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풀의 혀와 브라 시계
by RAN



여름장마에 커피는 비온뒤 공기 같아 ...
커피를 비온뒤라 바꿔 부른다 . 아몽에서는
이름 직업 나이 몽땅 바꿀 수도 있다
고립의 깊이만큼 자유는 남아있다



서병동 3209호 . 마다의 방은 특별 전용병실이다
아몽병원 귀빈 고객중에 전용병실을 둔 환자는 루사와 아라
소년 소녀 뿐이었다 . 루사는 전설 닥터의 아들 . 아라는
화류여왕의 상속녀이다 . 정규직 창녀 마다는 ...

화류병 숙주 병력이 잦아지자 병원당국과 합의하에
병동창녀로 구역을 옮겨왔다 . 아몽 병원에서는
전문직 창녀를 끌어들이면서 ... 노조와 오래된 갈등을
해소하는 후생의 쾌거를 이루었고 . 마다 입장에서는

하루 두번 회진으로 한결 보장된 환경에서 일에 집중하는
보람 가득찬 윈윈이었다 . 창녀고시 합격후 연수원에서
학계를 술렁대게한 논문까지 발표하고 ... 기업형 윤락가로
이름 떨친 마다는 병원 상류층들의 부를 긁어냈다



세번에 걸친 정교한 인테리어 공사로 공주방처럼 변한
3209호실을 마다는 영구임대 하였다 . 황금광 시대
앙티크 가구에 상주 디자이너가 무드 컨셉에 따라 벽지에서
조명까지 매칭 시키는 병실 ... 자랑스런 병원의 명소로

앞다투어 건축잡지 표지를 장식하고 . 올해의 인테리어상을
두차례나 따먹었다 . 대이동이 발표된 1971년 봄부터
마다는 영업을 그만두고 . 미수금 확보에 나섰다
쓸모없어질 아몽화폐 대신 귀금속이나 장신구들이 방에 쌓였다

보물상자로 변해버린 방을 통째로 옮기는건 불가능했다
탐욕스런 만큼이나 단순한 마다는 병원에 남기로 결심한다
26살 ... 보석에 파묻혀 죽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나이다
사랑하는 고객들의 통한에 찬 회유에도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겨울 가고 봄 오고 . 3층 복도가 고립되면서 신비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 가슴에 탄력이 솟고 . 꼭지에 촉촉한 붉은톤이 돌아왔고
털에 여름빛 윤기가 넘쳤다 .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이다
마다는 로코코 레이스 하얀브라를 발코니에 내놓았다

브라 봉우리에 철심을 꽂고 바람을 막았다 . 브라 컵에는
열두개 꽃장식이 돌아가며 있고 . 꽃과꽃 사이에
깨알 다이아몬드가 네개씩 촘촘히 박혀있어 ...
태양이 철심에 떨어지는 그림자에 따라 브라시계가 되었다

성실한 마다는 시간을 꼼꼼히 챙기며 생리를 인지하고
생업을 이어갔다 . 남자가 몽땅 사라진 서병동에도
고객은 있었다 . 기숙사동의 조용한 간호사들 . 아리와 아루
마고 ... 이 외로운 여자들에게도 마다는 꼭꼭 꽃값을 받아냈다



수술부가 열리고 남자들을 만나면서 . 마다는 닥터 히레와
외과팀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 부에 초연한 마약쟁이 호모
히레를 빤히 아는데 개털 졸개들은 볼 필요도 없었다
화원을 가진 사사를 찍었다 . 창녀와 꽃은 그물과 그물코 관계다

격조 높은 창녀답게 마다는 사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마고를 조종해 풍문이 스며들게 했다 . 서병동에서 마다는
'물풀의혀' 라는 애칭이 있었다 . 한시절 '야시주름' 으로 불렸던
아랫도리를 동성들은 알아낼 길이 없었기에 ... 극기훈련으로 ...

해초혀를 개발해냈다 . 전문창녀에게 섹스필드는 전장과 같다
총이 안통하면 단검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 그녀의 혀가 닿으면
체질상 주름에 물기 묻는걸 달가워하지 않는 아리와 아루까지
온몸이 초록과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며 뒤채곤 했다



뜻밖으로 . 1971년이후 첫 남자 손님은 스토커였다
정규직창녀에게 직거래는 대단한 결례이기에 . 스토커는
마고를 통해 장문의 통정지원서를 전했다 . 환장할 명문이었다
도서관 죽돌이답게 고대 창녀사에서부터 현인들의 윤락관 ...

