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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 굴다리 프레임
tkhong   2001-04-21 00:30:25, 조회 : 4,315, 추천 : 797

 
상록수 굴다리 프레임







   




상록수 굴다리 프레임





네모진 프레임 안은 어두웠다 . 배경에는 봄과일 행상이 있었고

멀리서 건널목 신호등이 빨강으로 바뀌었다 .

템포를 죽인 댄스 곡이 시작되면서      ................ 큐

아주 가는 다리에 커다란 운동화를 신은 삐삐 같은 아이가

모노크롬 실루엣으로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와르르 밀리면서 지나갔다 . 그들의 동작은

빛이 휘발되는 곳들이 그렇듯 흐려진 속도감으로 떠다니는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3초쯤의 시간동안 지나가는 단역들이었다

표정은 물론 의상의 색깔도 알수 없는 그림자들의 무언극처럼 보였다 .

그들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열중하기도 하고 ... 현금 지급기 앞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 자동 사진촬영 부스에서 플래쉬가 터졌다

농구공을 튀기며 지나가는 남자애가 삐삐를 쳐다보았고
그순간 삐삐의 고개짓이 빨라지다가 다시 돌아왔다

자전거가 한대 허공으로 지나갔다 .



전철역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굴다리 교각 옆의 네모 상자다 .

역에서 한 무리의 엑스트라들이 오분간격으로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져갔다

테잎 행상이 음악을 래퍼의 고통스러운 웅얼거림으로 바꾸었고 ...

삐삐는 자리에서 한바퀴 빙그르르 돌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람들은 계속 삐삐를 남기고 사라져갔다

음악이 반음계 마이너로 떨어지고 삐삐의 고개도 좀씩 가라앉았다

바람이 불어와 프레임끝으로 은색 먼지가 피어났다 .



음악이 끝나고 기다린듯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 컷

파란 신호등이 깜빡였다 .

친구들을 만난 삐삐가 햇살 떨어지는 건널목으로 나오며 깔깔댔다 .

오렌지 빛 머리핀이 햇살에 반짝였다 .



굴다리 프레임에는 음악과 신호등의 리듬이 있고

끊임없는 단역들이 짧은 연기를 하고 밝은 곳으로 나왔다

봄바람에 실려 연출 사인이 속삭이듯 들려왔다





2001 . 3 . 30

홍태경 . tkhong .  letter@ang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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