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 . 물보라의 꿈

Buena Vista Social Club

빔 벤더스 영화



달빛이 흔들리는 바다 . 밤 배의 불 빛이 깜빡이는 해안도로를 쌍발 오토바이 가 달려온다 . 파도가 도로로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 하바나 . 제방을 넘어 길을 적시는 물보라의 꿈 . 1950년

오렌지 빛 기차 . 핑크빛 버스 . 유화로 뒤덮인 택시를 타고 거리로 나오면
빨강 트럼핏 남색 기타 노랑 피아노가 수놓는 타피스트리의 해안선을 따라 밤이면 별들이 하나씩 내려와 노래를 했다 . 아 . 체게바라 ........ 새벽의 물결이 발 밑을 빠져나가고

50년 후 . 무척이나 어두워진 해안도로에 오토바이가 달려간다 . 길에 넘치는 물보라에 박동 같은 퍼쿠션이 흩어지고 ........호르릉 흔들리는 가로등을 타고 베이스가 넘어오자 스폿 라이트가 하나 떨어진다 .

빨간 컨버터블에서 중절모를 쓴 할배가 세탁소를 찾듯이 부에나 비스타를 물어봤다 . 닭도리 꼰소메에 굵직한 시가로 여자들을 후리던 그림자마저 우람한 할배가 기타를 잡자 아흔을 넘긴 미소에 호수같은 에드립이 여울진다

늙은 가수의 목소리에는 여객선과 물빛 거리 그리고 재로 변한 시간이 가라 앉아있다 . 그가 가진것이라곤 발바닥만 하얀 마리아 상 . 일흔을 넘긴 고달픈 삶이 밤안개와 눈물과 꽃으로 녹음되었다 .

추억의 디바가 행인들과 옛사랑을 노래하자 꺼멍개가 뒤따르고 하늘 빛으로 바래져 가는 길목에 노래는 비닐 봉투처럼 날아 다닌다 .
오래된 역 . 굽이치는 철로에 한길로만 달려온 남자의 기타가 흐르고 레일위로 초록과 오렌지의 야자수 같은 기차가 열매를 날리며 지나간다 .

아취와 열주에 빛이 낭랑하게 퍼지는 홀에 피아노가 아이들과 함께 튀어 오른다 . 반음계처럼 새까만 눈동자의 소녀가 춤을 추자 온음계처럼 하얀 수염의 피아니스트가 어깨를 흔들고 ... 방울먼지가 까르륵 피어오른다

단풍나무 아래에서 진홍빛 셔츠의 피아니스트가 흑백 사진 한장을 꺼내들고 여든을 넘긴 소년의 얼굴로 웃는다 . 빨강은 회상의 바 유리창에 어리고 트럼펫 . 베이스 . 드럼 솔로 바이레이션과 먼지같은 세월이 색유리에 아롱진다

빨치산 전사의 슬픈 사랑 노래에 50년후 블루진 여인들의 삼중창이 이어지고 허물어진 옛 건물로 작은 북소리가 퍼진다 . 나란히 이어진 작은 문들마다 잡초가 가득하고 .... 위층 계단 사이로 잘린 하늘에 잃어버린 노래들이 떠가는 오후 . 바다위 데크에서 베이스와 드럼의 물결이 수평선으로 밀려간다 .

찬찬 . 칸데라 . 시보네 ...... 우리는 헐겁지 않은 세월을 지나왔지
꼼빠이 .... 이브라힘 .... 루벤 .... 노래가 불꽃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꿈 .
산다는게 온통 이름모를 파도 조각이라고 느낄때면 할부지들이 기억나지

라이 . 오늘도 그대의 쌍발 오트바이에 몸을 실으면 제방을 넘어 파도가 치네 .. 그대의 사막 같은 기타가 밤 바다에 떨어진 별들과 함께 하는군 .
달무리 속에서 한 줌 별 빛을 보게 해준 그대를 위하여 .... 키사쓰 .....


2001 . 6. 6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