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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다
guajira  2018-06-08 17:41:38, 조회 : 75, 추천 : 26

 


열네살 우린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다
우리에겐 스맛폰도 이메일도 메신저도 없었다
전화는 어려웠다 . 전화는 집안의 것이라
공중전화통에서 신호가 떨어지면
누군가를 거쳐가야 했다
밤새 . 갈비뼈가 떨리도록 편지를 쓰기도 했다
부치기전에 사라진 편지들이 하늘로 올라가
하얀 갈비뼈 구름이 먼데로 흘러갔다
우리에겐 하늘과 구름이 있었고
나뭇잎과 전봇대와 떠나가는 버스가 있었다
길위의 모든 것들이 함께 기다려주었다
낮은 미안한 듯이 밤으로 흘러갔다
버스정류장에서 건널목에서
한 그루 가로수처럼 서서 기다리다 보면
머리에서 이파리가 떨어질 듯했다
기다리다 하루가 가고 계절이 바뀌어갔다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구름이 되었고
못 전한 단어들이 영롱한 이슬로 내려왔다
기다리다 별이 된 신화의 밤이 지나면
먼 부두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 기다리며 자라난 아이들이었다
성장기를 그리움으로 보냈기에
뼈와 근육에 . 보고싶은 . 실핏줄이 돋아났다
하늘은 순수를 사랑하시기에
기적처럼 만남의 순간이 오게 되면
우린 . 심장이 터질까봐 가슴에 손을 올렸고
갈비뼈가 떨려와 목소리가 안 나왔기에
서로의 눈빛만 무한처럼 나누었다
그 가슴 울리는 눈동자 그대로
우리는 예뻤다 . 기다릴줄 아는
아이들이 안 예쁠 수 없었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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