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계곡 하얀 집 파란 창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찾아갈 이유가 된다 .
하늘에 그 속를 까발린 나무를 지나 ... 두개의 뻘건 흙줄기 사이
계곡에 오른다 . 미완의 음부에 회의하며 수염을 밀어내고 ...
다산의 발코니에서 넘겨다보면 ... 죽음은 다 자란 고개를 내민다

질곡의 언저리에서 기를 쓰고 달려 올라간 둔덕에 구멍 하나 ...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울림이 돌아온다 . 등이 뒤집힌 네개의 발 ...
마른땅을 파듯 사랑은 깊어가고 ... 어둠속의 작은 빛과 목소리
아이가 태어나고 젖을 짜내고 ... 죽음은 작은 계단을 내려온다

늦은 등불 낮은 울음이 기댄 창가에 ... 살아서 무거웠던 밤이 지나고
굴곡없는 가랑이에 스며있던 까만 풀들이 하나둘 피어나는 아침
모진 기다림과 아픈 억누름이 주름진 계곡 깊숙히 ... 물에 젖고 ...
갈대숲의 긴 송가 ... 처음을 이루었던 곳을 떠나와 ....



죽음 ... 다시 흘러가라 ... 흐린 눈을 씻고
삶이 다 채우지 못한
얕은 물을 따라서









    우리 시대의 간이 화장실
     헤드윅








긴 장벽에 막힌 문들이 있었다 . 루리드와 아기곰 젤리에 열리는
작은 뒷문 하나를 주둔군이 화장실로 만들어 썼다 . 그후 어느날
리노베이션과 리모델에 헷갈린 건축가에 의해 용도를 잃은 그곳은 .....

문앞에 딱지가 없으므로 신사나 숙녀가 외면하자 ... 공터에 홀로
버티며 노래를 불렀고 ... 때론 행복한 월경을 위한 락 잔치도 벌이며
존재의 필연을 전했고 .. 외롭고 여린 자들이 찾아와 자위를 하고갔다

독창적이므로 삶은 험난했다 . 전환에 과거를 헹군 연인의 변비에
상처입고 ... 변소 창법의 복제에 울었고 ... 유료 팻말을 걸기도 했다
시간이 깊어가고 빛과 그림자가 숙명 같았던 어느밤 .... 그곳의
문앞에는 가혹한 역사를 주술하는 작은 재십자가가 그려졌다



그대가 매몰찬 거리를 지나가다 그곳을 만날 수도 있어 ...
문을 열면 시대의 난파선에 찌든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겠지만
벨트를 풀고 귀 기울이면
길고 오래된 이야기 하나 들을 수도 있으리라













    하얀 건반 사이 빙판
     피아니스트









높은음 자리표 계단에서 흘러온 포르노숍
바리톤 음역에 깔리는 거대좆대의 말발굽 소리
휴지통에 뭉쳐진 정액 묻은 티슈 알레그로 ....
한겹 악보 없이 영감을 따라간 스크린 앞
피스톤 허리 힘에 쿨렁이는 빨간차 리듬
낮은음 자리 바퀴에 스미는 오줌발 아다지오 ....
다리 사이 까만 건반 사이 금기의 면도날
물 없는 욕조에 음 없는 핏물 악보 한줄 .....

화장실 문 타넘는 기교 넘치는 스캐르조
구원의 심벌에 얼굴 묻고 타일 바닥 리허설
손대지마 구순기 솔로에 무반주 앙상블 ....
하키 바지 벗기면 클라식 아래 크로스오버
목구멍 깊이 굵은 헌정 연주에 구토 매듭
빙판을 스치며 사라지는 비속화음 세레나데 ....

콘서바토리 나오면 문 잠그고 에스엠 과외
모래밭 침대 엄마 성기에 미련 가득 달빛
포르테시모 패고 맺은 관계 허리아래 단음계 ....
오디토리움과 철문 사이 섹스와 단절 사이
하얀 육신에 식칼 박힌 독주자의 첫 키 ....



황혼의 연주 .... 결핍의 건반에
얼음 갈라진다








2003 . 1 . 13
tkhong .  letter@ang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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