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의 레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밤 사이 비가 내리면 ... 가을 발코니 시간이 삭아가는 나무난간 밖에
두개로 접힌 하늘과 물이 마주보며 여울을 그리고 ... 때로 다짐을
재촉하던 레일이 돌아갈 수 없는 생각의 출렁임속에 가라앉아 있다

누군가의 기다림에 손흔들며 두량 기차가 수몰의 플랫폼에 들어오면
파란의 목욕탕 나무물통을 저어가다 ... 단념 구름다리위에 서있는
그림자 자락 불러 태우고 ... 은빛시대의 편도표로 기차는 떠난다

몇가지 약속과 기대처럼 물위의 간이역에 서면 ... 지워진 얼굴들이
내리고 .... 철도원 담장과 신호등 뒤로 시간은 차단기를 내린다
작은 전환들이 졸고있는 실내등 창에 낮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수평선 멀리 어둠을 밀어내며 기차는 ....
고개숙인 주마등이 빈바람에 흔들리는 폐허의 역으로 달려간다



밤 사이 비가 내리면
여린 기억은 물 속의 레일을 따라 낯선 여행을 기다린다
늪의 끝 역까지 ......









    아파트와 나목
     오아시스








성긴 가난 모래와 비천한 일상 벽돌을 비벼 세운 겨울 아파트 속에 ...
아무나 외면하는 더딘 개발의 작은 아파트 ... 턱가에 남루한 과거를
퍼질러놓고 ... 맘만 먹으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그곳에 ... 밤이면
나목 한그루가 ... 헛된 욕망의 손길로 통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

얼음 찢어지게 추운 어느날 아파트에 치기어린 꽃다발이 찾아와
가슴을 후비고 지나갔고 ... 얼마후 포근한 휠체어가 다가와 노래를
불러주었다 . 그날밤 아파트는 초조한 실톱에게 ... 자고가 .. 떨리는
고백을 했다 . 앙상하고 뻣뻣하기만 하던 실톱이 그녀 깊이 들어왔다

그 밤의 사랑은 길지 않았다 . 처음 들어와본 그 속에서 실톱은
기쁨에 엉덩이를 흔들었고 ... 아파트는 언제나 들어왔던 신음의
볼륨을 높여갔다 . 이웃집들이 동경과 질투에 불 밝혔고 ... 불구의
패트롤카에서 제복의 남자들이 흩어져 나왔다 . 경이로운 밤이었다

사랑이 깊어감에 나목은 뉘우침으로 신랄한 자해를 했고 ... 첫관계의
교성에는 흔한 사연과 통속 음악이 섞여 있었다 . 사랑은 별 다를게
없었다 . 호기심 찬 누군가 실톱에게 뭐하냐고 물어보자 ... 나무를
자른다고 했다 . 알듯한 미소와 끄덕임이 스치고 지나갔다 . 그날밤

그들은 때로 .... 깊은 사랑은 잘라가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날 버스 정류장
     판타스틱 소녀백서









언젠가부터 버스는 그 곳에 서지 않았다 .
마지막 버스가 빨간 블루스와 인디고 이브닝과 ... 몇 개의 레코드와
정류장까지 싣고 떠나가 버리고 ... 펑키와 포르노와 치킨 ... 노선은
자꾸 늘어나고 ... 통속과 통념의 통박을 비껴 지나갈 수는 없었다

그후로 사람들은 그 곳에 머물지 않았다 .
구인광고를 내고 ... 벼룩시장을 만들고 ... 외계인 밴드를 쫓아다니며
공복과 성욕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 찾는다는 것이 새로 만들기보다
어려워 ... 때론 미친 트럼펫이 되어 저녁바람에 떠다니고 있었다

헛된 기다림도 그 곳에서는 아무렇지 않았다 .
섹스숍의 장난감이 들뜬 열정을 기다리고 ... 느닷없는 고백이 허접한
성교를 기다리고 ... 기막힌 인연이 영혼의 썰물을 기다리고 ... 낙서에
취해있던 외로운 벤치 이름 없는 정류장에 달빛 버스가 다가왔다



미루어 두었던 시간의 뒤에 줄을 서고
설레임의 날들은 저녁에 떠나는 버스와 함께 갔다 .
그날 이후 아무도 그 곳을 기억하지 않았다
거리는 자꾸 비워져갔다 .








2003 . 1 . 7
tkhong .  letter@ang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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