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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별 7 . 파도에 부딪치며 배우던 여름날
guajira  2010-04-14 02:47:40, 조회 : 3,567, 추천 : 998

 


세아이의 중 1 시대는 눈만 돌리면 신비한
빛이 부시게 반짝였고 . 매일매일이 찬란범벅
오프닝의 나날이었다 . 학교가 다 달라서 . 스토커는 기차역
앞에 있는 멜로디중학교 . 사사는 저수지 아래에 있는
솔방울중학교 . 보카는 작은 극장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굽어보는 언덕위 드라마중학교에 다녔다

아몽 교육청은 아이들이 적성에 따라 중학교를
선택하고 . 지원자가 정원을 넘으면 면접 시험으로 선발하는
진학 제도를 백년 넘게 써먹고 있었다 . 세 학교 모두
명문 중학교로 줄기찬 전통을 나름들 자랑하고 있었다
멜로디중학은 자유분방하고 예능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솔방울중학교는 시립으로 제국주의 교육을 모방하였고
드라마중학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멜로디중학교는 역 앞이라 사창가가 근처에 있었기에
모자에 콘돔 풍선을 매달고 다닌다든가 . 용돈을 벌려고
성병 치료제 '다잡아마이신'을 팔러 다니는 일명 '구급대' 를
한다든가 . 학교 뒷뜰에서 창녀집까지 통하는 땅굴을 파려다가
제적 당한 학생이 나온다든가 ... 하는 교풍이 있었다

솔방울중학교는 저수지 솔밭에서 이성간 접촉이
워낙 잦아서 . 선샘들이 당번제로 둑길을 지켰지만 송충이처럼
위장하고 기어드는 아이들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 엄격한
학교일수록 밝히는 학생이 많이 나오는 현상은 교육사에
기록된 진실이었다 . 사사는 누구보다 먼저 송충이키스
송충이애무를 잘 익혀서 소리 없는 학생이 되어갔다

드라마중학교 학생들은 극장연애를 하며 자라났다
주물럭 신화를 만들어냈고 . 영화처럼 비뚤어졌다 . 느와르 영화가
뜰 때는 담배 물고 쌈질 하였고 . 무술 영화가 롱런할 때는
"끼익끼익" 요상한 기합을 주며 쌈질 하였고 . 웨스턴이
유행하면 휴게실에서 말좆박기를 하며 놀았다



여름교복을 입는 계절부터 . 세아이는 여름
계획에 설레며 흩어지는 구름만 보아도 허리를 배배
꼬곤 하였다 . 7월21일에서 8월 31일까지 . 마흔날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해수욕장에 진지를 쌓는 짓은 여릿하고
비릿하고 꼬깃한 성욕의 당연한 결과였다 . 이른바
'파도 주물럭'이 그 여름방학의 메인테마였다

파도에 휩쓸리며 . 파도를 타고 . 파도거품에
뒤덮이며 여성 몸에 접촉하는 . 바다소년들이 성장기에
살짝 거치는 짓을 세아이는 살껍질이 세번 벗겨지고 커피콩처럼
반들반들해지도록 즐겼다 . 세아이에게는 우주적 사건의 나날이었다
목욕탕에서 시각으로 '미지와의 조우'를 하였다면
파도를 넘으며 몸으로 2단계 접촉을 한 것이다



스토커에게는 밀수품 빨강 수영복이 있었지만 사사와
보카는 고물상을 뒤져 찾아낸 사파리팬츠를 입고 여름을 났다
사사네 아빠 고물상은 거의 만물상이었다 . 카키빛 사파리팬츠에는
카고포킷이 달려 있어 . 바다에서 나오면 부풀어 오른채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 사사는 모래밭에서 어깨를 살짝 비틀고
서서 양손으로 포킷을 타다다닥 두드렸고 .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대면 튀는 물방울에 무지개가 폈다

