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류장 빈 바다

기쿠지로의 여름
기타노 다케시 영화



다리위에 .... 느슨한 매듭으로 올 풀린 커플이 난간에 기대있고
막 방학한 아이가 지나간다 . 여름은 .. 지난밤 불꽃이 재로 남아있는
빈 골목길 ... 몇 개쯤 이름들이 메아리로 돌아오는 아파트 .....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돌아보면 새하얀 한낮의 담벼락 ...

소반에 접시 하나 .. 혼자 기다리는 점심상 ... 빈 하늘 운동장 ...
그림자를 잃어버리고 고개 숙인 골대 .. 굴러갈 생각없는 축구공 ...
느닷없이 날아온 소포와 하늘에 걸린 주소 하나 ... 천사의 헛발질 ...
뒤 돌아보지 않고 달린 길 ... 녹아버린 파르페 .. 우연한 만남 ...



경륜장의 트랙에는 실패한 두바퀴가 엎어져 있고 ... 첫끗발 블루 ...
두개 숫자로 시작된 유리잔 팀웍에 ... 길에서 탈락한 자들의 불운이
꿈휴지로 깔리고 ... 엇갈린 현재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전광판에
파릇한 약속을 날리고 ... 꼬깃꼬깃 풀죽은 마지막 지폐가 나온다

공원 화장실에는 장외 경기 하나더 기다린다 ... 팬티를 버티고 따낸
지갑 ... 눈물은 물결이 되어 ... 화해의 등짝 문신에서 ... 다가올 수
없는 모성 사무라이의 삿갓 아래로 흘러내리고 ... 노을빛 꿈하늘은
멀어질수록 짙어만 가고 ... 쿨쩍쿨쩍 시름하던 택시가 멈춘다



호텔은 배반의 잡기들로 텅 비어 있다 . 석고 여인의 힢 ... 밥상위의
크롤 ... 낚을 수도 올라탈 수도 없는 장식 ... 공백 깊이 물 채운 풀 ...
연보라 튜브의 자해 잠수 ... 태양을 엿먹이는 발가락 .. 말못할 여름
창백한 풀 사이드 ... 보호자 없는 이인조의 물장구 ... 눈감은 한낮 ...

출입금지 울타리 안 초록 파티에서 미소 오렌지 에어 쇼 ...
미스터 로봇 코인 쇼 ... 하늘은 발등까지 내려오고 파우더 블루 등에
달린 눈빛 천사날개는 갓 다가온 즐거움에 여린 바람을 남기고 ...
헤어짐의 여백에 그리움이 고개 숙이고 기다리던 라임 타임 만남



여름 낮길은 가운데만 있을 뿐이다 . 누구나 빈 교차로에서 돌아서고
누구나 버려진 이삭들 앞에 멈추지 않고 누구나 서둘러 갈 종점이
있겠지만 .... 장님으로 오버랩한 길손은 들짐승처럼 팽개쳐지고 ...
굽이진 아스팔트 위에 모멸 지팡이 ... 동정없는 하루가 저물어간다

언젠가엔 버스가 머물던 버스정류장에 밤이 오면 ... 언젠가를 위해
미루어둔 등이 밝혀지고 ... 기억의 이랑으로 흘러가는 수로에 늦은
고백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 엄마 없는 아들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
풀잎 ... 촉수 낮은 불빛에 한발씩 밀려드는 물결 벌레소리 ...







터널 밖으로 나오면 빛은 기다린만큼 거리로 물러난다 . 낮은 담장
화사한 손짓은 남의 그림일기 ... 모래밭 풀잎 ... 천사가 비워둔
바다에 파도는 끝없이 부서져 돌아오고 ... 보고싶은 마음보다 커다란
해변에 너무 일찍 잃어버린 꿈 자락 ... 철바람 모래에 덮여간다

하늘 높이 문득 여름의 꼬마종 소리가 들려 ... 돌아가는 바다에서는
흐린 추억들끼리 손을 잡고 ... 다못한 몇마디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
해변도로를 따라가면 멀리서 구름이 될 연기가 올라가고 ... 갯바위로
파도가 돌아오고 ... 뒤늦게 모든 것을 알게된 하늘이 붉게 물든다







유원지의 하루가 마감되는 시간 ... 거북이 곰인형 공기총 짐을 싸고
색종이등 아래 끈 떨어진 탈 하나 잠이 늦은 스님이 줏어가고 ...
축제에 떠있던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 오리알들의 벤치에서 ..
피터진 허구를 감싸는 붕대로 포근히 익어가는 정물의 밤 .

망각의 처마가 길게 드리운 병동에는 진행을 멈춘 시간이 고여있고 ...
지구가 외면하는 외계인이 잠 못 이루는 밤 ... 열을 세고 돌아보면 ...
우뚝 멈추어 선 무사와 기사와 장군 ... 눈을 감으면 물빛 하늘에서
달려오는 꿈꾸는 사람들 ... 눈 뜨면 손흔드는 어느새 낯익은 작별 ...



다리위에서 .......... 깊이 닮아버리는 여행의 속성이 인사하고
어디선가 포켓에 구겨넣었던 이름 하나 흘러나오고
여름이 떠나가는 팔랑팔랑 날개짓 위로 ...
하늘 높이 꼬마 종소리가 울린다



2002 . 10 . 6
tkhong .  letter@ang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