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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디서라도 같이 있자
guajira  2018-05-02 21:40:39, 조회 : 26, 추천 : 10

 


명왕성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소리가 들리지 않다보니 말이 사라졌다  
글도 없다 . 글자도 생각나지 않는다
손짓 몸짓으로 의사를 소통한다
베이커리 구역 토스트 집에서
조령은 나를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목장우유병을 닮은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희미한 젖냄새가 난다
비릿하고 포근하고 애틋한 냄새다
실내는 우유빛 거실과 카라멜 계단이 있다
점점이 떠있는 카라멜을 밟고 올라가면
버터빛 침실이 있다 . 방 안에는
우유병 샤워실과 머핀 침대가 있다
간소한 집이다 명왕성 집에는 부엌이 없다
거실 우유창문으로 밖이 보인다
명왕성은 언제나 안개 밤이고 먼지별들이 떠있다
거실에서 . 우리는 서로 마주본다
명왕성에서 감정 대화는 눈으로 한다
마주 본다는 건 . 감정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쓴 헬멧에는 얼굴 전체를 덮는
투명한 마스크가 붙어있다 . 그 투명한
막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눈빛을 바라본다
조령이 눈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해?’
‘우리는 . 와야할 . 이유가 . 있을거야’
조령은 까만 속눈썹을 또박 또박 깜빡였다         
‘너는 그게 뭐라고 생각하니?’
‘우리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 같아’
‘어떡하지 .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우리는 슬픈 눈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우유창문이 뽀얀 안개빛 무늬를 그리고  
방안에는 절대 고요가 가득 차있다
‘우리 어디서라도 같이 있자’
내가 그런 표정을 짓자 조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는 두꺼운 장갑을 낀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걸었다

비스킷이 연애편지 도시락을 배달하다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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