나름의 연출이었다 . 고물상집 둘째아들 사사는  
가문의 영광 그대로 빈티지룩을 일찍이 깨우쳐냈다
보카의 사파리팬츠에는 멜빵이 붙어있었다 . 물에 잠겼다
나오면 수영복이 항아리처럼 부풀어서 뒤뚱뒤뚱 걸어나왔다  
보카는 수영도 할 줄 몰랐지만 . 필사적으로 이성접촉을
시도하였기에 . 익사수준으로 물 먹고 나왔다



보카에게는 장애 투성이 여름이었다 . 스토커가
파도를 타고 살짝살짝 스치면 . 꺄악꺄악 소리치며 파도 타던
여성들은 귀여운 재롱으로 넘겼다 . "눈부신 아오리"라며
이뻐하는 여성도 있었다 . 수영실력이 짱인 사사는
튜브를 탄 여성들을 위험선 너머까지 몰고나가
나이를 초월한 물결 부비부비를 줄겼다

아이들보다 서너살에서 열살까지도 넘는
여성들은 . '파도를 타려면 짠물을 먹어야한다'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봐주었다 . 하지만 보카는 아니었다
덩치가 고2쯤으로 보이는 놈이 요령 없이 박박머리통으로
부딪쳐오면 성질 안내는 여성이 없었다 . 파도 거품 위에서
뺨따구를 맞았고 남자들에게 귓대기 끌려가 모래밭에 처박혔고

해양구조대원에게 걸려서 떼굴뗴굴 구르도록 빠따질을
당했다 . 8월의 어느날 . 맞아서 퉁퉁 부어오른 뺨으로 보카는 어금니
악물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 양손으로 멜빵을 꽉 붙잡고 . 해풍을
맞으며 보카는 생각하였다 . '난 쟤들처럼 하면 안돼 " 다시
바다에 들어간 보카는 여자들이 없는 쪽에서 파도를
탔고 . 홀로 수영을 배웠고 . 멀리까지 나아갔다



여름은 성숙의 계절이었다 . 페이지마다 '파도를 탔다'만
적혀진 보카의 방학일기장을 보고 담임이 물었다
"보카 . 파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교실 천정을 쓱 쳐다보고나서 보카가 또박또박 대답하였다
"파도는 . 부딪쳐봐야 아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에 파도만 탄건 아니었다 . 모래밭에 나오면
세아이는 노래를 만들었다 . 모래북을 두드리며 장단을
풀어냈고 가사를 맞추었고 음정을 실었다 . 해변이 썰렁해지고
철지난 바다 모래바람이 파라솔들을 뱅글뱅글 날아가게 하는
날에 . 밴드의 첫 노래가 완성되었다 . 하얀 거품처럼
기쁨에 넘친 아이들이 파도를 타며 노래하였다



"단어 백화점에 갔었지 . 세종대왕 상품권이 있었지
오층 정다운 단어 매장에서 점원에게 물었지
딸딸이 주세요 . 어떤 딸딸이를 원하나요
몰라요 몰라요 . 어떤 딸딸이가 다있나요
동명사 . 접속사 . 감탄사 . 관계대명사
투부정사 딸딸이는 원형이라 신선해요

공부해라 . 훌륭한 딸딸이를 위해
  
삼층 속닥한 단어 매장에서 점원에게 물었지
주물럭 주세요 . 어떤 주물럭을 원하나요
몰라요 몰라요   무슨 주물럭이 또있나요
감탄문 . 의문문 . 명령문 . 반액평서문
가정법 주물럭은 오래써도 안변해요  

공부해라 . 질좋은 주물럭을 위해

단어 백화점에서 울었지 . 세종대왕 상품권이 웃었지
일층 꾸미기 단어 매장에서 점원에게 물었지
도톰한 무성한 깊숙한 이런거 다있나요
그럼요 그럼요 생활용 선물용 다있어요
명사구 . 관형구 . 꾸미면 . 깜빡가지요  
부사구  어디에나 붙여놔도 황홀해요

공부해라 . 원할한 꾸미기를 위해

단어 백화점에서 죽었지 . 세종대왕 상품권이 떠났지
오늘도 사전에 코박고 잠든 친구들
공부해라 . 똘똘한 음탕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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