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아몽 . 1971


나는 지금 ... 아몽 우체국이 보이는 창가에서 이글을 쓰고 있다 .
종이 한장 펜 하나 잉크 한병 ... 이 방에 남아있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나는 글 쓰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다
물론 .... 꿈을 꿀 수는 있다

아몽에는 .... 조용히 걷는 남자 란이 있다 .
당신은 그를 통해서 아몽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그는 ... 길모퉁이에 하나쯤 서있는 목조 전화박스에서
알에이엔으로 녹슨 다이얼을 돌리든지
편지를 할 수도 있다 . 물론 항공우편은 아니며
맨 끝에 .... 조용히 걷는 남자 란에게 ... 라고 써야 한다

나는 란에게서 두 남자를 소개 받았다
창백한 얼굴에 십대후반으로 보이는 루사와
그 보다 훨 나이들어 보이는 네모진 얼굴의 사사 .....
두 남자와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 술집이 없다 .
어딘가 깊히 접혀있다가 삐죽이 고개를 내민 것 같은 얼굴들 ....

아몽에 살던 사람들은 ... 쉽게 말을 건네지 않지만
당신은 어쩌면 .... 사슬다리 위에서 또는 가스등 아래 쯤에서
버릴 수 없는 꿈에 미쳐버린 스토커를 만날 수도 있다



아몽에는 .... 바다와 호수와 언덕이 있다
전차 길이 있지만 전차는 보이지 않는다 .
광장이 있지만 어떤 모임이나 퍼레이드도 만날 수 없다

아몽에서는 ... 1971년 이후 새 포도주를 담지 않았다
더 이상 정기열차가 오지 않았고 ... 벽돌 한장 쌓이지 않았다
너무 많은 춤과 노래와 프로포즈가 떠나갔다
당신은 텅 빈 아몽역에서 ... 공회당이나 폐교의 복도에서 ...
깊은 우물의 허황한 울림을 들을 수도 있으리라



때로 짙은 안개에 취해버리는 아몽에서 ...
당신은 더 이상 ...
시간의 벽과 공간의 덫에 갇힐 이유가 없다

낡고 편한 구두 처럼 ...
아몽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몽에서 꿈의 장소를 만들기 바라면서 ....



A Mong
모든것의 사이에서
꿈의 사이에서

2003.2.17


29 . 게시판을 떠나며


막 50번을 넘기면서 '1971'이 게시판을 떠나야겠네요
뭐든지 한번 벌인 일을 중단하는게 너무 싫어서
어찌되었던 버텨 볼라고 했는데 ...
의미라는게 증발해가더군요

일단 '1971'은 다른 페이지로 이사 가겠습니다
게시판을 떠나지만 ... 언젠가 다시 게시판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하고 애써 보겠습니다
여기 1번 노래 Someday we'll be together ... 처럼

언젠가 어느 지하에서 이곳으로 왔다가
다시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통한다면 만남은 이어질 것입니다



웹에서 음악을 올리는 것이 ... 창고 크기가
정해져 있기에 많이 올릴 수 없는 점이
언제나 옆구리에 걸리적거리더군요 ..

여기저기 모래밭에서 주운 오래된 짱돌들을
누가 좋아해줄 지도 모르면서 .. 좁은 선반에
주르르 놓고 객을 기다리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이제 천막을 걷고 푸대에 돌들을 담아서
떠날 준비를 슬슬 해봐야겠습니다 . 물론 ...
근처에서 다시 전을 벌이겠지만 ... 한번의
이별은 그만큼의 섭섭함도 함께 하겠지요



앙갭에서 '1971'은 장소의 기억과 음악을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 1971년이라는 아무것도
닿을 길 없는 어떤 한 해처럼 .. 특별할게 없는
어느 안개 밤 같은 느낌이 불어왔으면 합니다

어떤 장소에 사진 한장 남지 않고 .. 그려낼 수도
없이 잡히지 않는 느낌만 있을때 .. 음악이
가장 가까운 다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상 게시판을 닫을라니까 ...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변명이 꼬여드는군요 .. 이 기분 그대로
옮겨가는 페이지에서 더 잘 해보겠습니다



