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 호텔에서 하루

작별
에두아르도 미뇨나 영화



밤의 고속도로 . 집으로 돌아오는 길 ...
배 고프고 몇 개 기억이 부유하고 ... 희미한 회귀의 경계에
트레일러 트럭 불빛이 하얗게 바래져가며 ... 뒤집히는 하늘



선착장 호텔에 비 내리고 ... 남아있는 사람들의 우산을 타고
남아있던 시간방울 떨어지는 바다에 ... 하얀가루가 사라진다
배가 닿는 나무다리 끝에서 반으로 접히는 공백과 흔적
오래된 호텔 작은 로비에 할머니가 벽시계의 태엽을 감고 ...
커피와 위스키 .. 추억처럼 포근한 의자 ... 빗물에 얼룩진 창

시간이 흐르면 슬픔은 습기로 침묵 벽속으로 묻혀가고
노랑 봉투 앨범 한권 .. 주크박스의 맘보 .. 해풍이 밀고온 통곡
살아서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티슈 같은 잠속으로 녹아가고 ...
버스가 올때까지 기억을 담아둘 시간은 짧아져간다 .



몬테비데오의 물병에 오줌을 쌌을까 ... 과거는 선택할 수 없다
선착장의 끝에서 한발 더 내 딛어도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
발동선이 개 같은 지난날 물거품을 꼬리에 달고 국경을 넘어가면 ...
익은 젖가슴 상처 허벅지에 이국의 풋사랑 남자가 고개를 돌리고
첫실연에 첫끽연 ..... 첫남자는 허공에 내뿜은 연기같아 ...

혼자 꾼 꿈 같은 연을 선물한 두번째 남자 성한년이 차지하고
절룩발로 뒤뚱이는 삼바리듬 ... 길바닥에서 눈물부터 배운 여자 ...
스페니쉬 억양 크림슨 머플러 자마이카에도 없는 밀짚모자 ...
한낮에 몰래 섞어낸 옆집 유부남의 씨 ... 밤침대를 피로 적시고
트럭짐 타피스트리 담요에 덜컹이는 자연유산 ... 사랑은 물같아






등대 . 아무도 찾지 않는 밤바다를 안으려고 깜빡이는 미련 ....
다가가지 못할 불운의 풍랑 밖에 서있는 외눈박이 빛줄기의 밤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를 외면하는 방파제 남자의 배 위에서
깊은 바다 허리를 출렁이며 깨어나 남아있을 한방울을 기다리고
뒤늦은 자각의 바람이 수면을 식혀가는 ... 섹스는 밤바다 같아

등대는 구원도 신탁도 아니고 ... 높은 난간이 유혹하는 추락의 기점
방파제는 파도를 가두어두지 못하고 ... 바닥없는 침몰로 향하는 발판
바다 가득한 하늘에 떠나간 남자가 만들어준 부목이 날아가고 ...
해변도 창가도 하룻밤도 ... 의지할바 없이 저마다 밀리다 쓸려나가고
늙어가는 바다에 사랑을 던지고 돌아온 ... 삶은 액자속 그림같아



추억을 살리려고 똥 누듯이 힘 쓰진마 ... 지저분해질 뿐이야
과거를 보상할 시간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면 무엇을 할까 ....
카메라에 못다한 이야기를 담고 ... 담배 연기에 의미를 날리고
추억을 배반할 수 있다면 몇 개쯤의 허영을 미소속에 감추어두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에게 ... 남자는 한잔의 칵테일 ...

공항의 출국장 ... 지고 피어나고 시들어가며 손흔들던 이별
늙어간다는건 ... 섹스를 그만둘 수 있어도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것 .
젊음은 농구 골대의 하오 ... 프리드로에 매달려있는 무한 선택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운 키쓰에 ... 남아있는 시간이 아쉬운 시선
춤을 추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 결혼은 스프링보드 다이빙 ...



산다는건 호텔 로비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한나절 같아 ...
다른 방향으로 헤어질 사람끼리 묵은 공기를 나누고
정해진 것 없는 길에 과거의 짐을 메고 떠나가면 그뿐 .

버스의 빈자리 . 한권의 앨범 . 알미늄 갓등의 디졸브 ...
선택할 수 있는 날들은 많이 남아있지 않아
눈을 감고 공을 던져봐








2002 . 10. 31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