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옥상공원

인랑
오키우라 히로유키 영화


옛날에 헤어져 살던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난 소녀가 있었다 .

도시의 하수도에는 지상의 세계가 프레임으로 복사되어 있다 .   그 안에서 작은 소녀가 뛰어가고 있고 빨간 눈을 가진 늑대인간들이 몰려왔다 . 무리 중의 하나와 소녀가 마주치게 되고 짧은 시선이 오간 후 소녀가 자폭하면서 늑대 인간에게 의문부호 하나가 남겨진다 ................... 왜 ?

늑대의 탈을 벗고 소녀의 죽음에 책임을 지게되는 남자는 후세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소수의 특권을 받쳐주는 거대한 배경의 창으로 빛이 눈부신 군법회의를 지나 ...하늘에서 빛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는 납골당에서 후세는 죽은 소녀를 닮은 또 하나의 소녀를 만난다 . 강변길을 후세와 소녀가 거리를 두고 걸어갔다 . 모래섬위를 날아가는 물새를 보면서 소녀는 꿈꾸듯 부러워 했다 . 두사람의 거리가 좁혀지고 소녀는 후세에게 빨간 표지의 동화집을 건넨다 .




소녀는 길에서 만난 늑대가 가는 길을 물어보자 거꾸로 가르쳐주고 갔다 .


무리를 지어 박제되어 있는 늑대 떼가 유리밖 사람들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
눈내린 들판에서 늑대의 눈은 먼데를 바라보며 잃어버린 것들을 찾고 있다 . 후세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도시의 지하에서는 균형을 외치는 무리들이 달려가고 있고 번영에 들뜬 인간들이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 흐린 하늘 아래로 도시는 술 취하고 흔들리면서 네온 빛 홍조를 띠고 숨을 몰아쉬었다 .

오래된 집 하나가 헐리는 모습을 소녀와 후세가 본다 . 사라지는 집은 죽은 사람처럼 기억에서 지워져간다 . 길 모퉁이 작은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기에는 너무 커버렸고 어디론가 떠나기에는 낯선 소녀가 빈터에 남아있다 .

소녀가 엄마를 부르며 문을 두드리자 늑대는 문이 열렸으니 들어오라고 한다 .

방향은 없고 위치만 존재하는 곳 백화점 옥상공원 . 손을 놓아버린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고 그물 담장 사이로 하늘과 맞닿은 도시를 보면서 ..... 두사람은 가고 싶은 곳을 말하지 못한다 .

도시에는 슬픈 오페라의 서곡처럼 비가 내렸다 . 거리는 어두워져 갔고 준비된 음모가 소리를 죽여가며 움직였다 . 낯선 전차 정류장에서 내린 두사람은 가게집 추녀에서 비를 피하면서 언제나 앞질러가는 운명처럼 텅 비어가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양이가 와서 포도주는 엄마의 피라고 하자 늑대는 쫓아버리라고 한다

깊은 밤 백화점 옥상공원에서 두사람이 몰래 들어온다 . 길들여진 외로움으로 서로에게 거울이 되었던 두사람이 입맞춤을 한다 . 긴 불신의 어둠 사이로 체념의 달 빛이 소녀의 눈물을 비추고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   더 이상 갈데가 없는 두사람은 이미 그려진 원형의 끝점 지하 하수로를 찾아든다 .

소녀가 침대로 다가가자 모포를 덮은 엄마의 귀가 길어져 있었다 .

하수로의 벽면에는 빨간 눈에서 나온 빛들이 거미줄처럼 얽혀들었다 . 소녀를 찾아 후세가 달려갔고 오래된 문이 열리자 늑대떼가 후세를 앞질러 소녀에게 몰려갔다 .

언제나처럼 고요한 밤 도시의 하수로에 한동안 피가 흘러갔고 ........
무리 속으로 들어간 늑대의 울음이 가끔 도시 위로 메아리져가고 있었다



2001 . 2 . 23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