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살의 빈 접시

싱글즈
권칠인 영화






스물 아홉살의 침대위에 아침은 없다

실리콘으로 부풀린 팽팽한 모닝콜이 있다
미래는 변비처럼 막무가내로 버티고 과거는 숙취처럼 쿨렁이고 ...
동정없이 재빨리 지나가버리는 가을날들이 있다
지난밤 섹스의 속설을 헹궈낼 한 컵의 양칫물이 있다



스물 아홉살의 일터에는 경계선만 늘어간다

경량 칸막이 안 미팅룸에서 벨트를 쥐고 넥타이를 쥐고
오래 준비해온 프로젝트는 즉흥의 팬티 프리젠테이션에 물려주고
속살을 비비며 풀리는 로컬 시스템의 컨벤션
섹스 없이 흐름 없는 테크니컬 파티션을 떠나온다

회전문 안팎의 것들은 반바퀴만 돌면 입장이 바뀐다
아이디어를 도둑 맞고 엉덩이를 떼주고
디자이너가 표리 다른 굴곡진 몸을 대리석 수직면에 가리면 ...
덜채운 성욕의 빨간눈 껌뻑이며 엘리베이터가 다리를 쩍 벌린다

재능에 낙서질하고 사슬 밥집에 밥줄을 걸고
이빨에 끼인 오더를 따라 버림받은 엉덩이를 흔들고
쿠폰으로 시작된 할인 시대의 인연 하나 기름진 미소를 흘리고
유치장 철창 안에서 밥을 걸고 말을 건다

성질 돋구면서 익어가는 사회에서 맞을 짓 하면서 삭아가는 청춘
조서를 꾸며낼 수 없는 희롱이 꼬리를 물고
청구해 낼 수 없는 무시가 구차한 실연의 비처럼 쏟아지고
몸을 팔아 꿈을 갚을 창업 아이템이 찜질방 땀방울로 떨어진다










스물 아홉살의 변기에 엇갈림의 물이 흘러간다

같은 변기 깔판을 번갈아 문지르는 사이를 친구라고 부른다
배설의 길이를 끊어낼 수 있는 관계를 우정이라 한다
구분 없는 차이로 열리는 플래쉬 밸브 마개
한 정화조 다른 언어의 갈등들이 눈치 없이 흘러간다

아침 팬티와 저녁 팬티는 성별이 다르고
생식기와 성기는 서로 다른 마감과 속성으로 보관된다
지난밤에 나누었던 객적은 정사의 나머지들
꼭지 돌려서 변기물 처럼 흘러 보내야할 아침이 돌아오고 ...

트렁크를 닫아야 조수석이 열리는 연애의 속성 같은 하얀차
두 개의 문을 열어두고 가늠하는 저온의 사랑
한밤중에 동시에 열린 두개의 문 앞에서 고개 든 성욕
열린 변기 뚜껑 앞에서 진실을 전해줄 수 없는 덮개 없는 관계

남자나 하나 소개해 주고 떠나라는 그녀의 슬픈 이야기가
변기에서 가까운 거울속에 짜다만 치약처럼 담기고
깊이 안아주는 마지막 포옹의 따스함 ...
엄마의 쉬야에 아가의 눈물 방울이 흘러내린다



스물 아홉살의 식탁 위에 빈접시들이 늘어간다

섹스 라면 한그릇 . 전주도 후식도 없이 . 부담도 미련도 없이
싱크대 설합 열고 재활용이 필요없는 봉지를 찢고 ...
거미줄도 왁스칠도 없이 새참을 나누고
칼로리를 갈무리하는 아침이 오면 ....

니 남자는 갓 구운 빵에 멜로우 커피 준비하고
내 남자는 지 팬티 내 배에 깔아놓고 내 바지 발목에 감고 나간다
너는 부신 햇살에 쇄골 드러내며 병아리 미소 짓고
나는 이불 덮어쓰고 멸망 같은 몸부림 친다

너는 물갈이 인조석 난간 위에서 결혼반지와 청혼을 받지만
나는 있는 쪽 다 팔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다
너는 물감질 잘된 책속의 나라로 유학도 덤으로 받지만
나는 꼬리 떼고 대가리 박은 정충에 속을 게워내기 시작한다

임신을 하고 홀몸을 위한 싱크대에서 날춤을 추고
너는 낙태 미역국 끓이고 나는 그 국물에 임신 밥을 말아먹고 ...
너는 인생이 장난이냐고 묻고 나는 아기가 장난감이냐고 쳐다보고
언젠가 섹스 또는 열정을 담았던 빈 접시들을 설거지 한다










스물 아홉살의 베란다에 키작은 화분들을 매단다

빌딩 옥상 난간에서 디스 한가치 . 좆같다며 . 한모금 깊이 당긴다
권위는 귀두를 닮았고 편견은 갈라진 구멍을 닮았고 ....
모순은 처진 방울 주머니를 ... 기준은 늘고주는 몸통을 닮았다
통통한 난간 기둥에 발 올리고 몸을 크게 한번 뒤채본다

김장 발코니 안에서 . 섹스는 매운 양념으로 알싸하게 비벼진다
겉절이 사랑에게 통렬한 통마늘이 진지함을 씹다 맞고 ....
빨간 고무장갑 빨간 뺨에 묵시의 다진마늘이 질펀하게 묻는다

옥탑방에 포취를 닮은 속살 베란다 . 남자를 기다리는 긴 의자 .
시안빛 내숭 창살 . 잔물결 플라스틱 꿈을 내민 투명한 처마 ...
정점을 넘어선 시절을 달빛처럼 별빛처럼 성형하고

엎드린 젊은날의 평상에서 술잔을 홀짝이면
하늘에서 별들이 하나씩 . 씨발 . 궁시렁대며 떨어진다
남자를 보내고 처마에 매단 여린 화분에 묵은 별들이 쌓인다



스물 아홉살의 거리에 겨울이 다가온다

벼룩시장 진열대 앞에서 여자는 커리어와 우먼 사이의 간격을 벌린다
산부인과 병원 키치의 장식문 앞에서 여자는 한계선을 버린다
거리는 내뱉고 떠나간 자들의 낙서로 가득하고
여자는 벼룩시장 또는 태아를 껴안고 거리를 떠나간다

공항 터미널 철골의 매듭 안에서 건식 구조의 이별 하나 가공된다
에스컬레이트에 실린 엉덩이의 질서를 포기한 ...
공허한 층고 아래의 결심에게 원형질의 질문이 빙빙 돌아오고
머무름의 자각 . 한번 남은 겨울 빛들이 거리에 밀려온다



스물 아홉살의 문 앞에 아침은 없다

아무도 붙잡지 않고 아무것도 이루지 않고
이름도 흔적도 물림도 없이
왔던 길들이 사라지고

스물 아홉살의 밤 하늘에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잊어가며
다짐하던 별들이 멀어진다












2003 . 7 . 14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