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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분식집 순정이었다
guajira  2018-06-08 17:29:48, 조회 : 23, 추천 : 11

 


열네살 우리는 패스트푸드 라는 단어를 몰랐다
탐스러운 빵 사이에 고혹적인 고깃덩어리랑
화사한 양상추에 맘 졸이는 소스 향이 흐믓한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일까 소울푸드일까 헤깔렸다
유리창 번득이는 햄버거집은 멀기만 했고
분식집이 회색도시에 박혀있는 우리의 오아시스였다
주입식 무거운 책가방을 진 숙명의 낙타들이
밀가루 반죽의 신성을 찾아 순례하였다
분식집 . 우린 밀가루 아이들이었다
냄비우동과 기계짜장과 쫄면이
나무젓가락 그늘 아래서 훌라훌라 노래하면
여린 영혼을 양념과 국물에 풀어놓았다
빵집 우유 한 잔을 앞에 두고
우리 생애의 첫 고백과 실연과 착란이 흘러갔다
우리는 밀가루의 진실처럼 예뻤다         
고기만두처럼 예뻤고 냄비우동속 달걀처럼 예뻤다
가락국수 면발 한 가닥 한 가닥이 우리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묵시의 싸인이었다
후루룩 삼키며 눈빛을 주고받는
우린 . 분식집 순정이었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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