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 푸른물 플로어 하얀 꽃


나이트클럽에 문득 불어온 바람처럼 ... 한밤을
마디로 잘라내며 이노래가 나왔다 . 인조석 바닥 울리는
춤노래들 지나가고 . 무드도 비트도 아닌 것이 수영장
물정리 시그널처럼 . 무위의 간주곡처럼 흘렀다

텅빈 플로어에 푸른빛만 남기고 색들이 다 나가버렸다
논슬립 여자가 어깨에 물수건을 대고 . 그녀를 데리고 갈
남자가 막잔을 비웠다 . 기타 두개 퍼쿠션 두개 키보드 하나 ...
심플한 애수가 푸른물 플로어에 실려 떠나가고 있었다



몇 년후 미군 바 . 미합중국 끗발세운 락이 하루 열시간씩
터지는 홀에서 ... 교교한 변심처럼 이노래가 끼었다
돌연한 고요에 원달러 주물탕 손길들 멈추고 . 양공주 수지
목소리가 튀었다 "암 헝가리 . 후렌치후라이 오케이 ?"

달의 꽃 . 나는 사랑했다 . 발악하는 절규들 사이에서
피어나듯 흐르는 노래 ... 조이 허벅지 베고누운 써전이
비누방울을 불었다 . 담담한 청승 . 곰삭은 상실 . 막막한 이탈
방울들 사이로 약먹은 제니가 홀로 지터벅을 돌았다



또 몇 년후 락 바 . 분식집 + 오락실 + 마녀방 같은 실내를
박살낼듯 쏟아지는 메탈 사운드 사이에 ... 버퍼존처럼
노래가 스며나왔다 . 리듬 따라 마시던 여자가 돌연한 깨달음처럼
토하기 시작했다 . 남자가 여자등을 라틴비트로 두드렸다

노바다야끼 주방장 남자가 실연을 말하던 때도 . 앞치마에
팔말을 끼우고 다니던 알바가 그만둔다 하던때도 . 가구수입상
독일남자가 맥주를 보드카로 바꿀때도 . 이노래가 있었다
한밤에 몇번씩 . 닿을길 없는 동경을 흘려놓고 갔다



그리고 몇 년후 주차장 지하 락카페 . 키스와 널바나 사이에서
달빛 잔술처럼 노래가 나왔다 . 누군가 붙잡고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 숨죽인 전환처럼 . 한점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히 다가오던 ... 내 광란의 오래된 핀 친구

열망하던 것들이 식어가는 시간 . 채우지 못한채 받아들여야
한다며 손 내미는 노래 ... 애써 찾지 않아도 어디에선가
전래의 속설처럼 . 고유의 속성처럼 분위기 거미줄
확 걷어내는 노래 ... 푸른물 플로어에 하얀꽃



이노래는 내가 틀고 우연을 가장하며 듣는다
은하의 밤 . 쪼가리난 허영 밟으며 ...
애잔하게 헐거워지려 한다






2004 . 6 . 12



38 . 다시 떠나는 길 . 안개비


형 . 여름밤이야 . 앞집 옥상 파라펫 백열등이 꺼지지 않네
아랫길 배꼽다방 아가씨 조리가 탁탁- 파라솔 바닥을 지나가고
윗길 대학앞은 다 문닫았어 . 저녁에 빈소주병들 재활 박스에
툭툭 던져넣으면 내 밤은 시작되지 . 파란사과 삼천원어치 사왔어

형 이 영화 알지 . 오갈데 없이 슬픈 영화 . 난 이 영화 볼 때
여자친구가 아팠어 . 볼때 기분이랑 영화는 털옷 올처럼 얽혀들지
뤼미에르 씨디집 아저씨한테 오에스티 부탁하기도 했었고 ...
내방을 도배한 영화포스터에 얘네들도 물론 붙어있어

그해 봄 . 인터넷에서 장소 감성 사이트를 해보고 싶다며
도메인을 궁리하고 있었는데 . 포스터가 눈에 들어오는거야 ...
돌아보니 그녀가 있더라 - 그런 운명처럼 . 딱 마주봤어
앙갤로플로스 안개속 안개비 ... 비슷한 말감촉이 막 씹혔어



