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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별 19 . 재스민캔디가 유혹의 숲에서 나왔다
guajira  2011-04-11 11:27:25, 조회 : 2,982, 추천 : 992

 


그날밤 뽀아랑은 조리실 창문에 비치는 달빛에 빠져들었다
가슴 바닥으로부터 체리 향기가 차올랐다 . 남자의 목구멍에서
열매의 향기가 난다는 것은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다 . 라고
현자 꾸르쥐르께서는 말씀하셨다 . 현자 꾸르쥐르는 오늘날의
뽀아랑이 있게 해준 . 등대에서 빙빙 도는 빛 같은 은인이다



오븐에서 마카롱을 꺼내며 뽀아랑은 다시 달빛을 보았다
이번에는 훨씬 높은데 걸려있었다 . 아마 크레송을 다듬을 때쯤엔
창에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 내일 아침 샐러드 준비를 다 마칠
작정이었다 . 결코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 사랑에 빠진걸까
오월이면 스무살이 되는 천재 요리사 뽀아랑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혀끝에 올려 입천장에 살짝 부딪치며 발음해보았다



꿀과 포마르와인과 재스민으로 만든 사탕을 맛 본 주르랑땅
부인은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 유월의 첫 새벽 제비꽃 잎사귀에
맺힌 이슬 같은 물기가 주르랑땅부인의 눈가에 맺혀져 있었다
뽀아랑은 엉덩짝에서부터 한줄기 뜨거운 김이 뒷골까지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에 혀를 살짝 깨물었다 . 주르랑땅부인이
뽀아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 손가락끝에 달빛이 내려왔다



붉은 우단커턴 자락이 휘청휘청 날렸다 . 밤의 끝자락에서 아주
부드럽고 아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 재규어가 마른덤불을 밟는
소리인지도 몰랐다 . 주르랑땅부인은 공포에 가까운 환각을 맛보았다
아니 사탕 한 알이 … 머릿속에 보라빛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는
기분이었다 . 알 수 없는 몸의 한 조각이 파르르 떨고 있었고
생각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날아올랐고 . 감각의 한 조각이 타버렸다
아니 사탕 한 알이 . 유혹의 숲에서 비수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왕정복고 시대에 외무대신으로 은빛 날개를 펼치며 왕궁의
어깨로 행세하던 파르티유백작은 여름혁명이 일어나고 혁명군이
황제의 테라스를 장식하던 ‘유리사자’ 조각을 깨부수던 날
남쪽으로 도망가버렸다 . 파르티유백작이 망명의 마음으로
압상트에 절어있던 시절에 손녀 주느비에브가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쥐엥이라 불렀다 . 오 나의 천사 쥐엥 …



주느비에브 주르랑땅공작부인은 할아버지가 부르던 이름
쥐엥으로 불리길 좋아하였다 . 할아버지의 콧날과 빵빵하던
어깨의 정기를 물려받고 . 남부 사교계에서 ‘달의꽃’이라 불리던
엄마의 기질을 빼닮은 주르랑땅공작부인은 여름바다의 구름과
포도밭의 바람과 퍼붓는 눈보라와 올리브 숲의 안개를
다 섞어놓은듯한 마음을 지닌 알쏭달쏭한 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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