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해변길 신호등 가을밤


방 벽면에 영화 포스터가 얼룩덜룩 붙어있다
각오가 헐겁던 날들을 가리는 커턴 같다 . 누군가
"뭐 하고 사냐" 고 물으면 ... 포스터를 바라본다
먼지 뿌연 씨디 레이블도 본다 . 대답은 없다

밤기차를 타고 새벽택시에 내려 찾아온 여자는
"뭐 하고 살았냐" 고 물었다 . 해장국집 같은 방안
하나 남은 나무의자에 여자가 기대자 못이 삐익- 빠졌다
나무에 박혀있던 녹이 벗어나면서 대신 대답했다



종착역 항구도시까지 오면 더 이상 갈데가 없다
해수욕장 구실도 못하는 몸버린 바다에서 ...
삼각김밥 편의점 유리면 가득차게 신호등이 담긴다
건널목이 있었구나 . 작은길에도 어느덧 결단이 있었다

어둠에 매달린 푸른 신호등 . 건너갈 사람 하나 없이
해송을 등지고 차선을 물들이는 빛이 말한다 . 그토록 ...
건너 오라며 살아간다 . 밤 새며 . 전화통에 머리 박으며
술잔 비우며 . 한번만 넘어오라 속삭이며 살았을까

모래바람 빨간 신호등이 색깔도 없이 떨림만 있는
편의점 형광등들을 마주보며 말한다 . 한동안 ...
서있어 달라며 살아왔다 . 영화 엔딩처럼 . 비 오던
그밤처럼 . 단지 머물러달라 애원하며 살았을까


포켓술을 들고 해변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서있었다
바다에 외눈 박은 차들이 쉼없이 다가와 ... 머물때마다
"뭐 하고 사냐" 물었고 ... 신호등이 바뀌자 떠나갔다
질문은 대답이 필요 없었고 . 대답은 상관하지 않았다



비얼룩 진 방 . 창턱에 열한달째 낙엽을 달고 있는
화분 너머 가을 필터에 덮인 오후 . 이 노래가 나왔다
기타와 스트링이 물어보자 . 그는 낙엽지듯 말했다
"그렇게 살았다" .. 기타와 스트링과 나는 울었다







2004 . 10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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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해로움 없이 나누는 날까지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