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다리 사이에 비

그녀에게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






유리창의 그림자 . 바람과 하루 . 미소와 속삭임 모두 ...
그대 곁에서 잠들어 있다 . 새하얀 정적에 ...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를 자르면 ... 여름은 어깨 끈 위에 내려와 있다

회복을 꿈꾸지 않는 병실의 침대가에는 ...
섹스의 선호도가 처방전 없는 시약으로 대롱대롱 매달린다
당신은 게이인가 ... 수간을 하는가 ... 불감인가 ...
전복된 평화의 함정이 차트에 기록된다

깊은 잠의 깊은 전환 . 잠은 나눔 없이 흘러간다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 유리관 속의 유체처럼 ....
기억은 이미지로 이미지는 꿈으로 바뀌며 스며들고
생각이 깊은 시험관에서 오래된 동경이 하나씩 섞여간다

그대 잠들어 있는 동안 그리하여 .... 묘약 하나 만들어진다



창에 흐르는 빗물 ... 돌아올 수 없는 약을 마신 사랑 ...
때로 ... 너무 큰 바람은 꿈을 넘어서 버린다
머무르기만 원했던 육신은 자꾸만 줄어들어가고
그대 창가에 침대가에 의자 옆에 ... 나는 보이지 않는다

비는 머물다가 흐르고 ... 기적은 일상이 된다
비는 무방비의 고독위에 망설임 없이 열정을 쏟아내고 ...
기다림을 터득한 유리창 하나 가득히 채워간다
비는 홀로 질문하다 대답도 없이 사라진다

간유리 욕실창 안에 ... 그대 빗물 떨어지는 사이에
20년간 엄마만을 사랑했던 동정이 고개 돌리고 ...
순간이 흔적을 밀어내는 빈방에서 훔친 머리핀 하나 ....

그대 잠들어 있는 동안 내 몸은 ... 머리핀만큼 작아진다



속치마 바람의 절망들이 거친 돌벽 앞에 막혀있을 때
길을 내주는 남자 ... 눈물을 흘리는 남자 ...
가지런히 정돈된 의자들을 뿌리치며 ... 사랑은 휘청이며 지나간다

병실 침대는 전면창이 되어 그대 잠의 춤을 담아낸다
환자복 자락의 아라베스크 ... 어깨끈의 파드듀 ...
생리를 체크하는 그래프가 나란히 이어가는 하얀벽의 군무
정지한채 충만해가는 몸 위에 지젤의 시트 ...

풀 바닥을 유영하던 영혼의 세레나데처럼 ...
잠속에서 눈 뜨면 열린 문 사이로 미래의 사랑이 마주본다
그대에게 전한 영화 이야기가 되돌아오는 깊은 밤
두개로 접혀있는 속 마음을 펼치듯이 ...

그대 잠들어 있는 동안 가만히 ... 시트를 벗겨낸다



너무 작아진 눈으로 한번에 다 볼 수 없는 젖가슴 ...
기슭은 중력을 밀어내는 봉우리의 아픔을 기억하지 못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 미끄러지지 않으며 ....

죽음을 앞서 가던 투우사의 핑크 스타킹이 피로 물들고
발가벗은 사랑이 아프리카 해변에서 비명을 지르고
두마리 뱀이 지나간 길에 두 번의 눈물 ...
두개의 봉우리가 하나의 이야기로 마주본다

굽이진 발코니에서 지켜보는 선택 사랑의 작은 호기심과 ....
소유할 수 없는 순간 포기하는 닫긴 사랑의 빈틈이 ...
넘겨보고 훔쳐보던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두개의 꼭지가 ... 다가오는 영혼의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든다

그대 잠들어 있는 동안 홀연히 ... 젖꼭지에서 내려온다



달빛을 받는 배를 따라 산을 등지고 숲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드넓은 들판에서는 ... 선택할 수 있는 길들이 있지만
존재는 추락을 막아서는 무성한 숲을 향한다

누구나 성교를 하고 싶고 누구나 편견을 하고 싶다
정신병원에는 목각 인형들이 과거에 목을 매고 서있고 ...
종합병원에는 깊은 사랑을 불치의 임상질환으로 진단하고 쫓아낸다
반듯한 ... 갈비뼈위의 길을 버리고 걷는다

그리움은 느닷없이 옮아온다 . 하바나의 발코니에서 ...
남국의 태양에 지친 난간에 꽃무늬 원피스 날리는 여인 ...
기다림은 병원과 감옥과 하바나가 다르지 않다
영혼은 이어진다 . 배꼽가에 앉아 물컹한 상념에 빠지고 ...

그대 잠들어 있는 동안 끄덕끄덕 ... 아랫배를 지나간다





숲은 바람을 재우고 달빛을 가리고 향기를 전한다
숲에는 산것과 죽은 것이 예감으로 누웠다가 직감으로 일어선다
숲에서는 길을 잃고 ... 물소리에 귀 기울인다

병원과 감옥의 유리벽에는 그들과 다른 사람들이 갇혀있다
정상이 변태에게 ... 동질이 이질에게 유리면 위로 손을 포갠다
영혼이 코마 상태인 환자가 열쇠를 들고 지나간다
혼곤한 털 하나에 몸을 기대고 순종하고 싶다

잘 접어둔 종이 안에 캡슐약 한 웅큼 ... 죽음은 컬러풀하다
창문마다 커턴이 내려진 새벽에 남겨진 메시지 ...
붉은 벽돌 감옥에 사선으로 떨어진 한낮의 그림자 ...
살아있는 모든 털은 죽은 털에게 빚을 지고 자라난다

그대 잠들어 있는 동안 숙명처럼 ... 다리 사이로 미끄러진다



두개의 비탈 숲 사이에 숙연하게 나누어진 ... 그 사이에 ...
턱도 짝도 틀도 없이 초인종만 매달린 문 안에 ...
손을 넣자 .... 비가 내린다 . 비는 기적이다

한장씩 남은 메모 ... 셔츠와 팬티를 벗고 ... 그 사이로 뛰어든다
빗줄기는 조금씩 굵어진다 . 비는 그대 하늘의 메시지다
사랑은 그대 비를 따라 흘러간다

영혼의 세레나데가 들리고 ...
모든 말을 잊은 나는 그대 이름만 부르고 .....
죽은 사랑의 꽃이 다시 피어난다

그대 잠들어 있는 동안
그리하여 ....
사랑은 완결된다











2003 . 5 . 5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