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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_mono_04] 엘리베이터에도 봄은 오는가
marisu   2001-04-24 13:49:11, 조회 : 3,281, 추천 : 745

 
엘리베이터에도 봄은 오는가







   




엘리베이터에도 봄은 오는가





비가 오는 2001년 4월의 어느 봄날, 이 금속 입방체 공간의 바닥에는 쑥색 아크릴 카펫이 깔렸다. 그녀의 구두소리를 먹어버리는 카펫. 축축한 공기. 엘리베이터가 초속 3m로 상승하는 동안, 그녀는 소리가 먹혀버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동서남북 모두에서 마주치는 자신의 얼굴. 눈동자를 바라보다 문득 흰자위에 난 붉고 가는 주름을 살피려 거울 속으로 다가갔다. 거울 속에는 거울 속 거울의 속에 있는 거울 속의 거울의 속에 있는 거울, 거울, 거울... 끝없는 거울을 내포하고 그 속에는 가늘게 핏발이 선 그녀 자신의 눈동자가 무한한 거울 속에 반영되어 있었다. 자신의 눈동자를 응시할수록 그녀는 고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보다 빠른 속도로 거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녀 눈동자 속의 빨간 잎맥. 그녀는 어찌나 집중을 하고 있었던지, 종소리가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히는 것도 알 바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21세기 멀티미디어 지식 공학 연구소, 지하 자료실의 계약직 사원, 홍문순씨가 책더미를 운반하는 대형 카트를 밀며 엘리베이터로 돌진했다. 그 바람에 그녀와 문순씨와 책더미들은 한꺼번에 얼싸안고 시속 10km라는 그리 신날 것도 없는 속도로 함께 상승하게 되었다. 23층에 도착해 스르르 문이 열렸을 때서야 두 남녀는 어색함을 감수하고 자신들을 덮쳐버린 책더미들을 어떻게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2001 . 3 . 21

윤선아 . marisu .  letter@ang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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