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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우리는 예뻤다
guajira  2018-06-08 17:27:37, 조회 : 357, 추천 : 219

 


열네살 우리는 예뻤다
조상들은 나라를 빼앗겼고
식민지 교육을 바탕으로 우리는
초딩을 졸업하면 머리를 박박 깎였고
여학생은 단발로 삭삭 잘렸다
머리칼을 자르고 외모를 제약해야
교육의 질서가 잡힌다는 이데아 속에서 자랐다
교복엔 목이 까끌한 칼라를 해야했고
운동화 색깔만 달리 해도 끌려나가 맞았다
여학생들은 치마 길이의 독립을 위해
만주 벌판의 광복군처럼 투쟁하다 부상을 입었다  
머리칼과 스타일을 규제 속에 묶어놓고
달달달 뭔가를 외우게 하며 생각마저 붙들어맸다  
하지만 우린 그 안에서 예뻤다
밤이면 맑은 하늘에 별들이 총총 반짝였다
맑은 별 하늘 아래 아이들이 안 이쁠 수가 없었다
바람의 향기는 싱그러웠고
교회나 절에서는 종이 울렸고
경찰서에서는 사이렌이 자주 울렸고         
동네길은 뛰어노는 아이들 천국이었다
영어조기교육 따위 없이 자란
우리는 진정 토착적으로 이뻤다
치즈도 못먹고 버터도 초콜릿도 귀했고
피자는 먼 섬 이름 같았고
치킨은 커녕 전기구이 통닭에 졸도하게 감동했지만
열네살 우리는 빼빼하고 꽃처럼 예뻤다
나랑 조령은 . 박박머리와 단발로 마주보며
목장우유와 두툼하고 늠름한 토스트를 먹으며
서로가 눈부시게 예쁘다고 생각했다
황금박쥐와 플란다스의개 친구인 우리는 서로가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신비롭고 이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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