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고통의 방

Quills

필립 카프만 영화


마들렌 .

킬킬킬 .... 오늘 밤 오랫만에 곡괭이 소리가 들려오는군 ...
나는 이백년을 훨씬 넘긴 영혼이야
내 육신은 썩어서 잡초를 키울 수도 없을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렇게 내 몸뚱이를 찾는 인간들이 찾아와 . 용케도 그 옛날 내 몸에 있던 구멍의 흔적들마다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지 . 아 ... 고여있던 얕은 물이 발갛게 물들어 가네

오래도록 땅 속의 수맥을 타고 흘러와 눈먼 벌레들이 음담을 속삭이는 돌짝 사이에 자리를 잡았어 . 편안하군 .... 이백오십년전부터 나는 이렇게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만 살아왔거든 . 이곳에서 수직으로 하늘만큼 올라가면 나오는 그곳은 미친 사람들이 사는 집이었어 .



우린 모두 갇혀있었지 . 벽과 천정과 문으로 막힌 아늑한 곳이었어 . 나랑 엄마는 세탁부였지만 철 문 밖으로 나가 본 적은 없었어 . 엄마는 표백약에 눈을 상해버렸기에 내가 본 것들을 이야기해주었지 .   내 몸은 핏빛보다 붉은 장미를 품고 있었고 ...... 숨결과 바람의 간격만큼 거리에 세 남자가 맴돌고 있었어 .



신부님은 세탁을 하는 내 주변에서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어 그는 표백액을 섞은 물통에 광인들의 영혼을 담그는 일에 열심이었지 . 일에 지쳐가던 그에게 키쓰하려 했지만 돌아서 눈물을 흘리던 그는 가엽게도 스스로 깊은 방안에 갇히려 했었어 .

오 마퀴 .
당신은 침구와 옷과 사방의 벽 ....그리고 세상까지 더럽히며 살아갔지
당신의 낮은 속삭임으로부터 내 몸이 변화해간다걸 알았어 . 내 다리 사이에 있는 구멍은 당신의 글을 따라 귀가 되고 눈이 되었다가 가슴에서 발끝으로 내려오기도 했으니까

당신의 펜 끝에서 팔랑이던 깃털은 어느날 내 몸 속으로 들어와 겨드랑이에 날개가 되어 복도와 마당을 날아다녔지 . 누구보다 철저히 갇혀있던 당신은 막을수록 더 힘이 세지는 끓는 물위의 공기같은 남자였어 .

당신의 유혹은 빗물이 되어 벽을 타고 스며들어 왔고 당신이 만든 파도는 해일이 되서 우리를 삼켜 버렸어 . 난 당신보다 아주 느리게 타오르고 싶었지만 ... 결국 우리에게 남아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더군 ...

언제나 말을 타고 오는 남자가 있었어 . 그는 깊은 숲과 끝없는 평원처럼 먼 곳의 공기와 함께 왔어 ... 그가 내 이름을 물어봤었지 ... 철장안 방들이 불타던 날 . 세탁 물통에 잠긴 처녀의 몸으로 영혼이 된 내귀에 아련히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지 ... 마들렌 ... 철문 밖에 말을 탄 남자였어 너무 늦어버렸지

마퀴 . 당신이 내게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은 세상이 언제나 조금씩 늦게 다가온다는 것이었어 . 당신이 떠나간후 당신의 똥으로 벽면에 적혀진 이야기들은 신부님의 깃털을 움직이게 했어

환희와 고통이 당신 방문의 두개의 열쇠였듯이 나는 그 환희의 한 끝에서 사라지고 말았지 .... 애통해야 할 종소리도 사멸된 채 ..
이제 우리는 이렇게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물이 되어 세상에 스며들어 가고 ....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상상은 당신의 이야기를 따라 퍼득이지

마퀴 . 우매한 인간들이 잠에 빠져 있는동안 ... 혁명의 시대를 사는 한 남자가 썩어버린 내 몸을 안으려고 오늘도 죽을 힘을 다해 땅을 파고 있어
내 영혼을 찢을듯한 아픔과 희열을 향해
쿵쿵 ..... 곡괭이 소리가 다가오는군 ....


2001 . 7. 6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