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지난날 지하 술집에 돌아가다


노점상 . 분식집 . 보따리가게 이어지는 굴곡진 길
경사로 옆구리 식은밥 골목에 들어선다
간판집 . 가게집 . 점집 향내 나는 눅눅한 입구
가공할 허영 달달 떨고있는 네온 ... 1971 ...

계단을 내려내려 가다보면 원색 웅덩이 마주본다
까다가 미친 빨강 간판 . 속없이 배반하는 노랑 프레임
외롭다 말다 하는 파랑 문 열면 쿨적한 정화조 습기 밀려온다
교대시간 쥐들이 성가신 사람을 잠시 본다

끈끈이에 붙어있는 어미와 새끼쥐 한쌍 치우면
사고 수습을 확인한 건강한 쥐들 물러가고 ...
늪 어둠속 벽에 바싹붙어 더듬어가며 주방 찾아간다
디머 스위치 따다다 켜면 빛 크림 풀어지는 술내 실내

너덜한 기운으로 팬 돌아가고 나무의자들 삐걱인다
기갈할 출력 중고 앰프에서 카랑한 전기음 흐르고 ...
테이블 유리면 스폿라이트에 해장 담배 흘리고
시든 장미 유리컵에 얼음 쪼가리 담근다



공중전화통에 묵은 동전 갈면 닦아놓은 코인 같은
손님 들어와 야위어 닳아가는 방석에 엉덩이 올린다
빙하처럼 얼다 돌아버린 콜라에 찬밥 말아먹고 요리시작
탄산후추 케첩 . 게피카레 팝콘 . 지렁이기름 감자 ...

"볼륨 낮춰 아씨" "쌩 거품빼 니미" "어디 갔냐 지랄"
주다스프리스트랑 알리스쿠퍼가 . 엘피지통이랑 생맥주통이
고추장이랑 케첩이 교간되고 전복되고 남발된다
알바 붙잡고 주정하고 주방에 들어와 희야를 찾고 ...



폐장 봉다리에 생리대와 토사물과 쥐주검을 밀어넣는다
술한기 여자 돌돌말린 치마자락 끌어안고 졸도하고
뽀뽀로 불어터진 오뎅입술 남자 주민증 잡힌다
육번테이블에 고백 . 십번에서 실연 . 팔번에 최루가스 ...

이제 다시는 안올거야 . 식은 메모들 구겨버린다
디머 하나둘 내리면 어둠 꺼풀에 덮여가는 하드데이즈나잇
변심 스프레이 벽에 후리다가 멍든 하양 네온 꺼진다
........... 언젠가 우리 만날거야 ..........


2002.09.21
2005.03.01  Rev.



2 . 육교 아래 빨강 하이힐



606번 마지막 버스가 천천히 들어오고
남자가 돌아서 뛰어갔다 . 여자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늦은 떼바람이 자정 버전 락 템포로 불어왔다
하얀 캡 남자 아이가 보도 턱에서 스텝을 밟았다
백납 단추 교통이 형광 신호봉을 빙그르르 돌리고 돌렸다

여자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쎄라비 컬러퍼머 머리를 헝클었다
만땅 취한 남자가 철지난 코트자락 나풀나풀 다가와서
여자의 체리핑크 원피스 단에 은하수를 던져주었다
예비군이 게춤을 추며 일번 차로에 오줌을 쌌다
교통의 신호봉이 난이도 오번으로 날아올랐다

안대낀 앵벌이가 핫초코 가스펄 끝음절을 올렸다
보건학 개론 여대생이 머플러 댄스로 울었다
여자는 불없는 은하수를 물고 별없는 하늘을 바라봤다
두꺼운 근시남이 가드레일 위에서 실연체험을 설파했다
구역창녀가 반너머 남아있던 꼬치버거를 단번에 삼켰다

합금반지가 칠부바지 어깨를 밀며 맞짱을 떴다
합승을 외치던 이빠진 기사가 물빠진 여자를 후렸다
화장실을 찾아 헤메던 여인이 당구장 입구에서 졸도했다
여자가 스타킹발로 노란선 위를 절룩이며 걸어갔다
606번 버스가 아쉬운 눈동자들과 덜커덩 떠나갔다



경사로 육교 아래 빨간 하이힐이 뒹굴었다
차도 한가운데 립스틱 필터 은하수 온개피 ....
606번 버스 바퀴가 밟고 지나갔다
그때까지 하늘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2002.09.25
2005.03.01  Rev.



4 . 통곡하거나 애무하거나


9월 밤 열시반 . 신축 원룸 빌딩
인조석판 반질반질 윤나는 벽에 초록 스틸 창프레임
3층 . 불켜진 열린 창으로
여인의 비명 비벼진 통곡 소리

카메라 잠시 멈춘다
아무 반응 없는 원룸 불켜진 창들
통곡세대 방안에 다가가면

티브이 화면 그림자 일렁이고
벽에 고요한 미소 여인의 사진 액자 보이고
유아용 모빌에서 오리인형 살랑인다

팽창 옥타브 여자소리
"왜 때려 개자식아 . 왜 . x%# . 끅 . 으아악"
잡음 없이 이어지다 잠시후 티브이 중계소리 섞인다
"제구력 난조에요 . 맞아도 너무 맞았어요"

"아주 죽여라 개새끼야 . 맞곤 못살아 . 헉"
"다음 게임에 영향 가요 . 내년 시즌 생각도 해야죠"
중계에 이어 광고소리가 끼어든다
"유 퍼스트 . 당신이 먼저입니다"

티브이 볼륨 자꾸만 높아지면서 얼굴없는 소리들 방방 울린다
"깐깐한 정수기" "꺅"
"내몸에 이온" "사람 살려"
"당신의 선택" "잡지마 놔 썅"

티브이와 여인이 맞고함 치고
모빌 오리가 빙그르 돌며 고개 끄덕인다
벽 사진 . 여인의 고요한 미소가 환한 웃음으로 변해가고
눈가가 초롱하게 반짝인다



카메라 뒤로 빠져나오면
건너편 건물 옥상 난간에서 구경하는 커플이 있다
구경하던 여자가 돌아서 남자에게 호소력 짙게 파고든다
난간에서는 상상 못할 격한 체위로 남자를 애무하는 여자

카메라가 더 뒤로 빠져나오면
귀뚜라미 소리 깔리고
통곡여자 비명소리가 난간 신음소리로 변해가고

난간 성교 실루엣 한구석에
초록빛 창틀집이 보석상자처럼 환한 빛 반짝이고
봉긋한 보름달이 떠있다


2002.09.29
2005.03.01  R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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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해로움 없이 나누는 날까지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