1971 게시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2.20


30 . 잠 깨면 철지난 바다


여름이 오면 마흔날쯤 바닷가에서 뒹굴던 시절이었다
해운대 . 송정 . 일광 . 진하 . 임낭 .....
모래밭에 하얀 비닐봉투처럼 날려다니고
그여름 송정 소나무집 . 팔월과 계절이 함께 마무리 되는 즈음
파라솔도 뽑고 . 천막도 접고 . 튜브에 바람도 빼고

언제나 그랬지만 . 우리는 돈에 발이 묶여 있었다
역에 나가 민박집 히빠리 하다 바다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여학생이 남겨준 밀가루 한봉다리
풀수제비에 열개의 허기들이 대가리 박고 ...
잔치 끝난집 개처럼 횟집 문앞이나 기웃거리고

파전집 딸 . 후덕한 트롯가수 같았던 . 동정 많은 마음 씀씀이로
막걸리에 서비스 물국수 얻어먹고 우리는 동그랗게
모래밭에 앉아 회의를 했다 . 돈을 구해오자 .
말 뿐이었다 . 신분 없는 남자아이들 . 몸을 팔랴 .
스무살의 갈비뼈 구름에 숨은 해를 보았던가 . 잠이 들었다



희미한 남쪽바다 석양 . 바람이 클라이막스 로커처럼 모두를 날리고
모래에 반쯤 묻힌 나는 친구의 허벅지를 베고 있었다
"아 들은 ?" .. "다 갔다" .. "니는 ?" .. "잠 깰까봐"
둘만 남은 빈바다에 모래바람이 뜨거움을 접어가고
발바닥만 하얀 우리는 기슭의 찬모래를 향해 걸어나갔다

지지탑을 사랑했고 위장병을 얻었던 그 여름 .
시간이 무척 많았고 돈이 지독히 없었고 열정을 가둘데 없었던 .
여름은 네조각 중 하나의 계절로 묻혀가고 . 아이들이 바다를 떠나고
물방울 튀던 기억들을 모래바람이 덮고 ....

나는 누군가 우정을 물어보면
팔월 이십칠일의 해수욕장을 이야기한다
철지난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던
새까만 얼굴과 함께 ...




2003 . 7 . 5


31 . 가을비 길바닥에 은하수


버스에서 내리자 쏟아진 비로 그녀는 가게집 차양 아래에 선다
바쁘게 지나가는 발길들을 보며 전화기를 꺼내본다
벌써 며칠째 그녀의 발신을 외면하는 그 ....
빗줄기 사이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걸음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가게에 들어와 막걸리 한통을 산다
퍼즐 맞추듯 동전들로 가까스로 셈을 치르고
막걸리 통을 아기처럼 안고 지하도 쪽으로 걸어가던 할아버지가
뛰어오던 남자와 부딪치고 길바닥에 통이 떨어진다

열린 마개에서 노란 막걸리가 쏟아져 나오고 ....
할아버지는 허리를 구부리고 빗물에 씻겨가는 술을 바라본다
흐린 영원을 잠식하는 순간이 흐르고
반도 채 남지 않은 막걸리통을 껴안은 할아버지가 지하도로 들어간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서있던 자리로 나온다
막걸리는 길바닥에 작은 은하수의 밤을 하나 흘려놓았다
빗물이 끊임없이 쓸어가는 우유빛을 바라보며 ....
그녀는 그가 미치도록 보고 싶다

비는 돌이킬 수 없도록 허공에 빗금을 채워놓고
예고 없는 한편의 소멸을 마감한다
쏟아져버린 정물처럼 그녀는 비에 젖어가고
단절에 지친 오후의 어깨를 감싸며 어둠이 내려온다



밤이 오고 . 성긴 퇴적이 질퍽이는 길바닥에
무게를 줄인 발길들이 지나가고 ...
오늘의 강수량 만큼이나 구차한 조명발들이 깔린다

지하도 긴의자에 빈 막걸리통 안고 잠든 할아버지
곁으로 지나가는 그녀에게서
사소한 일상처럼 .....
상실의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2003 . 7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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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해로움 없이 나누는 날까지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