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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_mono_01] 이곳은 종이와 활자들의 숲이다
marisu   2001-04-24 13:49:43, 조회 : 3,877, 추천 : 654

 
이곳은 종이와 활자들의 숲이다







   




이곳은 종이와 활자들의 숲이다





무질서하게 꽉 차있는 책꽂이와 책더미, 포스트잇으로 누덕누덕한 모니터 사이로 보이는 검거나 누런 머리를 보고서야 이곳에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느 나라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울음소리나 웃음소리 또한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울리는 전화벨 소리. 정해진 고객 응대 멘트에 따라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21세기 멀티미디어 지식 공학 연구소의 아무개입니다."





지식 공학 연구소의 편집자들은 남자 혹은 여자이다. 과장이 일어서서 점심 시간을 알리기 전까지 지식 공학 연구소의 편집자들은 말하지 않는다. 웃지 않는다. 화장실 가지 않는다. 혹 그들 중 어느 누구는 머릿속으로 다른 세계를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곳은 오색찬란한 컬러의 세계. 산호초의 바닷속과 장미성운의 우주 한가운데. 그러나, 그들의 두 발은 희미한 연두빛 5층짜리 직사각형 건물의 시멘트 바닥에, 그들의 엉덩이는 플라스틱 회전 의자의 해묵은 방석 위에, 그들의 두 팔은 가족들의 사진이 짓눌린 유리판 책상 위에. 실재한다.





2001 . 3 . 20

윤선아 . marisu .  letter@ang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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