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23의 죽음

메멘토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11 . 30 . pm
가24 긴 돌음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 내부 등들이 하나씩 꺼진다
1층 바닥에 가23이 머리를 바닥에 뭉갠채 죽어있다 . 피가 바닥에 퍼져간다
가24 .... 시체를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 밖으로 나간다

8 . 40 pm
객석 . 가열 24번에 앉는 남자 가24 ... 종일 굶어서 쾡한 눈빛에 광채가 돈다
옆자리 23번에는 ... 깐깐해 보이는 남자가 영화 시작되자 ...
램프 달린 볼펜으로 뭔가를 계속 끄적인다 .

스크린 . 가23의 볼펜 램프가 ... 레이저 인디케이터처럼 영화속을 돌아 다닌다 .
가24 ... 부신듯 ... 눈을 감자 ... 대사가 들린다
" 눈을 감는다고 ... 세상이 사라지는건 아니야 " ..
눈을 뜨면 ... 가24가 영화속에 들어가있다 ....
침대에서 일어나 ... 욕실로 가고 ... 문을 확 열자 ....
낯선 콜걸이 변기에 앉아 마리화나를 피다가 미소 짓는다 .
나레이트 ....
"잠에서 깨어나 당신이 없다는것에 견딜 수 없다 " ...

화장실 . 망가진 모습의 가24 깨진 거울 조각으로 가슴팍에 글씨를 쓴다 .
- 아무도 없다 -

가24의 방 . 피씨 모니터 검색창에 ..... 메멘토 ... 라고 입력하면 ...
문장이 한 줄 나타난다 ....
-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

6 . 30 pm
매표구 . 가24를 보자 .... 직원은 질렸다는 듯 ... 고개를 떨군다 .
" 가열 24번으로 주세요 .... "
객석 . 네명의 남녀가 가24를 가운데 두고 앉아있고 ....
영화 시작되자마자 ... 킬킬대며 수근거린다 ...

스크린에 .... 가열 객석의 이야기 소리가 자막으로 나온다 ....
" 털은 왜밀어 " " 미끈거려야 잘 써져 .. "
" 문신 글씨체 환상아냐 "
" 멍도 예술로 들었네 "
" 모텔 계산이 후불이야 ? "
" 조용히 합시다 "
" 킬킬 ... 그랴 조용히 해야쟈 " ....
" 말 조심해 " 퍽 . 우드득 ...

화면에는 비닐로 씌워진 ...
여인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



화장실 . 멍이들고 ... 단추가 뜯긴 가24의 모습이 조각난 거울에 비쳐진다 .
가24 유리면에 손가락 피를 내서 가슴에 글씨를 쓴다 .....
- 죽여야 한다 -

가24의 방 모니터 . 또 한 줄의 문장 .....
- 기록을 남겨라 -
웃통을 벗고 ... 거울 앞에선 가24 ... 깨끗한 상체가 비쳐진다 .

4 . 00 . pm
가24 ... 자리에 앉으려는데 ... 23번 좌석에 ... 여자 머플러가 떨어져 있다 ...
냄새를 맡던 가24 .... 피가 흐르는 손에 머플러를 두른다 ....
22와 23번 좌석에 탐구적인 남녀가 앉고 .... 영화 시작과 함께 나불댄다 .

그들의 이야기가 대사처럼 화면 자막에 그대로 뜬다 ....
" 의식의 추락이군 ..." " 형식 자체에 목메는 오류야 .."
" 영화라는 매체의 오류에 대한 투영인데 .... "
화면에서는 달리고 있는 주인공 .... 그의 독백이 자막으로 더해진다 ...
" 내가 지금 쫓는거야 .... 쫓기는거야 ... ? "

화장실 . 금이간 ... 유리 조각 하나 떼내서 ... 가슴팍에 글씨를 쓰는 가24
- 쫓아온다 -

모니터에 올라온 ... 또 하나의 메세지 ....
- 10분간만 기억하라 -
택시를 타는 가24 . 기사가 어디가느냐고 묻자 ....
.... 몰라요 ... 라는 표정을 짓는다 ..

1 . 55 . pm
영화 시작 5분 후 ... 가열 통로 . 한몸처럼 딱 붙어서 들어오는 남녀 ....
22 . 23 번 좌석에 앉고 .... 20분후 ....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높아간다 ...
가23 여자의 힐이 가끔 ... 가24의 종아리를 건드리자 ... 가24 움칠거린다 ....

화면에는 .... 반라의 가23 여인이 .... 끈적한 목소리로 가22 남자에게 주사를
놓아달라고 한다 .... 다시 가23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 반복해서 주사를
요구한다 .... 남자의 주사에 의해 ... 가23 여인 서서히 죽어간다

화장실 . 거울에 비친 가24의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 .... 주먹으로 거울을 친다 ..

모니터의 메세지 ....
- 한 곳에만 머물러라 -
매표소 앞 . 가24 ... 티킷에 찍힌 좌석 번호를 암기한다 ... 가열 24번 ....

11 . 30 . am
영화관 내부 . 좌석을 꼼꼼히 찾는 남자 가24 ... 가열 23번에는 중년 백수가
앉아있다 . 옆자리들이 텅텅 비어있는데도 ... 가24는 24번에 딱 앉는다 .
가23 중년남 .... 찜찜하게 가24를 바라본다 .
영화 시작되고 .... 23번에서 술 냄새 폴폴 난다 ... 삐질삐질 우는 소리도 들린다

스크린 .... 죽은 아내의 유품들을 태우는 남자의 독백 ...
" 이렇게 ... 이전에도 무언가를 태우면서 잃어갔겠지 .... "

화장실 . 세수하는 가23 중년남 .... 가24와 거울 안에서 눈이 마주치자 ....
" 마누라 죽이기야 ..... 죽이고나면 저렇게 후회할거면서 ....
해장술 먹고 영화 보면 ..... 내가 바로 영화야 ... " 가23 눈이 뻘겋다
빈 화장실 .... 거울 앞에선 가24 ... 옷섶을 열고 매직으로 가슴에 글씨를 쓴다
- 내가 영화다 -

모니터의 메세지 .....
- 전화를 받지 마라 -
가24 ... 휴대폰을 끈다 .... 꼼꼼히 자리를 찾고 .... 가열 24번 자리에 앉는다
23번에 ... 중년 남자가 .... 찜찜하게 가24를 바라본다 .



11 . 00 pm
화장실 거울 .
셔츠의 앞을 열자 ... 드러나는
가24의 가슴에 새겨진 글들 .....
- 내가 영화다 ......
죽고 싶어 했다 ....
쫓아온다 ....
죽여야 한다 ....
아무도 없다 -


가23 깐깐남이 다가오고 .... 거울 속에서 가24와 눈이 마주치자 뭔가 이룬듯 ...
" 두번 보니까 .... 확 들어오네요 ... "
비장한 가24 ...
" 다섯번 봤는데 ... 안 들어와 ...... "
썰렁한 가23 ... 돌아서 나간다 ..

돌음 계단 . 내려가는 가23
뒤로 달려오는 가24 ... " 너희가 영화를 죽였어 ! "
외치며 가23을 밀어버린다 .... 계단을 굴러내려가는 가23 ...
1층 바닥에서 즉사한다 .

영화를 판단하고 싶어했던 가23 ....
영화가 되고 싶었던 가24의 손에 죽고 말았다 ....


11 . 35 . pm
불꺼진 영화관 앞에 서있는 가24 .....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 "





2001 . 11. 17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