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흘린 하얀 구름
by RAN



잠긴 문이 열리고 . 램프가 저절로 밝혀지고
창을 막아둔 판자가 사라지고 ..... 병원이 속삭이듯
열려간다 . 영혼들의 통로 비통행복도에
바람이 조수처럼 밀려왔다 나간다



사과밭에 봄이 오면서 . 달이 하늘 꼭지에 걸린 밤이면
통한의 신음소리가 가지를 자르듯 울려와 ... 푸른 사과들이
구슬픈 발광의 자멸처럼 땅에 떨어진다 . 겨울나무처럼 외로운
스토커는 아라와 루사의 성교를 본 이후 ..... 아랫도리에
지난한 몸살을 앓는다 . 곡을 하듯이 음울한 소리 씹으며 ...

밤마다 자해와 다를바 없는 자위에 스토커는 바닥없이
탈진해간다 . 여름낮달 . 가을보름 . 봄안개 ...
몸서리 치게 달빛 꼴리는 날에도 ... 결코 9번이라는
매직넘버를 넘지 않았던 자위 횟수가 그날 이후
산화하듯 늘어났다 . 단연코 쉴 틈이 없었다

딱한 목격의 비운을 고스란히 떠안은 성기는 부르터다 못해
살갗이 떨어져나갔고 ... 딱지 앉을 틈 없는 성난 마찰로
염증에 진물이 터지면서 ... 다섯밤이 지나자 손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 물집과 염증 돌기를 비비며
전율하는 통증에 ... 피와 정액과 눈물이 함께 흘러내렸다

열번째 밤이 지나자 . 발정에 못박힌 수컷의 비명이 땅을
흔들면서 ... 봄바람마저 참회로 숨 죽였고 ... 사과가 떨어진
줄기 끝에서 하얀 즙이 흘러나왔다 . 스토커의 성기는
정액이 촛농처럼 쌓이면서 ... 산호석을 닮아갔다
하얀즙 묻은 가지에 이슬이 하염없이 맻혔다



성욕만이 아니었다 . 스토커의 슬픔은 ... 언제나 자신이 먼저
찾은 여자를 남들이 차지했던 ... 지나간 비련들과 맞물려 있었다
그는 찍고 찾고 걸기만 하는 남자였다 . 하는 단계에서는
필연처럼 그는 비껴났다 . 화류도시 아몽에서 스무네살 건강한
숫총각은 기적이었다 . 그에겐 울 일이 참으로 많았다

열아홉 밤이 지나자 . 사과나무 줄기마다 흘러내린 하얀즙으로
켜가 쌓였고 . 새로 내민 싹들에는 충혈된 실핏줄처럼 새빨간
멍울이 생겼다 . 상처를 덮어가며 굳어버린 정액으로 ...
스토커의 성기는 반질반질한 상아조각 같아졌고
통증도 사라졌다 . 손바닥에 곰발처럼 굳은살이 박혔다



스무일곱번째 밤 . 이제 감각도 희미해져버린 성기를 ...
놓쳐버린 생애처럼 ... 밤새 꼭 쥐고 흔들다 잠든 스토커는
꿈을 꾼다 . 분홍 노랑 연두빛 사과가 태양이 피워낸 젖가슴처럼
반짝이는 사과나무 사이로 ... 발가벗고 성기 곧추 세우고
달려가는 스토커 앞에 ... 낮은 구름이 내려온다

달려온 탄력으로 구름에 타자 ... 발바닥에 뭉컬대며 감겨오는
구름 뭉치가 넓게 펼쳐지면서 하늘로 올라간다
스토커는 안다 . 이 사과향기 가득한 구름은 그동안
자신이 쏟아냈던 정액이다 . 사과만 먹기에 체액마다
사과진이 묻어나는 그는 ... 구름 위에서 감회에 잠긴다

놀라운 양이구나 ... 밤마다 아픔을 딛고 불굴의 격랑으로
흔들어낸 보람이 하늘아래 뭉테기로 돌아오는구나 ...
자신을 격렬하게 흔들고 떠나간 하얀 그리움 위에서
스토커는 뛰고 구르고 뒹굴며 감동 겨워하다 ...
한순간 . 사과밭에서 움직이는 나무들을 내려다본다



사과나무가 전부 여자로 변해서 색색의 젖가슴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본다 . 벅찬 환희로 뛰어내리려는 스토커 앞에
구름이 한발짝씩 막아선다 . 구름은 너무 두꺼워
구멍도 나지않고 ... 끝으로 달려가면 그만큼 밀려나며 넓어진다
절망하며 울부짓다가 . 정액으로 뒤덮인 방에서 잠깨고 ...

