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 쇼핑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저는 유복하게 태어났습니다 . 눈 내린날 아침 같았습니다 .
동네 사람들은 모두 내가 큰 인물 되리라 장담을 하곤 했답니다
하지만 산다는게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타고 .. 첨엔 속도감에 좀은
상쾌하기까지 했습니다만 .... 날개가 없으니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어제 꿈에 바다를 보고 새벽에 일어나 곧장 여기로 왔답니다

물론 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실 수 있습니다만 ...
올봄에 생선 트럭을 따라 다니다가 새끼 도다리를 잘못 밟아서
미끄러진후부턴 몸을 제대로 쓸 수도 없고 이제 미끄럼도 지쳤습니다
떠돌아 다니다보니 ... 지금 얼굴이 통통해 보이시지만 이거 다
부은겁니다 . 건강만큼은 정말 마음 먹은대로 꾸려나갈 수 없더군요

저라고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안하고 살겠습니까 ...
어제 밤에도 지하도 한구석에서 토익 공부를 열심히 했답니다 . 가끔
책보면 술 맛 버린다고 센빠이들에게 터질때도 있습니다만 ... 이제
텝스도 준비해서 미래를 대비해볼 요량입니다 . 준비하는 자만이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 포더 피스 옵 어쓰 ...


저는 머리에 든게 있는 놈이기에 .. 감성 마케팅을 해보고 싶습니다 .
우선 노래를 한곡 들려 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맘에 드시면 저에게
이천원만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 오이도행 전철표와 스포츠서울 ..
그리고 삼양컵라면만 있다면 이 몸의 하루는 행복으로 가득찰 겁니다
사랑하는 연인까리 천원씩 한 쌍으로 축복 가득찬 동정을 바랍니다

저는 소주도 담배도 싫습니다 . 바다로 떠나는 전철을 타고 싶습니다
이제 와서야 말씀드리지만 저는 털이 다 빠진 오염 갈매깁니다 .
둥지도 날개도 없지만 바다로 돌아가 수평선을 보고 싶답니다
.... 새하얀 이 아침 .. 저는 잠시후면 개 같은 경비한테 쫓겨나겠지요
바라옵건데 저 같은 놈 없는 가정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



노래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
돈은 여기 이 구찌 모자에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시즌스 그리팅 ...

20002.12.9


21 . 크리스마스 셔터


난 크리스마스가 싫어 ... 어릴때야 좋아했지 ... 성탄전야에 동정을
버리겠다고 했으니까 .. 얼마나 크리스마스가 멋졌으면 그랬겠어 ...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걸 말이야 ... 그때 ? ... 빵집에서 일할때야 ..
이브날엔 장난 아니야 돈도 좀 만지지 ... 두시쯤 문 닫고 나오면 ...

하류 낚시를 하는거야 .. 초저녁부터 흘러온 물이 이때쯤이면 서서히
한폭으로 풀리거든 ... 두시간쯤 지났나 실버벨을 찍었지 ... 메리 크리스마스
이뻤어 진짜야 아주 ... 자꾸 웃더라고 .. 까망 코트에 빨강 산타모자 ..
전화국 담장 따라 걷다가 손잡고 .. 좋은 예감이지 ..

한참 걸었어 ... 어딘가 으슥한 건물앞에서 ... 키쓰 그래 키쓰 ..
가슴 그래 가슴 .. 손끝이 뽀시락 뜨거운데 닿았었나 ... 팍 밀치더라 ..
넘어졌지 한순간 골통이 샛노랗게 비는거 알아 ? ... 넘어진채 ..
돌아서는 모습을 봤는데 .. 코트 등짝에 뭐가 허옇게 ... 묻어있더라 ...

건물 셔터에 붙어있었는데 ... 셔터에 낙서가 있었나봐 그게 걔 등에
찍힌건가 ..., 잠깐 멍했다 뛰어가보니 없어졌어 ... 날이 밝아오는데 ..
눈이 오고 ... 터벅터벅 그건물로 다시 와서보니 ... 셔터에는 희미하게
지워진 색분필 글씨가 적혀있었어 ... 크리스마스 퍼큐 .. 라고 ..