그날저녁 . 아우 둘이 놀러와서 . 섬에 조개 구워먹으러 갔어
섬이 두개 갈라지는데서 길을 헤매는데 . 어둠이 내려왔고 ...
불빛 하나 없는 푸르스름한 해변에서 한무리 실루엣들이
막막하고 고요하고 기이하게 조개를 까먹고 있었어

영화속에도 해변 군상들이 나오지 . 그들을 스쳐지나가면서
앙갭 . 이라고 이름을 찍었어 . 나한테 뭐 의미 따위가 있겠어
여자친구도 이쁘다고 그래서 도메인 샀지 . 글구 이날까지
목매서 살고있어 . 길잃는 영화를 따와서 헤매고 있는지도 몰라

형 . 설계설명서나 쓰던 내가 글 맛을 알 턱이 없지
단어 하나 적어놓고 편의점에 소주사러 가던 비오던 밤
밤새 쓴거 버리고 우거지집에서 주정꾼들과 어울리던 새벽
그동안 컴 앞에 서있는 캘리포니아는 낙엽지고 꽃피고 세번했어



내일이면 8월이야 . 너무 좋아하는 계절에 나 변해버리고 싶어
도착하려던 표지판들은 이미 스쳐버렸고 . 나이트클럽에서
찾는이 없이 홀로 헤매는 물떠난 객처럼 마찰없이 겉돌다가
불끄고 누우면 내 바다에도 ... 기슭으로 파도가 밀려와

이장면 ... 해변에서 춤추다 달아난 소녀가 파도속에 손을 묻지
함박눈과 폭우와 안개를 거쳐온 아이의 조그만 손에 감당 안되는
바다가 밀려와 . 하늘은 흐리고 깃들데 하나없는 아이가 짚은
모래에 파도가 한번씩 쌓였다 떠나지 지나왔던 길처럼 ...

경계를 찾고도 싶었어 . 내가 서있을데가 없을까 하고 말야
기차는 언제나 결론을 향해 달리지 않았고 . 난 돌고 돌았어
앞집 옥상불이 꺼지는 순간 오래 타고온 선로를 바꾸었어
황무지에 나무 한그루 있는 쓸모없는 길일지도 모르지만 ...

형 . 나 너무 미워하지마 . 앙갭 . 손 쓸 수 없지않아






2004 . 7 . 31



39 . 내사랑 4번 트랙에서


시선과 시선이 소리와 정적 사이 비비며 끼어들고 ...
전역을 통과했다는 다음 열차가 오기전에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열두량 전동차보다 길고 길다

오이도행 . 바다 아니면 하늘이라도 있다지만
굽은 천정 매달린 형광등에 알맞은 우리는 ... 보이지
않는 선으로 가벼이 발 돌리는 환승 마니아

해 지기전 여관방에 들고 싶진 않아 라든가 ...
잠 들지 않는 방에는 밤이 필요하지 않아 라고 하며
벌건 대낮에 발랑대며 나와버린 뿌연 별 우리는 ...

두짝 창과 한짝 문 어둡게 하고 가슴을 털고
한손으로 후크 풀지 못하며 가쁜 리듬 잘라먹고
노랑 매니큐어가 긁는 오렌지 상처에 뒤척이다 ...
먹다 남긴 계란말이랑 쏟아 흘린 소주로 돌아오겠지

좀은 빨랐구나 . 낮달이 그려진 티슈통을 보며
빛나 페페로니 콘돔통 구기며 한동안 딴소리도 해보고 ...
1구간 편도승차 우리 사이 남김 없이 돌아서겠지




아쉬운 침방울 혓바닥에 헛감기는 동안
레일 착착 감으며 바퀴들 뻔질나게 지나가고 ...



언제까지나 폭발음 없이 외로운 심지만 세우며
야윈 의자에서 비루한 눈빛 날름대면 ....
안전선 밖에서 꿈을 밞고 지나가는 내사랑

보람 없이 성실하고 바람 없이 절실하게
넘겨보고 흘겨보며 돌아보는 승강장
머물러줘 그자리 ... 4번트랙에 ...






2004 . 9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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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해로움 없이 나누는 날까지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