아몽 문예부흥기의 창녀 역할론까지 통설로 서론을 열고
매체를 통해서 접한 마다의 명성 . 그녀의 논문과 인터뷰기사 ...
아첨으로 본론을 때리고 . 카스타드빛 달을 향해 울부짓는
자신의 외로움으로 결론을 맺은 49페이지 지원서였다

자두빛 립펜슬로 마다는 사인을 했다 . 오랜만의 단비처럼
지적갈증을 적셔준 스토커를 초대하였다 . 사과밭의 파수꾼이라는
그를 파악하기 위해 지원서 행간의 여백까지 촘촘히 분석했다
고객을 아는 맞춤 서비스가 전문창녀 필살의 아젠다이다



묵직한 사과자루 세개씩이나 매고 나타난 스토커 . 허리힘
깨나 쓰게 보였지만 ... 마다 예감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한참동안 . 아몽이성비판이니 아몽광기역사 따위 철학 파편들을
나불대자 ... 마다는 하얀새틴 드레스 자락 올리고 마주보며 앉은채

은박팬티를 내렸다 . 순간 철학은 소멸되었다 . 가운데 손가락에
침 묻히고 주름턱 도드라진 방울을 문지르며 가랑이 천천히 벌렸다
주름골 물기에 라임 가스등이 비치면서 은빛 줄기가 새틴을
적시며 발목에 걸린 은박에 방울져 떨어졌다 . 스토커는 ...

까망바지 하얀팬티 까내리고 흔들림없이 뱃살에 예각으로 서있는
대롱을 주물렀다 . 그는 왜 까망과 하양으로 세팅했을까 ... 마다는
자위중에도 쉼없이 상대를 읽으려 노력하며 잔머리 분석에 따라
무릎을 세우거나 엄지발가락 빙빙 돌리거나 신음 옥타브를 조절했다



신기들린 자위다 . 마다는 이토록 시적 운율로 가득찬 남자 자위를
본 적이 없었다 . 단지 자위 기술을 보는것만으로 올가즘을
넘어버리면서 그녀는 헌정의 신음으로 흐느꼈다 . 브라시계가
꽃장식 하나를 지나는 동안 . 스토커 7번 마다 3번 . 목 젖혔다

7대 3 . 좋은 비율이야 ... 이마에 턱밑에 가슴에 옆구리에 뭉테기
정액세례로 미끈거리지만 마다는 닦아내지 않았다 . 눈꺼풀에
정액이 말라가며 눈뜨기 힘들었지만 . 가운데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 집중력이란 전문직 종사자에게 불문의 덕목이다

상대에게 손끝 한번 닿지않고 절정의 소용돌이를 돌아나온
두사람은 미소를 나누며 헤어졌다 . 스토커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온갖 문헌 뒤지며 49페이지 지원서를 쓰곤 했고 ... 그때마다
두사람은 3209호 앙티크 의자에 마주앉아 목 젖히며 자위 해댔다



마다 병실 발코니에 사과자루가 쌓여갔다 . 하얀 지렁이 마티니
즐기는 마다에게 사과 따위 눈에 들어올리 없었지만 ...
이 사과는 달랐다 . 스토커 정액을 거름으로 자라난 사과는 이빨
박히는 감촉부터 달랐고 씹으면 아련한 비린내가 감치면서

하나를 다 삼키고나면 ... 아랫배에 화끈대는 열기가 몰려왔다
마다는 자루 가득 푸른 빨간 사과들을 깊은애무 라고 불렀다
소극적 광기 남자들이 그렇듯 ... 스토커는 뜸하게 마다를 찾았고
두사람은 말한마디 없이 자신을 비벼댔다 . 환장할 맞춤 서비스였다

접촉 없는 고객을 효과로 장악하기 위해 마다는 입천장 멀미나게
콧소리 워밍업하고 . 아랫도리에 은하수 은박가루 뿌리고 ...
남자가 움추려들땐 두꺼비기름 . 넘쳐날땐 도토리 . 겉돌때는
도마뱀 오일액기스로 만든 고유의 크림맛사지를 하였다



덧없이 꼬리 무는 운명이 있다 . 마다가 사사를 찍으면서
마고는 코피 쏟으며 철야작업으로 유혹 드레스랑 속옷들을
만들어내느라 열손가락에 붕대 감고 각성제 삼키며 ...
야시시 천쪼가리에 파묻혔고 당연히 마다는 섹시해져 갔다

사사가 비정규직 창녀마을 오줌골목 마차골목 출신이란걸
알게된 마다는 한탄할 몰락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 지난날 ...
사사 따위 하층민들은 마다 곁에 다가올 수도 없었다
창녀는 때로 섬과 같지만 적응이라는 극복의 키가 있다

돌도끼 시대부터 한번도 사라진적 없는 직업의 힘은
시절 물줄기를 붙잡는 적응에서 비롯되었다 . 수술부 홀에서 ...
스모크그린 시스루 드레스 빠듯하게 입고 마다는
이밤의 나비부인처럼 턱선 치키며 주변을 돌아본다



2004 . 7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