밖으로 나오면 하얀 구름이 ...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하늘에
걸려있다 . 쉬어버린 목구멍으로 쉿쉿- 소리 내며
구름앞에 무릎 꿇은 스토커가 통곡한다
봄물을 빨아대던 나무가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
묵시의 진혼처럼 하얀구름이 촘촘히 태양을 가린다

서른세번 밤이 지나자 . 발기를 잊은 성기를 빗물에 씻고
주인을 조문하듯 떨어진 사과들을 자루에 담고 ...
스토커는 병원 수술부 02O 방에서 ... 사과와
100cc 검은새라는 마약을 바꾼다 . 아라가 꾸민
룸살롱에 스토커는 첫 손님이 된 것이다



아몽병원은 병동 벽에 시신들을 다 안치할 수 없었기에 ...
뒷뜰에 전용 묘지를 두었다 . 장대한 돌벽 묘지 앞
채석장에서 ... 사사는 날마다 벌거벗고 돌을 깨고있다
날카로운 돌파편들이 몸에 박히고 ... 근육질 몸에
피와 땀이 번들거리며 독기의 수를 놓는다

큰곰만한 바위를 깨서 루사의 몸처럼 아담한 돌이 되면 ...
석축에 세워두고 . 다른 바위를 깨기 시작했다
사나흘에 하나씩 새하얀 대리석 몸통이 만들어지고 ...
어둠이 내려오면 . 대마 연기 줄창 빨아들여
젖은 눈으로 사사는 ... 달빛 물든 대리석을 껴안고 몸부림친다

잔돌에 맞아 새겨진 상처 사이에 담뱃불로 지진 자국을
채워넣어 ... 사사의 몸통은 뱀에 칭칭 휘감긴 꼴이 되어갔다
질투의 심통은 매서웠다 . 온밤을 대마 환각에 취해
돌 몸통을 주무르다 껴안고 잠들며 보름이 지나자 ...
대리석 몸통마다 아랫도리가 손떼로 새까매졌다



"니 눈에는 내가 색마로 보이냐 ? 넌 색마란 뜻을 모르겠지
내가 개 같아 ? 뱀 같아 ? 왜 나만 보면 엉덩이를 까 ?
나 안해 ... 그년이랑 하니까 좋아 ? 내가 얼마나
슬픈지 넌 모를거야 ... 그년은 요물이야 . 그년이랑 자꾸
하면 너 죽어 ... 나 너 죽는거 싫단말야"

마치 근육 주사 맞으려는 환자처럼 엉덩이 열고 침대에 엎드린채
베게에 얼굴 묻고 ... 루사는 대답이 없다 . 왜 요즘들어
사사가 대롱을 삽입하지 않고 ... 징징 대는지 루사는 알 수가 없다
성행위를 알바 없는 루사는 . 사사가 자신의 항문에 끈적한
비린내 물질을 묻히는것도 힘든 치료라고 생각할 뿐이다

사사가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고 훅훅- 뜨신 숨결을
쏟아내는 치료를 안하면 죽는걸까 ... 너무 오랜 코마로
죽음이 낯설지 않은 루사는 아라가 보고 싶다
촉촉한 아라 다리 사이 깊숙히 대롱을 묻고 있으면 ...
엄마가 돌아온 것 같아 아라 가슴에 얼굴을 파묻곤 했다



루사의 피가 오렌지 빛으로 돌아오지 않고 푸르딩딩한
그리움 빛으로 머물면서 ... 사사는 이 하얀비단 엉덩이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란걸 느낀다 . 생명을 구해줬더니
바람이 나다니 ... 외음부에 정성을 다해 최음 연고 발라놨더니
홀라당 가로채다니 ... 기막힌 배신의 굴레에 헛구역질을 한다

사경을 헤쳐온 깡패답게 불운을 전복할 스프링보드를 잊지않는
사사는 ... 루사 대롱을 잘라버릴까 하다 포기한다 . 위험한
일이다 . 그녀 손가락을 두개쯤 잘라 겁주까 ... 바람이
손가락 자른다고 멈출까 ... 발기 안되는 루사 대롱을 빨아들이던
꽃잎 외음부를 자를까 ... 사사는 살인마적인 변태가 되어간다

창녀마을 바람잡이 시절 . 배신당한 건달이 창녀의 외음부를
난자해서 ... 곤충 교살형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 아몽법에는
성폭력 상해범을 땅에 파묻고 벌레에게 물려죽게 했다
완전범죄를 위해 . 사사는 처치 카트에 검사용 시약들과
주사기를 잔뜩 싣고 ... 초악질 의료사고를 준비한다



천오백밀리미터 간격으로 램프불이 나란히 밝혀진
수술부 복도에서 ... 따스하게 변한 분위기에 질리며
사사는 목구멍을 차오르는 냉기에 몸을 떤다
01O방은 잠겨있다 . 02O방 문이 열려있고
레몬빛이 햇살 머리칼처럼 새나온다

수술대에 누워있는 대머리 미녀를 덮고있는
초록빛 모포 걷어내고 ... 알몸을 보자
주사기 든 손이 떨려온다 . 예정에 없던
강간의 잡념이 살의를 부스럼처럼 긁고 ....

사사가 주사기를 놓고 메스를 드는 순간
모시나비 한마리가 방안에 날아온다
나비 날개짓에 현기증이 온다



2004 . 3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