다음해 이브날 ... 한해동안 그 여자애를 백번쯤은 생각했을거야 ...
일 마치고 ... 날 밝을때까지 일년전 그길을 왔다갔다 했어 .. 비슷한
모습이라도 보면 좋을거 같더군 .. 그리고 그 다음해 기다리지 않아도
이브날은 또 왔지 ... 케잌 하나 얻어들고 막 문을 닫는 시간에 ...

내또래 남자가 왔어 ... 빵이 없다는데도 막 사정을 하는거야 .. 케잌
중독자처럼 쩔쩔 매는게 ... 가엽기도 해서 내걸 줬지 .. 어차피 혼자서
파먹으나마나 .. 돈 주길래 그냥 가라니까 ... 얘가 우물거리더니 ..
자기랑 같이가서 케잌 자르자는거야 ... 나쁠거없지 .. 좋은날이니 ...

가면서 이야기를 하더라 ... 지 여자친구가 오기로 했대 .. 오늘이 2년
되는 날이라는거야 ... 부러운 자슥 ... 어떻게 만났냐고 물어봤지 ...
간판집 시다래 ... 연말이 되면서 일이 몰려 이브날에도 자정너머
아크릴 자르는데 ... 캐롤은 자꾸 나오지요 .. 한심한 기분에 셔터를
내리고는 막 낙서를 했었대 ... 그리고는 쏘다니며 눈을 맞았는데 ...

새벽길에 .. 여자가 가로등에 기대 서있더래 .. 산타모자에 창백한
얼굴로 .. 까망 코트 등짝에 ... 첨엔 그게 눈송인줄 알았는데 .. 낯익은
분필글씨가 묻어있는거야 ... 뜨거운 김같은게 목구멍으로 확
올라왔대나 .... 난생첨 느낀 기분으로 종이커피를 두잔 뽑아서 갔고 ..

그러다 집에 바래다주고 .. 그런거겠지 뭐 ....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2년전에 여자애랑 걸었던 그 길을 가고 있었어 ... 그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 셔터에는 그때처럼 색분필 낙서가 있더군
트리에 별이 반짝이고 ... 글씨도 있었지 ... 무슨 글씨는 .. 뻔하지 뭐



메리크리스마스 ...

2002.12.17


22 . 떠나가는 카페


홀이 길쭉한데 ... 맨 안 코나를 끼고 ... 쏙 들어가서 룸처럼 막힌
자리가 있더라 . 작은 창문이 하나 나 있어서 가로등빛이 비치고 ...
가하고 친구하고 ... 친구는 카페 입구에서 쫌 전에 첨 봤고 ... 하기사
만난지 한달도 안되었으니까 친구고 뭐고 본 적이 없었지 ...

가는 깔끔하고 포근하고 ... 흰색이 잘 받는 ... 갑자기 생리대가 와
나오노 문디야 ... 우쨌든 좋아했으니까 아무데나 따라갔겠지 ... 근데
전화를 한통 하더마는 학교에 잠깐 올라가야 된다는기라 ...
갔다오라했지 ... 친구하고 놀라는데 야가 영 인상이 아인기라 ...



둘이 남았는데 멀뚱하게 벽에 그림이나 보고 있더라꼬 ... 구석이라서
음악도 잘 안들리고 .. 꼼지락 소리까지 들리게 조용한데 ... 야가
머라꼬 중얼거리더라 ... 그림 보니까 밤배 생각 난다면서 ... 벽에
올 굵은 캔버스 벽지 같은거를 발랐던데 ... 녹빛으로 바래가꼬
얼룩덜룩한 바탕에다가 ... 심상챦은 아이보리 화분에 꽃이 ...

