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두번 죽는다

올드 보이
박찬욱 영화






당신은 향수의 여자친구네 미장원에서 샤워캡 쓰고 ...
정겨운 해묵은 무릎을 쳐다본다 . 그동안 머리가 많이 자랐다
아내 죽이고 돌아온 남자 앞에서 친구 무릎 X자로 꼬인다
무릎 사이 의문부호 위에 땀구멍들 바라보며 ....
벌리고 허리를 밀어넣었던 오백 이십개 무릎들이 설핏 물결진다

전화기 코드에 낯익은 혀 감기면 원격의 무릎까지 떠올리며
몇끼의 욕망을 털어 퍼머나 하까 ... 망설이기도 한다
헤픈 로션 . 속없는 샴푸 . 지난 여자를 그리기엔 미장원이 좋다
내 여자 아니면 모두 빨랫감 같았던 지난날에서 ... 당신은
오래 잊고있던 무릎을 .. 아득한 염색약처럼 찾아낸다

시간을 돌리는 문틀 초인종 소리 .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
우산을 접고 들어오는 그녀를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무릎은 오래 두고 볼게 못된다며 오가며 스쳤을 뿐
잊을 수 없는 경계점 . 두개의 정물 무릎에 빗방울 흐르고 ....
꽂아두었던 시선 곁에 우산 꽂고 그녀 들어온다

그녀는 오늘 상상을 넘어 성숙한 생머리에 세팅을 할까 ...
홀에 세사람 . 물어보고 전해주면 찾아오고 . 풍문의 그림자처럼
변하지 않는 꼴림이 놀랍겠지 . 무릎에서 무릎으로 ...
비오는날 . 미장원에서 성욕의 기억이 피어나면
알게 될 것이다 . 당신의 벽은 거울이다



당신은 향수의 연보라 상자에서 순결한 리본을 풀고 ....
알맞게 잘라놓은 팔뚝을 쳐다본다 . 정사후 나신 무너진다
육질 질긴 그 손이 만진 가슴은 ... 비오는날 미스터리 ..
공중전화 박스 실종만큼 ... 잃어버린 하얀 날개만큼
몽싯하고 탄력있고 은밀해서 .. 추억처럼 우리 질투도 함께한다

늦은 저녁 . 다복한 남자들이 잔술을 나누는 문 밖
수족관 속에 ... 성질 더러운 물고기 한마리 당신을 닮았다
아득한 계시처럼 ... 벨이 울리면 먹이 찾아 올라오고
가스가 차면 수면에서 내려간다 . 너무 오래 궁했기에 ...
어차피 잠깐 머물 횟감이 교미할 암컷까지 찾는다

텔레비전 . 신데렐라의 무릎 . 절망을 젖담은 유리벽에서
환장할 메시지의 여가수가 마이크를 흔들면 ... 당신은
그녀 앞에 무릎 꿇고 성기 흔들고 ... 벽 속의 암내에 헌정하는
정액이 흑백 볼록면을 타고흐르듯 시간은 지나가고 ..
텔레비전을 기억하면 보너스처럼 당신은 여자를 얻는다

고독한 자에게 선물은 상상의 샘이 된다 . 상자를 열면
오붓한 앨범속에 ... 남들만큼 흘리고 살아온 남자와
무릎 흔들어 피워낸 꽃과 무릎 맞닿아 뜯어낸 꽃이 있다
포근한 음부처럼 무성한 잡초 옥상의 탈출을 기억하면
알 것이다 . 당신에게 상자도 거울이다










당신은 고장난 욕실문 열고 변기에 앉은 무릎을 보며 ...
낯익은 찍어낸듯한 입술을 빤다 . 좌약 하나 비어있는 흔적
매끄러움이 떠나면 찌그러짐만 남는다 . 약물이 배설되는 동안
당신이 내린 자궁에 의미 깊은 거품이 남아있는 동안 ...
비타민만 부족한 남자 . 당신은 모진 성욕 모로 눕혀둔다

일식집 . 자유롭고 막역하며 개념없는 물고기를 찾는다
도마를 사이에 두고 손이 찬 사람들 ... 포를 뜨면
생긴 그대로 꿈틀대는 연상 .. 안면이 콧구멍에 파고들고 ...
어디서 본듯 하다 . 깊은 사랑은 늘 그렇게 시작되고
리듬을 맞춘듯 졸도한다 . 전화도 한통쯤 온다

중국집 . 당신 나이만큼 노릿하고 노곤한 미련의 음식 ...
입양된 아이 같은 부모없는 자식 같은 한 접시를 찾으면
대국의 요리는 빨간 원탁처럼 공전하며 돌아온다
만두 .. 귀가 접힌 딱딱한 음식에 미쳐버린 ... 당신은 자꾸만
타인의 이빨을 뽑으려 한다 . 음식도 원한이다



