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레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이사 오는 날 . 누워서 바라본 차창으로 하늘이 흘러가다 .... 기우뚱 ...
숲속으로 들어간다 . 낙엽이 쓸고간 좁은 길 끝에는 기다린듯 작고
깜깜한 터널이 있다 . 시간의 계단을 헛디딘 테마파크와 순환열차의
대합실 ..... 긴의자와 높은 기둥은 물빛 그림자로 침묵하고 .... 과거에
익숙한 바람이 불어온다 . 하오의 태양 모로 누운 풀잎의 낯선 조우







위도를 하나쯤 내려온 남풍과 ... 남색 문설주 붉은 처마 이끼빛 벽
흙길 줄그림자에 종이등 . 퇴락한 열정 발코니 . 짚시 삐에로 아취 .
상실 시대 난간 ... 먹자거리에 ...... 기억의 수족관에 넣어둔 이미지들
그 모서리에 빨간 다리가 있다 .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던 비밀이
하나둘 숨어있는 나무다리에서 ...... 숨 참고 소리 죽이며 지나가면







낮과 밤이 고개를 돌린채 회전하고 잔치에 부유하는 불빛 강건너에서
꽃부채 크루저 유람선이 품격으로 발광하는 세트 조명의 복층 선실을
실어오고 ..... 한바탕 목욕 니나노 투어의 아코디언이 열린다 . 물냄새
떠다니는 마루바닥에 한량과 작부 ... 귀빈과 시다 ... 요괴와 야수가
돌아다니고 잊혀진 대욕실에 약수가 쏟아지면 ..... 피어오르는 안개 ...

새벽 국화뜰에서 풋사랑을 알고 돼지우리에서 모성을 느끼고 ...
한 뭉테기 똥덩이가 샘물이 되어나가면 금싸라기 쏟아진다 . 뒤척이는
기억 쪼가리 ... 눈을 깜빡이는 검뎅이들은 연민에 몰려다니고
두레박 승강기 팬트하우스에 쿠션더미 속 거인 아가는 생쥐의 꿈을 꾼다 .
하늘에 하얀용이 ...... 예감을 갈라놓는 차가운 비를 가득히 채워놓고 ...



나무 베란다 구름난간턱에 걸터앉으면 ..... 벌판은 바다가 되고 하늘은
거울이 되어 두량 기차가 발 아래로 지나간다 . 이름을 잊고 돌아갈
길을 잃고 보이는건 바다와 목욕탕 .... 용은 종이 비늘로 하늘에 상처를
뿌려놓고 바다는 두개로 접힌 기억 한면으로 반짝인다 . 물은 ......
가라앉은 것들 위에서 손 흔들고 .... 떠있는 것들 아래에서 더듬어간다

삭아버린 긴 연통 흔들리는 결단의 어깨에 종이 인형 붙어있고 .. 살아온
날들을 몽땅 끄집어낸 용기의 경사에 서있는 계단 . 벽 . 무거운 창틀 ..
피를 머금은 숨소리 .... 보일러실에 빼곡한 설합에는 오래 견뎌온 사랑이
남아있고 .. 불타 소멸한것들의 한편에는 다시 시작하는 분주함이 이어지고
선택에 망설임없는 몇갈래 손이 추억의 회수권을 내민다



늪의 끝 역까지 ..... 손잡이를 돌리는 낭만시대의 개찰기가 편도 두장을
끊어내고 창백한 안개얼굴과 생각을 바꾼 두마리 결심과 함께 ....
기차는 바다위를 달린다 . 물위의 간이역 . 귀향의 망설임을 짐시렁에
내리고 몇 개의 굽이진 이야기들이 철도원 낮은 담장을 건너 투영의 과거
너머로 사라지면 기차는 시간의 꼬리를 물고 자꾸만 비어져간다

어둠이 내려오는 바다 . 물속의 레일위로 사위어져 갈것들이 남겨지는
것들에게 인사하고 ... 망각의 실내등으로 어두운 객실 ... 무릎위에는
약속과 기대가 꾸벅꾸벅 졸고있다 . 여린 수몰의 밤 수평선의 불빛은
기다림이 휩쓸고 지나간 부호 하나 깜빡이고 ..... 헤어짐 신호등 역에
생각에 빠진 주마등을 지나면 잠에서 깬 외등이 끄덕이며 다가온다



케익하나 차한잔 생쥐 챗바퀴가 풀어놓은 실 한타래 눈물 한방울의
시간동안 물에 빠진 하늘을 날아가면 ... 어린날을 감싸주던 은파의
옛 개천의 손을 잡는다 . 물 속의 하늘에서 .... 추억은 새로운 물방울
꼬르륵 만들어놓고 .... 잠겨있던 나머지 이름이 돌아와서 .... 반으로
접힌 기억이 펼쳐지면 .... 흩어진 운명의 두 조각이 이마를 맞댄다

터널의 저편에는 오래전에 포기해버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
밤비 내리면 차이에 바랜 여닫이 문이 하나둘 닫기고 상념의 붉은등이
꺼지고 상상할 수 있는 만큼의 바다가 밀려오고 .... 한낮의 햇살
바람 불어오면 기억할 수 없이 물속에 잠긴 레일위로 기차가 달린다

터널의 이편에는 그래서 ......
돌아보면 낯익은 빛줄기 하나 기다리고
이사오는 날 . 낙엽 숲을 빠져나가면
어둡고 긴 통로 끝에 ....... 그 빛이 반짝이고 있다



2002 . 8 . 19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