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왕 가위 영화


천 팔백 밀리미터
이사 오던날 그녀를 처음 보던 복도에서의 거리
비오는 밤 . 가로등 밑에 서있던 남자와 국수집에서 비에 젖던 여자
영원히 한 순간만 가리키고 있던 커다란 시계
서로 다른 창가에서 바라보고 있던 빈 공간
라디오의 노래가 떠다니던 두개의 방 벽 사이 .

천 오백밀리
국수를 사오면서 서로 어깨를 돌리며 지나치던 계단 .
복도에서 그대의 방 문턱을 넘어서 영원히 유보되고 있는 사랑까지 .
첫만남 . 테이블을 넘어 맴돌던 담배연기

천 이백밀리
머물수 없이 지나가는 사랑으로 흘러가던 복도 .
불륜의 담배연기처럼 한순간의 노래처럼 마작판을 스치는 그녀의 허리선 .
오랫동안 서성이게 했던 빨간 커텐의 호텔 복도

육백밀리
함께 우산을 쓸 수도 없었던 시간들 . 밤을 지내고 . 이별 연습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언제나 남아있던 거리 .
홀로 복도에서 돌아서던 사랑보다 더 허무한 그녀의 어깨선

삼백 밀리
리허설처럼 시작된 대화의 마지막 몇 마디
당신 내 곁에 빈자리가 있다면 돌아올 수 있나요 .
당신이 없는 빈 방을 스쳐간 흔적


일 밀리
마지막 밤 그녀의 손 위에 포개지던 손
빈 방에 흐르던 눈물 방울 . 늦은 전화벨 .
이국의 사원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영원한 비밀의 틈

마이너스 ...... 밀리미터
62년에서 66년까지 ............
비 . 가로등 . 라디오 . 실내화 . 초록 택시
돌아올 수 없는 것들

키사스 . 키사스 ...... 퀴사스 .




2000 . 12 . 11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