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종이 강물 비

아이리스

리챠드 에어 영화


물속에서 그대 이름 부른다
물풀이 몸을 감고 .... 조금씩 흐려지는 물속에서 서로를 찾으면
시간은 빛 무늬를 만들고 ... 다 익은 몸을 흐름으로 감싸안고
그대 미소에 손을 뻗으면 ... 조약돌 하나 가라앉고
강가에는 비가 내린다




옥스포드 . 하얀 머리결과 오래된 의자 ...
안다는것은 그대 앞에 다가가며 그대를 느끼고 그대안에 머무는것
슈퍼에는 원형질 식품이 있고 ... 사랑의 봉투가 있고 ...
늙어간다는것은 무심의 틈에 낡은 코트 자락이 끼인것

식탁아래로 떨어진 내프킨 .... 그대 발에 흘러내린 포도주 방울
의미는 이중적이고 .... 진실은 발화되어 사라진다
솜털이 누운 팔 .... 밀리듯 스며오는 입술 ... 떨리는 원고지 한장 ...
기억의 뒤편으로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
하늘에 흩어져 비가 된 웃음소리 ...





강가에는 ... 아직도 그대 몸속의 풀들이 흔들리고
물방울은 엉덩이 사이 꽃을 지나 피는대로 흘러가고
스치듯 비가 내리면 ... 물속에서 부유하는 미래를 남겨둔채
주머니 속 가득히 그대의 샴페인빛 패티코트와 함께
언젠가 잊혀질 여름비 ... 초대받지 않은 사랑이 달려간다

치매의 창밖으로 오소리와 고양이가 싸우는 밤
puzzle 이란 단어를 잊는다 . 미침은 남들이 먼저 알아보는것
빨간전철이 지나가고 ... 질문과 대답과 시간이 차례로 지워진다
연민 앞에 오줌 싸고 ... 이름이 사라지고 그대가 남아있는 밤 ...
작고 적막한 이층집에 망각의 썰물이 빠져나간다

체리핑크 맘보 .... 그대 무릎에 접힌 스타킹 위로 소나기 내리고
불켜진 창의 실루엣 ... 그대 낱장의 사랑이 익어가는 밤
동경은 길 위에서 시작되고 ... 질투는 문턱을 넘어서고 ....
갈망은 창턱에 흔들리고 ... 배반의 문틈으로
낯선 배위에 기대고 그대 성기 .... 순간의 포만에 취해가고 ...
등뒤에서 하나씩 미망의 문이 닫긴다


늙어가는 바다는 서명 없이 완결된 책 한권
바람은 과거의 모래를 날려보내고 .... 하얀종이에 버림받은 조약돌 ...
지난날 파도가 한낮의 손을 잡고 떠나간 빈 바다 방갈로에
오래된 레코드 샹송과 잉크빛 마지막 춤이 포옹하고
돌맹이로 누를 수 없는 시간에 비 내리고 ....
약속 없는 긴의자가 물빛 창가에 소리없이 울먹인다

일찍 밝혀진 등 ... 일찍 피어난 꽃 ... 일찍 쓰여진 책 ...
저녁이 오면 ... 주름살 속에 접힌 희미한 등 하나씩 꺼져가고
잊혀진 그대 기억의 등뒤로 .... 또렷하게 다가오는 지난날의 문 ..
지워질수록 피어나는 사랑은 둘만 남기고 식어가는 침대 ...
뒤늦게 증류되는 고백에 차가운 비 내리고 ...

그대의 지나간 밤을 알고나서 그대에게 남아있는 남자
늦되고 푸석한 주머니에 조숙한 물고기 하얀손이 들어오고 ...
추락할때마다 하늘에 새 한마리 날아가고
미안해야할 모든것들이 가라앉아 스스로 깊어가는 밤
기억의 문을 닫을 때마다 그대의 빛은 남아있다


강가에서 ... 그대의 미소를 지나 흐르고 흘러가는 수면에
조약돌 하나 풍덩 빠지고 바닥으로 내려간다
스쳐지나간 단 한순간을 위하여 ....

복도에서 .... 팔을 벌리면 살빛 햇살이 손을 내미는 한 낮 ....
고요하게 다가온 노래에 몸을 맡기고 ... 시간의 왈츠를 춘다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빛을 위하여 ....

바다에서 .... 그대에게 청혼한 전당포 반지 .... 멈추지 않고 ...
사랑과 그림자를 지나온 보석 ... 바람과 구름을 지나온 파도 ....
닳고 닳아가는 것을 위하여 ...
아이리스 ...

2002 . 4 . 15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