무릎 밑 구멍으로 어느날 젖가락 세개가 들어간다
여벌 하나 .. 다리 하나가 벽을 뚫어낸 몰지각한 성욕으로 ...
구멍 속에 손가락 넣으면 십오년전 당신을 기다리던
목소리가 흘린 물이 묻는다 . 그것도 복이라고 ...
싯누런 운명 가스 퍼지기 전에 ... 침대로 구멍을 가린다

당신은 먼저 자위하고 다음에 상상한다 . 상상의 에코를
그아이가 따라한다 . 신제품 녹음기처럼 ... 그리하여
상상은 잘 접힌 데칼코마니처럼 묻어나오고
당신과 그아이 ... 복사와 원형을 찾아낸것처럼 ...
그리움처럼 성교한다 . 그아이는 깨달은 것처럼 흐느낀다

성기를 그아이 다리속에 가두고 ... 갇힌 방에서 당신이
그랬듯이 .. 침대를 들 듯 그아이 다리 번쩍 들고 ...
음부를 감추듯 삽입하고 ... 끼니 접시처럼 그아이 엉덩이
올려놓고 .. 허기진 고독을 채우듯 내장을 흔든다
섭섭하겠지만 ... 당신에게는 성교도 거울이다










팬트하우스 . 높은 곳에서는 갈등의 오차마저 손에 쥔듯 하다
승강기 램프에 ... 자살 타살 살의 자해 ... 깜빡이고
상승에 몸을 맡기면 ... 선택마저 제거된 옥탑층이 열린다
커턴월이 도시의 추문을 수직으로 가리는 이곳에서 ...
심장을 깁고 살아가는 나에게 ... 대답은 없다

콘크리트 잡초숲에 버려진 시대의 간이화장실 남자
십오년만의 남자 . 당신도 옥상을 기억할 것이다
추억처럼 우리 공간은 겹친다 . 높은 곳에서는 ....
삶을 끝내거나 찾을 수 있다 . 죽음을 나눌 수도 있다
바꿀수는 없지만 운명의 여운에 잡힐 수 있다 . 오래전처럼 ....

새빨간 풍문의 여름날 . 우리는 학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계단은 욕망의 전복이었다 .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치마를 보듯
올라갔다 . 발코니 복도에 녹슨 물음표 자물통 하나 ...
언제나 그랬듯이 . 유리창은 깨진데가 있었고 . 여학생은
손거울을 지니고 다녔다 . 우리가 미쳤던 눈을 위하여 ....

평생 앨범만 만들며 살았던 나는 사진을 찍었고 . 그때 이미 ...
과거로 들어가듯 누나 치마속을 열었다 . 가지런히 모여
나를 향한 무릎에 ... 팬티가 경로처럼 흘러내리고 ...
발이 닿지않는 책상위에서 책을 정리하듯 ... 누나는
속옷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 가벼웠다 그때까지는 ....

가슴이 열리자 누나는 책속의 성기처럼 거울을 들었다
동그란 성기 속에서 동그란 그리움을 빨았다 . 우리는 어쩌면
엄마와 아들 같았다 . 숨어서 미래를 배우는 당신의 열망이 ...
성기속에 들어왔고 ... 허공에서 누나 무릎 추락했다
죽음은 당신이 달아난 등 뒤에서 이루어졌다



옥탑층 . 문이 열리면 당신은 결코 모를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곳은 누나의 무릎 사이 .... 좁은 골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곁에는 나만이 눕는 침대에 예민한 줄들이 이어져 있고 ...
샤워를 마치면 ... 네개의 방향에서 수축되는 틈속에
들어간다 . 회상은 높은곳에서 더 어울린다

물의 끝 . 얕은 계단위 테이블에 내밀한 상자를 열어보고
당신은 누나의 물가에서 그 발랄하던 혀를 잘라낸다
너무 늦게 깨우친 핏물이 기억의 물에 섞이고 ... 늙은개 ..
당신은 언젠가 그랬듯이 . 돌아선 등 뒤에서 죽음을 찾는다
테이프에 신음소리 ... 당신은 얼마나 열심이었던가 ...

승강기가 내려가면 . 나는 누나의 절박한 손을 잡는다
누나는 허공에 누워서 ... 행복한 이별처럼 사진 한장 찍는다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 사랑인지 복수인지 ... 혼돈하며
눈물을 흘리면 . 지층에서 문이 열리고 . 총알구멍 머리에
내 시선은 추락을 마친 ... 누나 무릎을 향해있다



눈 덮인 벌판 . 나 없이 헐거운 생을 시작할 당신에게
그아이가 다가오고 .. 내 앞에 꿇었던 당신 무릎과
당신을 기도하던 그아이 무릎이 빠지지 않을만큼 ...
눈이 쌓여있다 . 묻히지 않을 비밀 . 행복해라
오래 녹지 않을 눈위에 석양이 지겠지

일흔살까지 사랑하며 살아갈 인생 .....
이젠 알겠지만 당신의 미래는
과거의 거울일 뿐이다












2003 . 12 . 4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