가지도 잎도 꽃도 다 맛이간 오렌지색 ... 의자가 꺼지는 기분 알재
거기다가 야 목소리가 있다 아이가 ... 웨하스 뿌수는 소리 ...
모래길에 타이어 지나가는거 맨키로 바스락거리고 ... 목이 나른하게
잠기더라 ... 혹시 하이 없냐꼬 물어봤지 .. 담배에 라이터를 켜주는데
불빛이 참 이뿌다 했나 ... 줄로 땡기듯이 야 얼굴이 다가오더라

키쓰를 ... 했지 ... 목에도 키쓰하고 나는 그림을 보고 있었고 ...
가슴에도 들어오고 .. 나는 꼼짝하지도 않았는데 ... 별짓 다하더라 ...
카펜데 하기는 뭘하노 문디자석아 ... 가가 올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나더라 ... 야 머리카락에는 마른 이파리 냄새가 나네 싶었고 ...
하이가 있었으믄 ... 반가치만 있었으믄 ... 눈물이 나오더라

녹색 얼룩벽도 오렌지 꽃도 작은 창문도 ... 다 어디론가 떠나가고 ...
나도 가고 있다 . 그랬던가 ... 가로등 빛이 멀리 비치고 ... 구석
테이블 하나가 통째로 둥둥 떠가는데 ... 눈물은 계속 나오고 ...
야가 이상했는지 떨어지대 ...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나오니까 가가
와 있더라 ... 좀 있다 셋이 나가서 맥주 마시고 ... 노래 부르고 그랬지



가하고는 방학동안 맨날 만났지 ... 젠틀하게 ... 그동안 야한테 두번
연락이 와서 만났고 ... 야하고는 두번 다 잤지 ... 새학기 되면서 둘
다 바이바이 ... 그라고는 그 학교 앞에 한번도 안갔고 .... 가를 .. 참
좋아했는데 ... 그런 일만 없었으믄 계속 만났을지도 모르지 ...

갑자기 와 아무 소리도 없노 ... 니 질투하나 ... 머스마 웃기네 ...
아마 그 때 ... 모든 순간은 다 떠나간다 ... 그런 느낌이었던거 같다
그래서 .... 언제나 내가 먼저 손 흔들라꼬 생각한다 ... 알겠재 ...
들어가라 .... 인자 전화하지 마라 ... 안녕 ...

2002.12.29


23 . 열일곱째 새벽


물난리가 나서 사무실이 수족관이 되는 꿈에서 푸드드 깬다
더듬어서 커피 주전자 스위치와 갓등 켜면 ... 5 . 40 . am ...
창가에 질긴 깜깜함에 질려있던 새벽이 얇은 자락을 들친다
어적어적 걸어가 오디오 온 ... 청사진 .. 모형 쪼가리 수북히
쌓인 바닥에 늘어진 가엾은 품팔이 육신 담요를 덮어준다

보조 테이블위 구겨진 팩소주 남은 한 모금 빨아마시고
키보드 위에 남은 피스타치오 알맹이 씹는다 . 일정표에
빨간 동그라미 하나 ... 17개째 ... 디데이까지 텅빈 네모들
하얀 한숨 ... 이빠진 삼각 스케일로 등을 벅벅 긁는다
새벽 소주에 눈자위 핏줄이 뚝뚝 .. 애매한 열기 치솟는다

배치도에 묻은 컵라면 국물을 지우려다 ... 확 찢어버리고 ...
조경 사무소에서 온 팩스 더미에서 말보로 꽁초 꺼내 문다
하얀 연기 ... 잠깐 눈가가 흐려진다 . 5cc쯤 새벽이 슬핏 섞인다
진입로에 철쭉정원을 스케취한 팩스로 코 팽 푼다 . 코 까만 ...
미명의 커피 한잔 ... 시퍼런 청사진 ... 애잔한 탈주의 유혹

몇가지 전환의 결심을 해보다 ... 얼굴을 슥슥 비빈다
꿈은 이런게 아니었어 ... 그 와중에 ... 눈으로는 어제 풀다 만
주차출입구를 째려보자 ... 소름이 위장을 할키고 지나간다
동전 꺼내 사우나비 맞춰보고 ... 가방 뒤지다가 ... 갈아입을
팬티 걱정보다 ... 성질 더러운 수위 깨울 공포가 짓누른다



치솔들고 복도로 막 나가려는데 ... 에프엠 스피커에서
뒤늦은 자각의 넋두리가 랩으로 주절대며 나온다
잠깐 고개를 숙이고 ... 가사와 팔자를 대입해보고 ....
고개 흔들며 현관문 나서다 ... 깜빡했네 ...
타임카드 찍는다

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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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해로움 없이 나누는 날까지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