵하는 손길처럼 다가오자 ... 대롱빛 원색 톤이 조금씩
흐려진다 . 성욕을 다 까먹어가는 의식에 주문하듯
사사는 루사 알몸을 애타게 중얼거린다

하얀허벅지 . 엉덩이꼭지 . 갈라진틈 . 성게똥꼬 .... 목덜미
새까맣게 거머리에 휘감겨 흐릿한 의식으로 쓰러져 기어가며
사사는 루사와 후장성교를 추억한다 . 말랑한 삽입 . 비좁은 압박
느긋한 왕복 ... 꺼져가는 대롱빛이 그림자를 허물어간다

놔두면 5분안에 죽을 목숨 앞으로 초록 쪽철문이 열린다
시야가 다 잠겨버린 사사는 문을 보지 못한다 . 단지 ...
두개의 아침해 같은 루사 엉덩이 환영이 나타나고
실벌레처럼 배를 움직여서 쪽문에 머리를 밀어넣는다



채식주의자이며 야광대롱 건달 닥터 사사는 독벌레 천지
동물실험실에서 이끼만 먹으며 열흘을 버티고 죽음의 복도를
지나왔다 . 환생 같은 형광등빛 아래서 깨어난 사사는
휘황한 자동문 홀에서 잽싸게 대롱을 바지속에 쑤셔넣는다

보라빛 벽전화기에서 삑삑 신호음이 들리다가 ... 문이 열리고
가운 입은 희한한 기형인간들이 나온다 . 안테나처럼 귀가 삐죽
튀어나오고 모가지 느릿느릿 흔드는 ... 달팽이 같은 인간이
삐익삑 소리내며 한없이 망가져 나타난 남자를 바라본다

바퀴침대에 실려 드높은 유리천정을 보다가 사사는 꿈속처럼
의식을 잃는다 . 아몽병원의 꽃 테라스병동 브이아이피 유니트에서
기형인간들은 사사 몸을 까뒤집듯 ... 꼼꼼히 체크한다
그들은 1971년의 임상병리 수준을 초월해 있다



화류도시 아몽에서 손댈 수 없는 치부가 변태 유곽들이었다
사랑이 분수처럼 뻗치는 거리의 뒷골목에서 ... 난교와
수간 라이브쇼가 그칠날 없었다 . 희귀한 성병과
기형출산이 난발했고 기형성교 업소들이 잠들날 없었다

독보적 신약개발로 자만 넘치던 아몽병원 유전자 센터에서는
기형인간 병동을 만들고 ... 변이를 연구했지만 실패만
거듭하면서 기형병동은 실험실과 수용소로 변해갔다
대이동 시점에서 병원측은 돌이킬수 없는 떨거지 ...

기형인간들을 버리면서 테라스병동을 넘겨주었다
변이 실험 거듭하면서 얻게된 특수한 능력을 숨기고 있던
기형인간들에게는 탁월한 리더가 있었다 . 느린 몸에
맞물린 두뇌회전이 지극히 빠른 그가 달팽이다



정상인들의 잔인한 배반을 뼈속깊이 체득한 달팽이는
소통 단절을 결심한다 . 언어 장애가 있던 기형인간들이
로큰롤 샤우트 창법을 피끓도록 연마하였고 ... 삑삑 ..
금속성과 리듬감으로 그들만의 언어를 개발해 ...
로큰롤을 할때만 정상인과 어렴풋이 소통되게 하였다

베이스에 네손가락 포키 . 드럼에 손발이 스틱인 브라
리더기타에 일곱손가락 세핑 ... 악보의 음역을 뛰어넘는
선천성 락밴드 스네일즈가 난치성 기형우울을 완치시키자 ...

병동에는 활기가 넘쳤다 . 그들은 두시간만 자면 됐고
사흘이면 세포학 원서 한권을 통째로 암기했다 . 계절마다 닥터가
탄생했고 . 그들도 모르는사이 첨단의료의 문턱에 서게되었다



유리와 철골의 테라스병동은 층고 5400밀리에 2개층이
하늘에 떠있는 것 같은 병실이다 . 티 없이 순수한
기형인간들은 꿈 꾸는대로 실내를 꾸며나갔다 . 모노레일을
깔아서 의료기구들이 허공에 매달려 이동하게 했고 ....

열기구를 띄워서 약품과 차트들이 원하는 시간에 내려오게 했다
멜로디 혈압계 . 롤리팝 체온계 . 실로폰 심전도계 ... 환자의
상태에 따라 색깔 풍선이 떠오르고 . 회진 돌때면
의료진 춤과 환자 코러스로 록오페라를 했다

환자 취향에 따라 ... 침대가 물위에 떠있거나 허공에 매달리거나
천막속에 들고 . 간호사가 줄에 매달려 천사처럼 환자에게
다가오면 침대가 빙빙돌며 맞이하고 . 붕대 반창고 약솜 ...
환자 취향대로 색과 무늬를 넣은 전용 의료품만 썼다

한구석도 일률적이지 않게 병상마다 색칠 달리한 테마파크 병동 ...
내사랑 나오미의 꿈이 스며들어 꽃피워낸 테라스병동은
병원전체가 꽁꽁 어둠에 묻혀도 화사하게 빛났다



사흘간의 졸도에서 깨어난 사사는 침대 주변에 빙 둘러선
기형 의료진들의 씁쓸한 놀라움 눈빛들을 본다
광속 눈치 사사는 기상 발기로의 비상한 주목에 ...
시트 들치고 대롱 빛줄기를 까 보인다

달팽이와 의료진들은 이 기묘한 정상인의 망측한 짓거리를
졸도 후유증으로 감지한다 . 여간호사 코지는 요요처럼
생긴 귀두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숨가빠진다
별난 재능 기형인간들에게 야광대롱은 유치한 장난일 뿐이다

자만에 겨운 사사는 대롱 뿌리를 쥐고 빙글빙글 돌려보인다
햇살 눈부신 실내라 빛 효과가 미미하자 ... 잽싸게
표정 바꾸며 근엄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 깡패 속성대로
무심을 덫칠하며 눈에 독기 모으고 짧게 인상 팍 쓴다



약물 떨어지는 정맥주사 단호하게 뽑고 침대에서 나와
사사는 환장하게 유별난 병동을 뒷짐쥐고 돌아보며 ...
이 멋들어진 병동과 기형인간들 몽땅 발밑에 둘
기쁨에 간질대는 똥꼬로 몇번이나 발길 멈춘다

무한 두뇌회전 달팽이는 사사 눈빛을 읽고 3분쯤
숙고 끝에 결단한다 . 질나쁜 변태 색마 같지만 ....
단순하고 직선적인 남자를 이용해 정상인의
세속에 진입하리라 ... 달팽이는 허리를 굽힌다

하늘병실 테라스병동에서 필연의 모노레일처럼
깡패와 기형인간이 한패가 된다 . 병동과
진료부가 연결되고 ... 내사랑 나오미의
숨결처럼 11층 승강기가 작동된다



2004 . 5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